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불황, 한국 금융위기 ‘뇌관’
외식업 불황, 한국 금융위기 ‘뇌관’
  • 이인우
  • 승인 2014.11.28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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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부채 연 10조씩 증가 총 143조
경기변동 민감한 외식업종 최대 위기
외식업종이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계의 과도한 대출이 우리나라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경기가 살아날 경우 별 문제 없지만 지속적인 소비경기 침체에 따라 자영업자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는 총 134조의 대출 잔액을 기록하며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43.6%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0년 말 94조원에서 매년 10조원씩 불어난 수치다.

지난 18일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가계금융ㆍ복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는 8994만6천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에 비해 136만800원이 늘었고 2012년과 비교하면 1천만원 이상 불어난 셈이다. 이를 부채가 있는 자영업자 가구(전체 75%)의 평균 부채로 계산하면 한 가구당 1억1909만4천원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자영업자 가계부채의 특징과 시사점’에서도 큰 차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자영업 가구 평균부채 1억2천만원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가 1억16만원이라고 분석, 통계청 조사와 1800여 만 원의 차이를 보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특히 자영업자 등 베이비 부머 세대(1956~1965년 사이 출생) 가구의 부채는 2012년 9927만원에서 2013년 1억1760만원으로 18.5%나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비베이비 부머 세대의 부채는 같은 기간 9187만원에서 9163만원으로 오히려 0.3% 감소했다.

이는 퇴직 후 전재산은 물론, 대출자금으로 창업한 베이비 부머 세대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가 안고 있는 부채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자영업 가구의 부채와 이자비용은 임금근로자 가구의 2배에 달한다. 자영업 가구와 임금근로자 가구의 연간 이자 비용은 각각 526만원과 245만원으로 나타났다.

대출용도 또한 자영업 가구는 사업자금(23.6%)과 생활비 마련(31.1%)인 반면, 임금근로자 가구는 교육비(26.4%)와 부동산 구입(20.9%)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반면 자영업자들의 수익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소상공인진흥공단과 국세청 등의 조사 결과 2010년 990만원이던 자영업자의 월 평균 매출은 2013년 877만원으로 떨어졌다. 연 평균 매출로 환산하면 3년만에 1300만원이 줄어들었다.

●외식 창업비용 증가도 원인

특히 외식업계는 최근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트렌드를 선도하면서 고급 인테리어 등에 치중해 개인업소까지 창업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창업단계부터 대출에 의존한 외식업주는 초기 영업이 원할치 않을 경우 또 다시 대출을 받게 된다. 결국 자영업자들의 빚이 새로운 빚을 부르면서 부실화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의 부채가 크게 증가하는 이유로 대다수 영세업자들이 이자나 인건비 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는 ‘돌려막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식당을 창업하기 위한 대출 문의도 많았고 운영비를 위해 추가대출을 받고자 하는 고객도 적지 않았다”며 “이들 중 신용대출 자격에 미달돼 담보대출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국세청이 2013년 12월 말 기준 생활밀접업종 30개 자영업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132만9012개 사업자 중 일반음식점 46만2839개(34.82%), 일반주점 6만371개(4.54%), 패스트푸드점 2만4173개(1.81%), 제과점 1만2058개(0.90%) 등 외식업종이 42.07%에 달한다.

이들 외식업 사업자들은 최근 급격한 매출 하락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높은 매출과 안정성을 보여 왔던 대형 프랜차이즈 외식업소들도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저가 뷔페식 레스토랑 등은 전년 대비 20~30%씩 매출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체계적 창업 준비, 출구전략 시급

매출액의 변동성이 큰 외식업종은 내수 불황 등 경기 충격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고 채무상환능력도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퇴직한 50대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로 없는’ 생계형 창업이 2009년 27.4%에서 2013년 30.8%로(중소기업연구원, ‘자영업 정책의 과거·현재 그리고 미래’ 보고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자영업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이 파산할 경우 대출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금융권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불렀던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한국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지금부터라도 베이비붐 세대 등의 ‘묻지마 창업’을 조율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퇴직자들이 충분한 준비 없이 대출에 의존해 창업에 나서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소상공인 관련 기관 등에서 현재 외식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를 위한 출구전략도 제시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인우 기자 li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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