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사실은 친환경과 유기농을 강조하는 제품들 다수가 가격 프리미엄을 붙이고 있다. 가장 저렴한 제품과 비교했을 때 많게는 2배 이상, 아무리 못해도 20~30%의 고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물론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해 일반 농법보다 생산비용이 더 많이 든다면 그만큼의 가치를 매겨야 하겠다.
그러나 우리는 따져봐야 한다. 친환경을 강조하는 제품들이 과연 얼마만큼 솔직한지 말이다. 특히나 소비자가 친환경이란 명목으로 돈을 더 낸 제품들이 친환경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지 궁금증을 가져야 한다. 불편한 진실이겠지만 친환경 제품 다수는 그럴싸한 포장과 브랜드 가치 비용 등 각종 부가가치 비용이 결합하면서 높은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즉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친환경으로 포장된 제품, 이른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제품이 넘쳐나고 있음을 소비자들은 직시해야 한다.
최근 급식업계 관계자들과 신년 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바른먹거리’란 캐치프레이즈로 유명한 E사가 지난해 공공기관 입찰에서 갑자기 자진 철수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궁금증을 참다못해 해당 공공기관에 문의해보니, 경쟁사인 A사가 과거 E사가 운영하던 사업장에서 위생사고가 일어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해당 공공기관 관계자는 E사에 관련 서류들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고, E사는 서류 제출은커녕 줄행랑을 쳤다.
공공기관 급식시장은 단가가 매우 박하다. 많아야 5천 원이고 평균 3천 원 대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급식이 아무리 박리다매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지만 한정된 단가에서 고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급식을 제공하기란 실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E사는 공공기관 시장 입찰에 들어서면 프리젠테이션에 항상 바른 먹거리를 강조하고 있다고 전한다. 한정적인 단가에서 자사의 바른 먹거리 철학을 구현하겠단 각오지만, 이러한 위생사고 하나 못 막는 것을 보면 분명 그린워싱의 한 부류임이 자명하다.
최근 E사의 그룹사는 해외사업 실패의 쓴맛을 단단히 보고 있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해외사업 적자를 메워나가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중이다. 이는 친환경 마케팅이 국내에서 통할지언정 해외 소비자들에겐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관련 업계는 이제 친환경이란 명목으로 소비자의 찜찜한 기분을 자극하기보다 자사의 진정한 경쟁력을 보여주는 차별성에 힘을 쏟아야한다.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면 쌍수 들고 환영하지 않을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아울러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품의 생산과 소비를 진정으로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시장의 변화를 이끌 힘은 소비자가 가지고 있다. 소비는 투표와 같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가 국가 미래를 결정하는 것처럼 현명한 소비활동이 시장의 방향을 건전하게 바꿀 것이다.
김상우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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