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불황 이기는 길은 협동조합 뿐!”
“외식업계 불황 이기는 길은 협동조합 뿐!”
  • 이인우
  • 승인 2015.02.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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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구매로 식자재 20~50% 싸게 구입… 인테리어까지 저렴하게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중소기업인 500명 중 33%가 2015년도 경기전망을 必死則生(필사즉생·죽기를 각오하면 살 수 있다)이라는 사자성어로 풀이했다.

임진왜란 당시 불과 12척의 전선(戰船)으로 300여 척의 왜군과 전투를 앞둔 조선 수군과 같은 각오를 갖지 않는다면 올 한 해를 무사히 넘기기 어렵다는 뜻이다.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요인은 이같은 각오뿐만 아니라 유리한 지형과 물 때, 상대적으로 우수한 타격력을 가진 화포,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전술 등이 있다.

지금 우리 외식업계도 당시 조선 수군과 다르지 않다. 외식업계도 아직 잘 모르고 있는 무기가 있다. 바로 경비절감과 우수한 식자재 확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다.

지난달 2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2014년 4/4분기 한국외식업경기지수’는 70.67에 머물렀다. 지난 2013년 4/4분기(73.09)보다 매출이 감소한 업체가 더 많았다는 얘기다.

분기별로 산출하는 외식업 경기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 매출이 감소한 업체가 많으면 많을수록 수치가 낮게 나온다. 이번 농식품부 등의 발표에 따르면 프랜차이즈와 개인 외식업소 모두 경기가 좋지 않았다. 이중 개인 외식업소의 경기하락폭이 프랜차이즈 매장보다 상대적으로 더 컸다.

필사즉생(必死則生)으로 위기 ‘극복 가능’

실제로 크고 작은 외식업소 모두 한숨만 쉬고 있는 상황이다. 외식 소비자는 하염없이 줄어들고 대신 HMR 등 대용식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한 번 발길을 끊은 소비자들은 과거 자주 하던 외식을 줄이는 대신 한 달에 한번쯤 근사한 메뉴를 즐기는 ‘로케팅 소비’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이같은 트렌드가 확산될수록 중소형 외식업소의 매출은 하락세를 벗어날 수 없다. 비싼 메뉴를 내놓는 대형 외식업소도 소비 빈도가 줄면서 수익구조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지난해 6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 경기체감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0명 중 8명이 ‘경영상 타격이 크다’고 응답했다.

또 이같은 상황에 따라 차입금 등 부채증가(27.8%), 세금 및 각종 공과금 체납(23.4%), 임대료 등 각종 대금 납부 지연(21.8%), 사장월급 반납(21.2%), 은행 등 대출상환 지연(19.0%), 종업원 감원(16.5%), 종업원 임금 지급 지연(12.0%) 등의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외식업중앙회의 조사에서도 경기악화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많은 외식업소 경영주들이 종업원 감원이라고 응답했다. 종업원을 줄이는 방안은 곧 비용절감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비용절감의 수단으로 당장 눈에 보이는 감원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앉아서 비용 줄이는 외식산업협동조합

감원보다는 비용을 줄이면서도 더 우수한 품질의 식재료를 보다 편리하게 확보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위기극복 방안이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미 이를 위한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단지 외식업계가 관행적인 식재료 확보 수단을 고집하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위기극복 방안을 스스로 무시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2013년 6월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한 ‘한국외식산업협동조합’(이사장 최인식·이하 외식업협동조합)은 감춰져 있는 외식업계의 공동자산이자 탁월한 전술무기다.

외식업협동조합의 주요 사업은 우수한 식자재의 공동구매다. 공동구매를 통해 전국 각지의 토종 식자재는 물론, 외국산 식자재도 20~50%까지 싸게 확보할 수 있다.

때문에 외식업협동조합은 ‘식재료 가격의 10% 절감은 사업장 수익을 10% 증가시킨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종업원 1명을 줄여 사업장 경상비 10%를 줄이는 대신 ‘앉아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눈앞에 있는 셈이다.

기존 식자재 확보 비용에는 생산자인 농민부터 밭떼기 중간상인→공판장 이용 수수료(7%)→경매수수료(7%)→경매인 이윤(5~10%)→소매 이윤(15~20%) 등 총 34~44%의 수수료를 더 부담해야 했다.

외식업협동조합을 통해 식재료를 구매할 경우 이같은 수수료를 전혀 들이지 않고 고객에게 더 안전하고 맛있는 메뉴를 제공할 수 있다. 또 공동구매의 특성상 대량 계약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날씨나 가축전염병, 유가 폭등에 따른 신선식품 가격의 등락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식재료 확보도 가능하다.

여기다 주류도매상과의 협약으로 소주, 맥주 등의 가격도 대폭 할인해 공급하기 때문에 외식업소의 부담을 더 줄일 수 있다.

외식업협동조합은 이같은 공동구매사업을 위해 지난 2013년 영양고추유통공사, 신안군 신의도 육형제소금밭, 상주시 등과 업무제휴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했고 지난해는 선호상사와의 주류공급계약 체결, 함양군, 동원F&B, 청원생명쌀(추청)과의 MOU를 진행했다.

빈익빈 구조를 부익부 구조로 탈바꿈

외식업협동조합의 업무는 식재료 공급에 그치지 않는다.

외식사업장에 필요한 설비와 주방기기, 식기, 홀에서 사용하는 각종 소품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도 있다. 여기다 신규 사업장의 내외장 공사와 기존 사업장의 리모델링 등 인테리어 사업까지 시중 가격보다 저렴한 부담으로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외식업협동조합은 아직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현재 쌀과 천일염, 고춧가루, 멸치, 참기름과 향미유, 생수, 주류 등 외식업소 필수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으나 대상 품목의 확대가 필요하다.

품목 확대는 구매량과 비례한다. 하지만 아직 외식인들의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조합원 수가 많지 않고 심지어 조합원들조차 공동구매 이용률이 낮은 편이다.

사업장 경비를 크게 줄여 업계 불황에 따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조합원이 되는 방법도 어렵지 않고 경비가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조합 가입을 위해서는 사무국에 가입원서를 제출하고 최소 3구좌의 출자구좌를 개설하면 된다. 출자구좌는 한 구좌 당 10만 원. 총 30만 원이다. 조합비는 탈퇴 시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

조합원 수가 많아지고 공동구매량이 많아질수록 조합의 힘이 커지게 된다. 산지 직거래나 계약재배, 식품제조업체와의 가격협상 등을 훨씬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 결국 조합원들은 같은 식재료를 보다 싼 가격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빈익빈 구조를 부익부 구조로 탈바꿈하는 가장 빠른 길은 바로 외식업협동조합 가입과 적극적인 활용이다.

이인우 기자 liw@foodbank.co.kr

▶ 장기조 한국외식산업협동조합 부이사장
“월 1억 매출 외식업소는 연 1억 원 절감!”

“월 1억 매출 외식업소는 연 1억 원 절감!”

“한국외식산업협동조합을 설립만 하면 외식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외식인들을 위한 조합은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장기조 외식업협동조합 부이사장의 말이다. 장 부이사장의 예측은 그러나 크게 빗나갔다. 때문에 그의 안타까움도 커지고 있다.

장 부이사장은 “외식사업자들이 주체가 된, 외식사업자를 위한 협동조합이 없다면 대기업 외식프랜차이즈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기업 외식프랜차이즈는 막강한 구매력으로 국내 식자재유통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군소 외식업소로서는 가뜩이나 열악한 자본력으로 상대적으로 더 비싼 식재료나 시설, 기물을 구입해야 한다.

장 부이사장은 “작은 힘을 모아 구매력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협동조합”이라며 “그럼에도 외식업협동조합에 대한 참여율과 이용률이 적은 이유는 조합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많은 외식인들이 조합을 재건축조합 등과 동일시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추천과 권유에 따라 조합에 가입한 외식인들조차 공동구매사업을 이용하지 않는 실정이다.

장 부이사장은 “현재 개인적으로 운영 중인 외식업소들의 식재료 구입비만 월 8억~9억 원에 달하지만 대량구매에 따른 혜택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여러 외식인들이 모여 더 많은 구매량을 확보할 때 원활한 공동구매를 진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외식업계 전체 매출규모를 약 80조 원으로 본다면 식자재 비용만 전체 40%인 32조 원에 달하지만 99%의 외식인들이 개별구매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장 부이사장은 “정부가 지금까지 진행한 유통합리화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며 “협동조합을 통한 대량 구매와 농산물 계약재배가 활성화된다면 유통합리화 효과도 저절로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식자재 구입에서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외식인들이 스스로 지금대로라면 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며 “월 매출 1억 원의 업소가 조합을 이용할 경우 식자재 구입비 4천 만원 중 최소 800만 원, 연간 1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동조합이란?

외식인의 ‘영리’를 위한 협동조합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은 지난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하 기본법) 발효와 함께 크게 활성화도기 시작했다.
기본법 발효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은 농업협동조합 등 산업별 조합과 신용협동조합 등에 국한했다. 하지만 기본법이 발효되면서 5인 이상 조합원을 모으면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누구나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지난 2월 4일 기준 국내 협동조합은 6683개에 달한다. 이 때문에 비영리 단체인 (사)한국외식업중앙회, (사)한국외식산업협회 등과 구분된다. 외식업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보다 싼 가격으로 식재료를 확보하는 사업 등에 주력하면서 공동 이익을 창출한다.

이같은 사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배당한다, 주식회사 등은 대주주가 모든 이익을 차지하는 반면, 협동조합은 필수 운영경비를 제외한 모든 이익을 조합원에게 환수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또 3구좌를 개설한 조합원과 100구좌를 개설한 조합원이 똑같은 발언권과 의사결정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가장 민주적인 조직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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