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시론]진정한 ‘갑’이 필요한 때
[외경시론]진정한 ‘갑’이 필요한 때
  • 관리자
  • 승인 2015.02.02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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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 외식테라피연구소장
얼마 전 세무서에 볼 일이 있어 다녀온 적이 있다. 혹시 두 번 걸음할지 몰라 전화로 미리 해당업무에 대해 문의한 후 필요한 서류를 챙겨서 갔다. 그러나 막상 담당직원을 만나니 애초의 문의가 헛된 일이 되고 말았다. 분명히 같은 업무에 대해 미리 확인하고 서류를 챙겨갔는데 담당직원은 다른 서류를 요구하는 것이다.

왜 서류가 다르냐고 물었더니 담당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동일한 업무인데 처리하는 서류가 동일해야지 어떻게 담당하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냐고 따졌으나 담당자가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르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예전에 비하면 공공기관의 대 민원서비스는 많이 친절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세무나 법무와 같은 업무를 위해 해당기관을 찾으면 그 업무처리에서 왠지 높은 벽과 ‘갑’의 위용(?)을 느끼게 된다.

작년 말부터 계속 불거지는 우리 사회의 ‘갑질 횡포’에 대한 소식은 서비스산업에서는 특히나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이다.

‘땅콩회항’으로 유명해진 항공서비스, 주차요원에게 폭행을 가한 백화점 손님, 국내 최고의 대학에서 운영하는 카페종업원에 대한 일방적인 해고, 음식에 불만을 갖고 시급제 종업원에게 행패를 부리는 손님,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하는 주민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른바 못난이 갑들의 추한 모습들이다. 서로가 갑의 권력을 행사하려는 갑갑한 이 시대에 진정한 갑의 모습은 무엇인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착각에 빠진 갑을 논쟁

‘손님은 왕’이라고 외치는 외식서비스업계에도 고객을 속여 못난 갑이 되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고급 인테리어로 포장하고 우수한 식재료를 사용한다고 홍보하면서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곳들이 그렇다. 배달앱에 여러 가지 브랜드와 업종으로 등록해 놓고 지하창고에서 비위생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들도 마찬가지다.

또한 가맹점을 모집할 때와는 다른 태도로 막상 계약을 하고난 후 영업지원을 하지 않는 못난 체인본부도 있다. 인력난으로 허덕이는 자영업체에 시간만 채우고 일당을 받아가는 인력들도 요즘에는 갑으로 급부상하였다. 침체된 소비심리와 경기악화로 인해 아쉬움이 많아진 사회계층을 상대로 눈속임과 당장의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편협함이 난무한다.

치졸한 갑의 권리만 내세우려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 부끄러운 갑을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인다.

누구나 갑이 되는 지혜

“음식점에서는 누가 갑일까요?”하고 물으면 대부분 ‘손님이요’라고 대답을 한다. 왜 그런가 물어보면 돈을 내는 사람이 손님이라서 그렇단다. “그럼 병원에서는 누가 갑인가요?”하고 물으면 “의사선생님이요”라고 한다. “의사가 돈을 내는 게 아닌데 왜 갑이죠?”하고 물으면 “내 목숨을 쥐고 있어서 그렇다”며 웃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아쉬운 것이 많을수록 갑이 되기는 어렵다. 병원에서 의사가 갑이 되는 이유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그만큼 아쉽기 때문이다. 음식점에서 손님이 갑이 되는 이유는 수많은 음식점들로 인해 선택의 여지가 많다보니 더 아쉬운 쪽은 음식점이기 때문이다.

겉만 화려하고 불량식품을 파는 곳들이 못난 갑의 횡포를 부리지 못하게 하려면 배달유통음식의 실상을 바로 알고 소비를 자제하는 소비자가 많아져야 한다. 부실한 체인본부가 못난 짓을 하지 못하게 하려면 무분별한 가맹사업에 뛰어들지 말아야 한다. 선진사회로 갈수록 불량식품이 사라지는 이유가 바로 현명한 소비자들의 불매행위가 철저하기 때문이다.

최고 품질의 음식과 서비스를 아쉬워하는 손님들이 점점 늘어가는 요즘 시대에 진정한 갑으로 자리매김할 곳은 바로 음식점들이다. 더 좋은 식재료로 만든 우수한 메뉴와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식점들은 결국 현명한 소비자를 주도해 고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명실상부한 ‘갑’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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