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고 있는 음식의 가치
우리가 잊고 있는 음식의 가치
  • 관리자
  • 승인 2014.12.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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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 / ㈔대한민국전통음식연합회 회장
한국음식은 국내와 해외에서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우리의 전통음식은 많이 소멸되고 사장돼가고 있다. 최근 한식재단의 지원으로 연변조선족 전통음식의 원형조사와 발굴사업이 이뤄졌고 이를 통해 한국전통음식의 근원을 다시 정립하게 된 것은 매우 뜻있는 일이다.

연변조선족이 보존하고 있는 한국전통 음식
연변 조선족 전통음식은 미래 상품으로써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국에서 먹는 만두와 연변의 만두는 다르다. 한국의 만두피는 밀가루반죽(혹은 찹쌀)으로 만든 얇은 피이지만 연변은 입쌀(멥쌀), 도토리, 감자 등의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다. 또한 수제비나 국수의 재료로 보리·옥수수 등 잡곡, 도토리,·감자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다. 한국의 옛 조리서를 보면 밀은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였기 때문에 도토리, 감자, 보리, 옥수수 등의 재료를 이용한 음식 조리법이 더 많다.

이러한 양상은 연변 조선족 전통음식 원형발굴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도토리밴새, 언감자밴새, 입쌀밴새, 뜯어국, 돼지호국시(감자국수)장물, 옥시국시, 투도온면, 차시죽, 옥시죽, 꼬장떡, 차조엿, 옥시막걸리 등 우리의 음식과는 사뭇 다른 형태의 조리법이 전해진다.

지금 연변 조선족의 음식은 한국보다 더 한국의 전통적인 면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약식동원의 철학을 담고 있다. 굽거나 튀기는 것 보다는 삶거나 쪄먹는 방법, 장·장아찌 등 발효음식, 잡곡 및 채소를 이용한 다양한 조리법은 한국전통의 철학과 함께 건강음식으로써 외식문화 콘텐츠의 상품성을 지니고 있다.

잊혀져간다. 사라져간다. 지켜야한다.
연변조선족 전통음식의 원형조사대상은 65세 이상 80세 어르신이다. 이들의 평균 출생연도는 1940년대로 이들의 부모님 세대인 1900년대의 연변 조선족 식문화 회고는 거의 사라져가고 있었다. 조선족음식문화의 전수의지는 대부분 높았지만, 전수대상자들은 한국으로 모두 떠나거나 홀로 사는 독거문화형태로 변했다. 이에 따라 식생활 소비패턴이 시장에서 사먹고 집안에서 조선족음식을 해먹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본 연구수행 중 연변조선족전통음식연구소의 30대 연구원에게 음식에 대한 유래나 뜻, 혹시 낯선 단어에 대한 해석을 물어보면 잘 모른다고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세대가 떠나가면 연변 조선족 전통음식도 세상에 드러나지 못한 채 묻혀버릴 상황이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남북 음식이 혼합된 연변 조선족 음식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을 타면 조선족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본 연구 수행 중 스토리 정리 가운데 유래가 부족하다고 느껴 지하철에서 만난 조선족들에게 음식을 물어보곤 했다. “도토리밴새는 언제 만들어 먹나, 왜 만들어 먹었나”라고 물었더니 “그런 음식 나는 몰라요”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그럼 연변냉면, 투도온면, 연변육회는 아는가?” 다시 물었지만 소득이 없었다. 알아보니 흑룡강 출신의 조선족은 음식문화가 전혀 다르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연변은 북한에서 이주한 이주민이 많고, 흑룡강은 남한 지역의 이주민이 많아 식문화가 서로 다른 것이었다.

필자는 지난 9월부터 중국 연변 곳곳을 다녔다. 선구자에 나오는 해랑강이 있는 용정, 두만강이 있는 도문, 러시아 접경지대에 있는 훈춘을 찾아가서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인터뷰했다. 인터뷰를 한 결과 연변 조선족 음식은 한민족의 혼이 깃들어 있고, 이주의 역사가 살아있는 한국음식이며, 건강한 재료를 이용한 건강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그들이 만들어낸 독특한 음식문화는 한국음식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로써 활용가치가 높다. 이를 위하여 조선족만의 향토음식이 아닌 건강한 한국음식으로서 새로운 이미지 변화가 필요하고 나아가 고급화된 외식문화로 가치를 높여나가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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