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보호하려다 임대료만 올랐다
권리금 보호하려다 임대료만 올랐다
  • 이원배
  • 승인 2014.12.0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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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의 횡포’는 우리 사회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로 손꼽힌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압력, 점주에 대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지나친 압박 등은 늘 논란의 대상이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게 세입자의 권리금을 가로채는 악덕 건물주의 횡포다.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멀쩡히 장사하던 사람을 내쫓고 건물주가 직접 장사에 나서거나 다른 임차인과 계약하면서 권리금을 챙기는 경우를 말한다.

임대인이 재계약을 해주지 않으면 권리금을 날려버릴 수도 있지만 세입주의 하소연을 들어줄 곳은 없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정부는 자영업자의 권리금을 보호해주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 9월 24일에 발표한 ‘상가 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권리금과 관련된 세입자의 입장을 최대한 법에 끌어들여 일정 조건 아래 세입자의 권리금을 보호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지하경제에서 거래된 권리금을 법으로 양성하겠다는 뜻이다.

상가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이번 개정안 발표를 반기는 기색이다. 일선에서 중개를 하다보면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협의가 안 돼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켜보는 중개사 입장으로서는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개정안은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환영받을 만하다. 무엇보다 법의 보호 밖에 방치하던 권리금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인 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정부의 방안이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개정안에는 권리금과 함께 임대차 분쟁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대료 상한과 관련된 부분이 빠져 있어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것이다.

개정안이 나오자마자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실제로 상가주인들이 내년 초 법이 시행되기 전에 서둘러 임대료를 올리거나 임차인에게 불리한 계약서를 강요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월세 인상 요구를 받은 임차인이 45.4%였다고 한다. 세입자는 임대인이 과도하게 월세를 요구해도 상가 운영을 계속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

건물주 입장에서도 불만이 있다. 어찌됐던 이번 정책은 건물주 입장에서 보면 재산권 침해를 받는 것이다. 건물주는 권리금을 받지 못하니 월세를 올려야겠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울 것이고 이는 또 다른 갈등의 요인이 된다.

권리금 보호, 양성화는 영세 자영업자에겐 생존의 문제다. 소상공인들은 지속되는 내수부진으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비정상적인 임대차 관행은 소상공인들을 더 힘들게 내몰고 있다.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임차상인 보호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또 재산권 침해에 초점을 맞추는 여론 몰아가기 등으로 정책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그간 음지에서 머물던 권리금은 상가임대차보호법으로 양지로 끌어올려졌다. 양지로 나온 권리금이 행여 의욕만 앞세우다 낭패를 보는 일이 없도록 좀 더 세밀한 시행과 감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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