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다… 식품·외식의 ‘경계 허물기’
끝나지 않는다… 식품·외식의 ‘경계 허물기’
  • 김상우
  • 승인 2015.01.26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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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로 도약하는 업체들
식품제조업체의 외식업 진출과 외식업체의 식품제조업 진출 등 업종의 경계 허물기는 이미 익숙해진 풍경이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화된 이러한 흐름은 주력 분야의 역량 확대와 시너지 발휘, 신사업 구축이란 다목적 의도가 깔려있다. 그러나 식품업체들의 외식업 진출은 현재까지 실패로 점철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13년 외식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이란 암초까지 더해지면서 현재 다수의 대형 식품제조업체들은 외식 사업의 축소 내지 전면 철수라는 카드까지 빼들었다.

외식업체들도 식품제조업을 또 다른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지만 투자로 인한 리스크를 부담스러워하면서 시장 진출에 소극적이다. 이런 이유로 유통망의 제한, 제조기반의 불안정, 마케팅 부족 등 다양한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각 업체의 경계 허물기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제조와 외식업 모두 같은 포지션에 있기 때문에 시너지를 내면 상당한 이득이 보장된다”며 “조금씩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도 경계 허물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잇따른 실패가 준 교훈
대형 식품제조업체들은 외식 시장에 접근할 때 고급화 전략을 들고 나왔다. 이는 기존 외식브랜드와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때 외식업계 태풍의 눈이었던 오리온은 2000년대 초 패밀리레스토랑 붐이 일던 당시 롸이즈온 베니건스를 론칭했다. 지난 2010년 바른손에 매각했지만 당시 베니건스는 패밀리레스토랑의 선두 주자로 한해 1천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베니건스 성공에 힘입어 2004년에는 국내 최초 유기농 퓨전 패밀리 레스토랑인 ‘마켓오’를 선보였다. 아쉽게도 성장세가 오래가지 못한 채 현재 대부분의 매장이 문을 닫은 상태다.

지난 2007년 외식 사업에 뛰어든 매일유업도 미식가로 소문난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이 외식 사업을 주도하면서 프리미엄 일본식 돈가스 전문점 ‘안즈’, 스시 전문점 ‘하카타 타츠미’, 인도 요리 전문점 ‘달’ 등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했다.

매일유업 역시 오리온과 마찬가지로 사업 초창기에 보여준 의욕적인 모습이 한풀 꺾여 현재 각 브랜드 매장이 문을 닫거나 사업 철수를 단행했다. 위안인 것은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 ‘폴 바셋’이 시장에 자리 잡으면서 프리미엄 카테고리를 훌륭히 구축 중이다.

신세계푸드는 대표 외식 브랜드였던 ‘보노보노’와 ‘자니로켓’ 등의 구조조정이 이뤄진 상태다. 해산물 전문점인 보노보노는 일본 방사능 사고 여파 등 환경적인 악재가 결정타였으며, 자니로켓은 브랜드의 생소함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오랜 연구 끝에 론칭한 한식뷔페 ‘올반’이 히트 브랜드로 떠올라 이전의 실패 경험이 보약이 되고 있다.

경계 허물기는 종합식품기업의 지름길
이 외에도 식품제조업 대기업들의 외식사업 실패 사례는 부지기수다. 업계는 이들의 실패 원인을 두고 소비자 트렌드를 외면한 고급화 전략 치중과 주요 핵심 상권 입점에만 고집한 점, 매장 확장 타이밍을 놓친 점 등을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대다수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며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갔다”며 “외식업이 타 분야보다 투자 대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면만 바라보다 환경적 변화에 따른 리스크 극복에 매우 취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무적인 사실은 이러한 실패 경험이 지금에 와서 경쟁력 강화로 나타나고 있다”며 “신세계푸드의 올반과 이랜드의 자연별곡, 아워홈의 사보텐 등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의 출점 규제로 인한 대기업 외식 업체들의 발목잡기도 주목할 만하다. 동반위가 발표한 대기업 외식업 출점 제한 권고안에 따르면 CJ푸드빌 등 대기업 계열사는 총면적 2만㎡ 이상인 복합 다중 시설과 역세권 반경 100m 이내에만 신규 출점할 수 있다. 대기업의 확장 자제를 권고하는 규제로 사실상 성장 활로가 막힌 셈이다.

다만 이랜드는 이 규정을 똑같이 적용받는 대기업이었지만 ‘본사와 계열사가 소유한 건물에는 연면적에 관계없이 출점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자사 인프라를 통해 교묘히 극복했다. NC백화점, 뉴코아백화점 등 그룹 계열 유통매장에 자사 주요 외식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입점시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반위의 규제 리스크도 상당 부분 영향을 주나 결과적으로 트렌드를 얼마나 잘 따라가고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승패의 분수령”이라며 “대부분 식자재 유통도 겸하고 있어 이들의 외식사업 성공은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 대기업 주요 외식 브랜드.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리온 ‘마켓오’, 이랜드파크 ‘애슐리’, 매일유업 ‘폴바셋’, 농심 ‘코코이찌방야’. 사진=식품외식경제 DB
외식업체, ‘소극적’ 투자가 아쉽다
반대로 외식업체들의 식품제조업 접근은 점진적인 발전을 이뤄가고 있다. 이들은 CK를 통한 자체 제작과 공급, OEM, 식품업체와의 협업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시키고 있다.

다만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소극적인 전략은 물량의 한정, 유통 경로의 한계 등 매출 극대화에 제한적이란 단점이 있다. 실제 식품제조업에 나선 주요 외식업체들은 일부 대형마트와 홈쇼핑 등 한정적인 경로에서 일정 수량 판매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경로의 빈약함도 있겠지만 대다수가 HMR과 특정 시기에 맞춘 계절용 제품”이라며 “제품의 다양화와 함께 시장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진정한 경계 허물기라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는 매출 증진의 목적보다 브랜드 인지도 향상이 주목적”이라며 “테스트 시기라 봐도 무방하며 시장의 성공 사례가 나오면 보다 많은 업체들이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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