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수퍼푸드는 없다
[월요논단]수퍼푸드는 없다
  • 신지훈
  • 승인 2014.12.01 0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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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생소한 열대과일 주스를 희석 조제해 만변통치약인 양 슈퍼푸드로 선전 판매하며 수억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인 사람들이 붙잡혔다.

보통 주스 가격의 10배가 넘는 가격을 붙였는데도 수 만병이 팔려나갔다고 하니 우리 사회의 슈퍼푸드 열풍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사건이다. 이런 열풍을 놓칠세라 인터넷에는 각종 슈퍼푸드 광고가 넘쳐나고 일부 외식업체들은 슈퍼푸드 메뉴를 제공한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슈퍼푸드라는 용어는 미국의 한 영양학자가 세계적인 장수 지역 그리스와 오키나와의 식단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먹을거리 14가지를 선정하여 섭취를 권장하면서 슈퍼푸드라는 표현을 썼다.

이것을 받아 타임지가 10대 슈퍼푸드를 발표하면서 슈퍼푸드 열풍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타임지의 10대 슈퍼푸드를 보면 토마토, 블루베리, 브로콜리, 귀리, 아몬드, 시금치, 마늘, 연어, 레드와인, 녹차 등으로 육식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인들이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 음식들이다.

우리에게 생소한 열대 과일이나 서양식 음식 레시피에 슈퍼(Super) 자를 붙여 마치 먹으면 슈퍼맨이 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한국 음료 외식시장의 허술함이 문제이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음식에 슈퍼 표현을 쓰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공식 견해를 가지고 있으나 실제 시장에서는 관리되지 않고 있다.

원래 먹어서 만병통치 효과를 내거나 슈퍼맨이 되게 하는 음식은 없다. 진시황도 구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이나 신문, 방송, 책자 등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음식에 관한 정보들에는 만병통치 효과를 가지지 않은 음식이 없다. 예를 들어 보리의 효능을 보면 당뇨병, 심장병, 변비 치료, 콜레스테롤 저하, 피로회복, 스트레스 해소 등 다양하다. 그러나 한약재로도 쓰이는 식품들, 예를 들어 오미자의 효능을 검색해 보면 더 가관이다. 기침, 설사, 심근쇠약, 저혈압, 고혈압, 동맥경화, 건망증, 불면증 등 만병통치로 도배돼 있다. 대부분의 식품 소재들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과대광고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식품 속에는 무수한 종류의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고 이들 성분이 각각, 또는 조합하여 어떤 생리적 특성을 내는지 규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인삼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밝히기 위해 인삼연초연구원을 설립, 수 십년 동안 많은 연구원들이 연구하고 격년으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으나 아직 인삼의 효능을 명쾌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하물며 거의 연구된바 없는 재료들에 대해 각종 효능을 말하는 것은 대부분 거짓말이거나 추측에 불과한 것이다. 한두 가지 실험 결과를 들고 나와 방송이나 언론 매체에서 말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조심스러운 일이며 학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지난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한국식품연구원에서 ‘미래 건강기능성 식품 설계’ 워크숍이 있었다. 노벨상 수상자인 독일 막스플랑그연구소의 로버트 휴버 박사를 비롯해 국내외 30여 명의 과학자들이 모여 건강기능식품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 코넬대 식품공학과 과장을 지낸 이창용 교수의 발언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장수음식으로 지중해 음식, 일본음식 등을 말하고 있으나 한국의 전통 음식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곡류를 중심으로 콩과 채소류 그리고 발효음식으로 조화를 이룬 한국음식이 가장 균형 잡힌 영양식이며 이것만 잘 먹으면 다른 건강식품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물론 환경이나 생활습관의 불균형으로 질병이나 반 건강인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특수한 영양 요구를 위해 영양 보조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우리는 지금 지나치게 식품의 효능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건강기능식품법을 만들어 과대 과장 광고를 규제하고 있으나 슈퍼푸드와 같은 잘못된 용어로 국민을 호도해 돈을 낭비하고 건강을 잃게 하고 있다.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앗아가는 푸드 패디즘에 빠지지 않도록 정확한 용어 사용과 합리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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