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파동, 보편적 복지의 한계
연말정산 파동, 보편적 복지의 한계
  • 김상우
  • 승인 2015.02.02 0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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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시작된 연말정산 파동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파동은 직장인들의 유리지갑을 털어 세수 부족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근시안적 시각에서 비롯됐다. 물론 정부는 전적인 오해라고 해명한다. 과거 많이 내고 많이 돌려받는 식에서 적게 내고 적게 받는 식으로 바뀌었을 뿐 증세가 절대 아니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지표들을 살짝만 훑어봐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빈약한 해명임이 단박에 드러난다.

시야를 넓힌다면 이번 파동은 복지예산의 부족이 근본 원인이다. 복지는 확대해야겠는데 이를 충당할 재원 마련이 마땅치 않다. 그러나 세입보다 세출에 신경을 더 많이 썼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지 의문이다. 특히 복지 시리즈의 출발점이었던 무상급식은 문제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 손질한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다. 보편적 복지라는 허울 아래 세금만 빨아 당기는 진공청소기가 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학교 급식은 민간 위탁에서 직영체제를 거쳐 무상급식으로 바뀌면서 바람 잘 날 없다. 지난 2006년 한 급식업체에서 집단 식중독사건이 발생하자 위탁급식의 문제점이 갑자기 부각됐고, 결국 2010년 1월까지 모든 학교에 대해 직영급식을 의무화하는 법률까지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학교에서 직접 급식을 제공하면 사고를 없애고 숱한 비리도 원천 봉쇄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찍부터 직영급식을 도입하자며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직영급식에 미온적인 일부 교장들을 비리의 주범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다행스러운 일일지 몰라도 직영급식은 그 폐해가 단숨에 드러났다. 개별 학교에서 일일이 식자재를 구매하다보니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무상급식까지 가세하면서 제대로 된 식단을 짜기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자체 급식에 따른 관리업무까지 늘어나는 바람에 학교 입장에서는 부담만 잔뜩 껴안고 있다.

어디 이뿐 만이랴. 지난해 국민 10명 당 6명이 학교급식으로 인한 식중독 피해자다. 학교급식 비정규직 종사자는 매년 정규직을 해달라며 아이들을 볼모로 파업을 벌이는 중이다. 학교급식 식자재를 두고 해마다 관련 업체의 로비도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 말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에 대해 정치계가 갑론을박을 벌였다. 정치적 이슈화를 떠나 세금의 쓰임새를 재고해보겠다는 측면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0년 공공부문 복지지출액이 28조7천억 원이었던 것이 2012년 124조8천억 원으로 4.3배나 늘어났다고 한다.

이제는 정부 인식과 의지의 문제다.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반복하고 있으나 이미 해답이 나와 있는 영역마저도 애써 외면하려 든다면 더 큰 화를 불러올 것이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정부의 용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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