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시장도 변화와 혁신이 해답
맥주 시장도 변화와 혁신이 해답
  • 이원배
  • 승인 2015.02.09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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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맥주 시장은 지난 80년간 현 오비맥주(옛 동양맥주)와 하이트진로(옛 조선맥주)가 양분해왔다. 주세법상 시설 규모 기준도 까다로워 진입 장벽도 높았다. 1930년대 초반 일제강점기 시절에 세워진 소화기린맥주(현 오비맥주)와 조선맥주(크라운맥주·현 하이트진로)는 광복 이후 국내 자본이 인수했다. 이후 과점 체제를 형성하며 80년간 안정적인 구도를 형성했다.

1950년대 중반 이후 주도권은 오비맥주가 잡았고 1990년대 중반까지 점유율 1위를 내주지 않았다. 맥주 시장에서의 오비맥주 점유율은 영원할 것 같았다. 하지만 오비맥주의 1위 신화는 1990년대 중반 무너졌다. 만년 2위 하이트진로가 비열처리와 ‘천연암반수’를 내세워 1993년 출시한 ‘하이트맥주’로 시장을 파고들더니 1996년에는 점유율을 뒤집은 것이다. 40여 년 만의 사건이다.

하이트맥주의 비열처리와 방식과 천연암반수라는 마케팅 키워드가 절묘히 먹혀 든 것이다. 여기에 1990년대 초반 터진 오비맥주의 낙농강 페놀 오염 사건 등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그보다도 하이트맥주의 변화에 대한 의지와 차별화가 성공했다는 평이다.

김정욱 BS증권 연구원은 “경쟁제품과 차별화시켜 비열처리맥주, 천연암반수맥주로 포지셔닝한 점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는 ‘오비아이스’와 ‘넥스’, ‘오비라거’ 등을 출시하고 박중훈과 강수연 등 당시 톱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했지만 하이트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김 연구원은 “오비맥주가 비열처리 맥주를 모방할 뿐 차별화 요소가 부재했고 멀티 브랜드 전략으로 마케팅 역량이 분산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마디로 기존 이미지만 붙잡고 과감한 차별화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이트맥주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까지 승리감을 만끽했다. 하지만 두 번째 전환점이 도래했다. ‘카스’를 인수한 오비맥주가 꾸준한 마케팅으로 제품을 전성기로 이끌며 2012년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한 것이다. 1990년 중반 역전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하이트진로는 안주했고 오비맥주는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

김 연구원은 “젊은 맥주 이미지를 강화한 마케팅과 오비 브랜드 마케팅과 리뉴얼을 중단하고 카스에 집중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점유율 1위를 만들어준 카스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산화취사건을 계기로 하락하기 시작한 점유율은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젊은 이미지’가 무색하게 소비자 절반 이상은 ‘정체됐다’거나 ‘지고있다’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하이트가 1993년, 카스가 1994년 출시됐으니 나이로 따지면 20살이 넘은 것이다.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간 맥주 시장을 보면 소비자들은 한 브랜드의 독주와 안주를 거부했다. 40년 1위 오비맥주를 과감히 밀어내는가 하면 또 변하지 않는 현재 1위를 외면한다. 게다가 현재 소비자 트렌드와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고 업체간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의 영광에 안주해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금세 ‘아 옛날이여’를 외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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