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떡도 중견기업은 못 만든다
떡볶이 떡도 중견기업은 못 만든다
  • 이인우
  • 승인 2015.02.27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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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위, 중기적합업종 품목 54개 지정
식품업계 “시대착오적 시장개입” 불만
떡국용 떡과 떡볶이 떡도 2017년까지 중소기업적합업종 품목으로 묶이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기업이나 중견 식품기업은 떡국용 떡 등을 제조·판매할 수 없다.

이밖에 간장·고추장·된장·청국장 등 전통장류와 김치, 두부, 어묵, 햄버거빵 등도 중기적합업종으로 남게됐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제33차 동반성장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동반위는 이날 지난해 중기적합업종 권고기간 연장을 논의했던 77개 품목 중 간장, 김치, 두부 등을 적합업종으로, 막걸리와 옥수수유, 다류 등은 상생협약 업종으로 결정하는 등 총 54개 품목을 지정했다. 이중 식품 관련 품목은 16개다.

●국산콩 사용하는 두부는 제외

특히 지난해 12월 논의했던 떡국용 떡과 떡볶이 떡 등을 새로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의 관련사업 진행을 차단했다. 다만 두부는 국산콩을 원료로 하는 경우에 한해 대기업의 사업 진행을 허용키로 했다.

이는 두부를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함으로써 국내 콩 재배농가의 판로를 막았다는 비난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중기적합업종 지정은 그동안 중소기업 보호보다 관련 업종의 침체만 부추겼던 사례를 반복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식품업계 등에서는 중기적합업종에 지정돼 대기업이 손을 떼면 오히려 업종자체가 위기를 맞는 사례가 반복돼 ‘적합업종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왔다. 실제로 막걸리, 두부, 장류 등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배제되면서 지속성장의 동력을 잃어 왔다.

동반위도 이같은 사실을 인식, 두부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R&D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키로 했다. 어묵도 대기업의 생산시설 확장을 자제토록 한 반면, 신제품 개발을 위한 시설 확장은 허용하는 등 정책의 일관성을 잃고 있다.

한 식품 대기업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중소기업 보호와 대중소기업 상생을 내세운 중기적합업종 지정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이는 사실상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부당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해 관련 시장 전체의 발전을 막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부업계 관계자도 “그동안 해외시장을 겨냥해 대기업이 진행해 온 연구개발과 투자가 사장될 수밖에 없다”며 “더 좋은 상품과 편익을 찾는 소비자들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객관적 성과자료 없이 지정에 급급

한편에서는 동반성장위가 지난해까지 진행해온 중기적합업종 지정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검증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기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중소기업의 성장이나 관련 시장 확대 등 객관적인 검증자료를 내놓지 않고 재지정에만 급급해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첫 시행된 중기적합업종 지정은 3년을 시한으로 한다.

당초 101개 품목이 지정됐으나 지난해 82개 품목의 기한 만료에 따라 중소기업이 재합의를 요구한 77개 품목 중 이번에 54개 품목을 지정한 것이다. 하지만 2011년부터 시행한 중기적합업종 지정 성과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진바 없다.

동반위와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3년 여에 불과한 짧은 기간 동안 경제사회적 성과를 가시화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11년 두부가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뒤 CJ, 풀무원 등이 사업에서 손을 떼거나 축소, 2013년 국산콩 수매량이 2만t에서 1만t으로 감소했다.

주로 외국 콩보다 비싼 국산 콩을 이용해 두부를 제조한 기업은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중기적합업종 지정으로 국내 농가소득마저 크게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막걸리도 중기적합업종 지정 후 연간 총 매출액이 15%나 축소되는 등 모처럼 일었던 막걸리 붐마저 사라졌다. 특히 지난해 2월 중기중앙회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뒤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9.1%에 불과했다.

결국 대중소기업 상생을 내세운 중기적합업종 지정은 기대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동반위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보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까지와 같이 대기업 및 중소기업 대표로 구성된 형식적인 위원단에 의존해 진행하는 사업은 탁상행정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인우 기자 li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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