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보리의 재발견
[월요논단] 보리의 재발견
  • 관리자
  • 승인 2015.02.02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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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 /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경제성장으로 우리 농업에서 잊혀져가고 있는 보리를 되살리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리 식품학계의 원로교수로 추앙받고 있는 전북대학교 신동화 명예교수가 후학들과 힘을 모아 ‘건강 지킴이 보리의 재발견’을 출판한다.

보리는 우리 민족의 중요한 식량자원이었으나 쌀에 밀려 늘 저급 식량으로, 또는 가난의 상징으로 취급돼 왔다. ‘보리죽도 못 먹는 주제에’ 라던가 ‘통보리 서말 값’이라는 등 보리를 비하하는 말은 부지기수다.

1970~80년대 경제성장을 하면서 가장 먼저 우리 식탁에서 일어난 변화가 보리밥이 사라진 것이었다. 가난을 벗어난 상징적인 현상이었다. 이와 같이 보리가 우리의 밥상에서 급격히 사라진 것은 보리를 가지고 쌀과 섞어 밥을 지어 먹는 방법 이외에는 별로 다른 식품으로 만들어 먹어본 적이 없는 우리의 식습관이 낳은 결과다. 서양에서 보리는 중요한 사료 곡물이기도 하지만 맥주의 원료로, 또는 보리빵 등 다양한 식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 식탁에서 보리가 사라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첫째로 이모작으로 겨울철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았던 우리의 산야가 황폐한 겨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벌거벗겨진 땅은 겨울바람에 거름기 먹은 표토를 날려버리고 수분을 가두지 못해 메말라가고 있다.

둘째로 보리가 빠진 정백미와 밀가루가 주식이 되면서 섬유소의 결핍과 당 분해속도 과다로 당뇨병과 변비 등 각종 성인병이 만연하고 있다. 이것은 1980년대 이후 우리 국민의 당뇨병 유병률이 급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에는 꽁보리밥집을 애써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셋째로 보리의 소비 감소는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을 낮추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모작을 하지 않으므로 우리나라의 연간 경작지 면적이 크게 줄었다.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인 23%로 내려앉았다. 문제는 그나마 소량이라도 보리를 생산해도 판로가 없어 애를 먹는다. 가격은 생산비 이하로 낮고 전혀 식량생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보리의 가공적성을 연구하고 용도를 개발해야 하는 이유이다.

‘건강 지킴이 보리의 재발견’은 잊혀진 보리를 되찾아 이 모든 문제를 개선하려는 저자들의 간절한 염원이 배어 있다.

보리의 우수한 영양가와 기능성을 재인식해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고 우리나라의 이모작 영농을 되살려 끝없이 추락하는 우리의 식량자급률을 끌어 올리자고 호소하고 있다.

보리의 용도는 실로 다양하다. 보리(大麥‧대맥)는 밀(小麥‧소맥)과 같은 맥류로 빵의 원료로 쓰임새가 크다. 보리는 밀가루에 없는 구수한 맛과 섬유소 함량으로 건강에 좋은 특색 있는 보리빵을 만들 수 있다. 비싼 쌀가루를 빵에 혼입하는 것보다 보릿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한때 코카콜라를 능가했던 한국의 보리음료 ‘맥콜’은 우리 식품산업의 전설로 남아있다. 보리의 특징적인 맛과 기능성을 살린 신제품의 개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보리는 또한 청초로 훌륭한 가축 사료가 된다. 겨우내 동토에서 자란 보릿잎은 봄의 활동을 시작하는 가축들에게 더없이 좋은 영양원이다. 초지가 없는 우리나라 축산에서 보리의 이모작 재배를 통한 조사료 공급은 필수적인 일이다.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사료곡물은 고사하고 조사료까지도 외국에서 수입하는 형편이다. 알팔파 등 수입 조사료 양이 점차 늘어 전체 수요의 20%를 넘고 있다. 겨울에 황폐하게 놀고 있는 논밭에 보리를 심으면 조사료의 수입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사항들이 정책 입안자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아무쪼록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 우리나라 겨울 들판에 보리가 푸르게 자라고 우리의 밥상에 다양한 보리 음식이 올라 건강한 국민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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