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소주 브랜드인 ‘참이슬’이 지난 17일 기존 알코올도수(18.5도)에서 0.7도 내린 리뉴얼 제품을 출시했다. 올 2월에 19도에서 18.5도로 내린 뒤 9개월 만에 또 다시 낮춘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자연주의 공법으로 목 넘김은 더 깔끔하고 향은 부담없이 개선돼 숙취가 없는 맛으로 품질을 향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와 소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공법보다는 역시 낮아진 알코올도수다. 기존 참이슬이 0.5도 낮아지는데 5년(2007년 19.5도→2012년 19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변화 속도가 빠른 편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소비자의 저도화 요구에 맞는 도수를 적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참이슬이 최근 소주의 저도화 트렌드에 발 빠르게 뛰어든 것이다. 소주의 도수 낮추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여성 음주자의 증가와 독한 술을 피하는 경향이 합쳐져 전체 주류 시장도 저도주가 대세로 굳어졌다.
고급·독주의 대표 주자였던 양주의 부진이 잘 말해준다. 이에 따라 소주 시장에서도 저도주의 인기가 상승했고 시장을 이끌 트렌드로 주목 받고 있다.
16.9도의 무학 ‘좋은데이’는 부산·경남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를 발판으로 수도권 시장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사인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 2012년 6월 19도, 올 2월 18도짜리 제품을 내놓으며 매출을 끌어 올린 것도 참이슬을 자극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처음처럼이 도수를 내
려 매출을 끌어 올린 것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도수 낮추기를 ‘꽃놀이패’라고 한다. 도수를 낮추면 주 원료인 주정의 사용량이 줄어 원가도 절감된다. 1도를 낮추면 병당 약 10원이 절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음주량이 많아져 매출이 증가한다. 원가는 줄이고 매출은 증가하는 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참이슬의 이번 도수 낮추기는 롯데주류와 무학, 보해양조 등 타 업체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롯데주류는 앞서 참이슬이 내리면 처음처럼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좋은데이로 수도권 시장을 노리는 무학도 자리를 지키기 위한 방안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저도주 소주 쏠림 현상에 따라 ‘물소주’ 경쟁에 치중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소주를 즐겨마시는 애주가들은 최근 소주는 ‘싱거워 맛이 없다’며 ‘옛날 소주’를 굳이 찾기도 한다. 트렌드에 맞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양한 제품군으로 다양한 소주 맛을 제공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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