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유를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해외 연구 결과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국내 실정에 맞지 않으며 심층적인 연구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아 지나친 과대 해석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윤명희 국회의원실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이 개최한 ‘우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란 주제의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이정희 경기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 제기된 우유 안전성 논란을 두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해외 일부 연구에서 젖소 성장호르몬인 ‘rBGH’가 사람 몸속에서 유사 인슐린 성장 호르몬 ‘IGF-1’을 늘려 결국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보고됐다”며 “하지만 rBGH가 IGF-1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했다.

그는 우유를 하루 세 잔 이상 마시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스웨덴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하루 우유 섭취 수준(남성 77.6ｇ·여성 73ｇ)이 스웨덴(남성 290ｇ·여성 240ｇ)에 비해 매우 적어 국내 실정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유가 성조숙증을 불러 성장을 저해하고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근거가 부족해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패널로 참석한 의학 전문가나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보다 신중한 태도로 다른 식품과의 ‘영양 균형’을 강조하며 안전성 입증을 위한 추가 연구가 실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하루 4잔 이상의 우유를 지속적으로 마실 경우 동물성 지방 섭취가 지나쳐 각종 암과 심혈관 질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하루 인체에 필요한 적정 우유량에 대한 권장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유와 암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체계적으로 설계된 연구를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은 “국내 어떤 우유가 rBGH를 사용한 우유인지 소비자에게 알려줘야 한다”며 “한국인의 우유 섭취량이 적기 때문에 사망 위험이 크지 않다고 하지만 세 잔 이상을 지속적으로 마시면 위험할 수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냐”며 우려했다.

김정현 배재대 가정교육과 교수는 “우유 논란에 대해 ‘그렇다, 아니다’를 논하기보다 우유를 포함해 어떤 식품도 그 음식만을 섭취해서는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김주현 동서울대학 호텔외식조리과 교수는 “우유에 대한 논쟁은 우리나라 식생활의 서구화와 질병의 발병 양상에 따라 계속될 것”이라며 “축산업 보호 측면에서 우유의 섭취는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농가의 자동화 및 과학화가 필요하고 획일적인 우유 공급 정책에서 벗어난 국민 건강증진 차원의 공급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태균 KOFRUM 회장은 “이 세상에 완벽한 식품은 존재하지 않고 우유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우리가 웰빙식품으로 보는 김치에도 혈압을 올리는 나트륨 함량이 높고 발암물질이 극소량 함유될 수 있지만 김치를 해로운 음식으로 평가하진 않는다”며 우유의 위험성 주장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평가했다.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