[외경시론]한국인 특유의 창의력, 유산균 발효식품의 다양성
[외경시론]한국인 특유의 창의력, 유산균 발효식품의 다양성
  • 강국희
  • 승인 2014.11.24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국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해외학술정보분석 ReSEAT팀 전문위원
유산균 발효유가 국내 처음 시판된 것은 1970년 한국야쿠르트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유회사는 서울우유 뿐이었고 요구르트, 치즈, 버터도 없었다. 우리는 유산균발효 김치를 조상 대대로 매일 먹고 있으면서도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유산균을 찾아서 연구하는 전문가도 없었다.

그러던 중 유산균으로 우유를 발효해 만든 달콤한 야쿠르트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이제는 거의 모든 대형 식품회사뿐만 아니라 제약회사까지도 유산균 관련 제품을 생산하기에 이르렀고 바야흐르 유산균의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각 식품 관련 전문 학회에서는 유산균과 건강, 유산균과 장내세균, 유산균과 면역 등의 타이틀을 걸고 수백 명 혹은 수천 명씩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러한 유산균 연구를 바탕으로 전통식품인 쌀, 보리, 콩에 유산균을 접목해 발효식품으로 생산하는 회사들이 늘어가고 있다.

우유에는 유산균이 먹고 자랄 수 있는 유당이나 여러 가지 영양소가 많아서 생육이 잘 되지만 곡류나 콩의 경우에는 유산균의 에너지원이 다르기 때문에 생육이 나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산균 전문가들이 식물성 재료로 만드는 김치에서 유산균을 분리해 곡류에서 잘 자라게 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김치는 우리 조상들이 매우 과학적인 제조공정을 개발해 전해오는 탁월한 유산균발효식품이다. 유산균을 첨가하지 않아도 저절로 김치 담그는 과정에서 유산균이 함께 증식한다. 지금까지 누구든지 김치를 만들어 부패했다거나 먹을 수 없는 실패를 경험한 사례가 없을 정도로 김치의 제조법은 신비롭다.

물론 우유를 원료로 만드는 발효유 치즈도 처음에는 유산균을 첨가하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숙성시켜 만들어 먹었다. 지금은 유산균의 종균연구가 발달해 순수하게 배양한 고농도의 유산균을 요구르트, 치즈의 제조 시에 첨가한다. 최근에는 국내 김치의 제조에도 유산균 종균을 첨가하는 공장용 김치가 많아졌다.

유산균이 건강에 유익한 기능을 한다는 연구가 보고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우유 발효유, 기능성 요구르트의 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다. 국내에서도 우유를 원료로 하는 발효유 요구르트는 소비시장의 포화상태로 더 이상 성장이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우리의 식문화가 김치, 된장, 간장, 젓갈, 식초, 식혜 등의 발효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발효식품에 대한 기호성이 매우 높다. 요즘 각 가정에서 유행하는 산야초, 매실, 복숭아 효소 등의 제조는 이러한 우리 국민의 오랜 식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무엇이든지 발효시켜서 저장해 두고 먹는 식습관에 익숙한 민족이다.

현미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오랫동안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소화가 잘 안되고 밥짓기에 불편한 점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유산균 발효에 착안한 농부 이규길씨는 15년간의 유산균발효연구로 미강을 성공적으로 발효시키는데 성공하여 현재는 연간 매출 20억원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벼의 도정과정에서 나오는 미강은 사람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식용유를 짜거나 혹은 가축의 사료로 사용하거나 퇴비로 썩혀서 거름으로 이용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런 농산물 폐자원을 유산균으로 발효시켜 귀중한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했다는 것은 놀라운 사건이다.

현미를 도정하면 미강이 10%정도 나온다. 이것을 버리지 않고 품질 좋은 기능성 유산균발효식품으로 만든다면 식량이 부족한 지역에 큰 공헌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 개발된 이러한 발효기술이 쌀 생산국(미국, 중국, 필리핀, 태국, 베트남, 인도 등)에 수출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지하 시인은 한국인의 문화를 발효문화라고 정의했다. 시인의 입에서 과학적인 발효를 말하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한국인의 창의력이 세계무대로 확산되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