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기반 위에서 100년 내다보는 ‘초심’
40년 기반 위에서 100년 내다보는 ‘초심’
  • 이인우
  • 승인 2015.02.27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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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희 원앤원 주식회사 대표이사
▶ 박천희 원앤원주식회사 대표이사
박천희 원앤원 주식회사 대표이사는 옛 원할머니보쌈을 둘러쌌던 정과 인심을 기억한다. 간판도 없는 좁은 보쌈집 앞에 긴 줄을 서다 한 잔 소주를 털어 넣으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던 손님들을 기억한다.

“1975년은 참 어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하루 일을 마친 저녁 무렵, 사람들은 할머니집을 찾아와 보쌈 한 접시에 소주를 시켜 고단한 마음을 달래곤 했습니다.”

박 대표는 간판 하나 없는 작은 식당을 보쌈 하나만 보고 찾는 이들을 보고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할머니의 보쌈 맛을 전국 어디서나 즐길 수 있도록 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찾을 것이란 확신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1991년에야 보쌈김치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해법을 찾았고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프랜차이즈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했지만 원할머니보쌈은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김치 맛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 라는 고객의 신뢰가 쌓여 결국 그 이상의 보답을 가져다줬다”고 회상한다.

16년 만에 가맹사업 첫발

당시는 이미 놀부보쌈, 본할머니보쌈, 원조할머니보쌈, 할매보쌈, 부부보쌈 등 유사 업소가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잘 되는 식당마다 겪는 원조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박 대표는 이를 계기로 원조라는 뜻의 ‘원할머니보쌈’으로 상표등록을 하고 사업 확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원조논란을 정면 돌파해 본격적인 프랜차이즈사업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이틀만에 맛이 변하는 겉절이 김치의 특성을 감안해 당일 공급이 가능한 수도권과 경인지역을 대상으로 가맹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원유통을 설립했다.

“1991년 8월 원유통을 설립한 뒤 4개월만인 11월 원할머니보쌈·족발의 가맹1호점인 안산 상록수점을 개점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머리 속에는 ‘선진국형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해 건실한 기업의 모습을 갖추고 싶은 꿈을 지울 수가 없었고 결국 1998년 ‘원앤원주식회사’로 법인화해 대한민국 최고의 외식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됐습니다.”

할머니보쌈집의 문을 연지 16년만에 가맹사업을 시작했고 23년만에 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그리고 또 17년이 흘렀다. 박 대표는 반세기 가까운 업력을 쌓은 지금도 여전히 초심을 말한다. 또 고객과 함께 지나온 시간을 소중히 간직한다.

“지난 40년 동안 IMF 구제금융 사태, 글로벌 금융 위기, 유사 상표의 범람, 원가 상승 등 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고객의 확고한 브랜드에 대한 믿음과 가맹점의 협력, 임직원들의 주인의식에 힘입어 모든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해왔습니다. 특히 97년 외환위기 당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문을 닫을 때 우리 원앤원은 오히려 고속 성장을 지속한 일은 잊을 수 없습니다.”

박 대표는 당시 고속 성장의 동력으로 가맹점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꼽는다. 이를 바탕으로 본사 임직원이 똘똘 뭉쳐 국가적인 위기에서 오히려 더 크게 성장했다는 얘기다.

제2브랜드 박가부대찌개 첫발

원앤원주식회사는 법인 설립 후에도 쉽게 제2브랜드 론칭에 나서지 않았다. 정확히 10년이 지난 2008년에야 박가부대찌개를 론칭했다. 무려 33년 동안 원할머니보쌈 브랜드만 운영해온 것이다.

그리고 다시 5년이 흐른 2011년 커피에투온을 시작으로 2013년 이트피자, 모리샤브, 툭툭샐러드바, 잇델리앤카페, 족발중심 등 6개 브랜드를 쏟아내듯 론칭했다.

“한 분야의 최고가 아니라면 어떠한 사업을 론칭해도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제2브랜드 론칭을 서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전국 매장의 품질 균일화를 실현하기 위해 ‘김치숙성지연기술’ 개발에 열과 성의를 기울였습니다. 결국 숙성지연기술을 개발해 원할머니 손맛과 똑같은 보쌈을 전국에 제공할 수 있었고 2004년 ‘양파형 개량 보쌈김치 및 그 제조방법’을 개발해 특허 등록과 더불어 전국 매장 네트워크를 실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같은 신념으로 2007년 콜드체인시스템을 갖춘 천안 본사 식품공장을 준공했다. 박 대표는 자신의 신념을 현실화하는데 소요된 시간이 30여 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제2브랜드인 박가부대찌개도 원할머니 패밀리 브랜드로서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동종업계 최강 브랜드로 포지셔닝했다. 부대찌개의 콘셉트와 맛의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와의 관계 마케팅으로 부가적인 시장 창출효과를 얻으려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박가부대찌개는 기존 부대찌개의 텁텁함과 다른 깔끔하고 시원한 맛에다 특허출원된 황토가마에 국내산 참숯만을 넣어 원적외선 쿠킹 공법으로 조리해 건강까지 충족한다.

특히 예비창업자에게는 간편 조리 시스템으로 ‘쉬운 창업’을, 점심 저녁 메뉴 이원화와 빠른 테이블 회전으로 매출을 높이는 ‘되는 창업’이 가능토록 한다.

지속가능한 경쟁우위 확보부터

2011년 이후 6개 브랜드를 론칭한 이유는 그동안 쌓은 탄탄한 기반 위에 세운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수평·수직적인 양적·질적 확대와 융복합화 테스트 등을 통해 시장의 기회를 타진하고 선점한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박 대표는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가 사라질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전성기의 경쟁우위와 차별성에 도취돼 스스로 함정에 빠질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없애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새 브랜드는 한식과 이탈리안, 카페 등 크게 3개 업종으로 나뉜다. 박 대표는 이를 원앤원의 브랜드 세분화(segmentation)전략이라고 밝혔다. 먼저 Fast Food와 Quick Service Restaurant, 그리고 Full Service Restaurant 등 3가지로 세분화한 것이다.

박 대표는 “수평적인 확장과 시장 검증을 위해 외식 카테고리를 정의하고 그에 맞는 아이템을 발굴해 브랜드화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마케팅, 재무, 출점, 인사, 노무, 법률 등의 새로운 전략이 만들어지고 성공과 실패를 통해 노하우가 습득돼 정제화된 best practice를 찾아내는 과정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고 풀이했다.

단순히 한식, 이탈리안, 카페를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업종으로 보는 단순한 관점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또 500엔 대의 저렴한 파스타와 피자, 스테이크 등으로 일본의 국민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은 ‘사이제리아’를 말한다.

사이제리아는 ‘맛있어서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 잘 팔리는 것이 맛있는 요리’라는 고객 중심 시각을 제시한다.

“사이제리아의 전략과 같이 외식업의 핵심은 철저히 고객과 시장 지향적이어야 한다는 점과 공급자 위주의 사고방식과 제품은 시장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원앤원 사업 전개의 기본 방침입니다.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VFM(Value For Money)를 높이고 적정한 점포 이익유지를 위해 프라임코스트를 낮출 수 있는 지속적인 연구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더 큰 사람 더 큰 행복’의 실현

원앤원은 ‘더 큰 사람 더 큰 행복’이란 비전을 제시한다. 박 대표는 이같은 비전 실현을 위해 준비되지 않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론칭을 경계한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 이상의 프랜차이즈의 매장이 생겨나는데 반해 준비되지 않은 채, 현재 상황에 만족하며 더 이상 발전하지 않으려는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 음식장사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예비 창업자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아이템 선정, 시장의 동향, 상권분석, 매장경험 등 모든 분야에 대해서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부족한 부분은 각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앤원주식회사는 지금 당장 진행 중인 사업에 연연하지 않는다. 원앤원의 독자적인 정의를 바탕으로 비전 체계를 정립하고 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진한다. 이를 통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기업의 기틀을 다지고 또 다진다.

외식기업으로서 ‘맛’에 대한 정의도 제시한다.

외식 프랜차이즈는 똑같은 맛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똑같은 맛의 유지는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얘기라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 트렌드가 바뀌듯 손님들의 입맛도 변화한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속적으로 맛에 변화를 줘야 한다. 메뉴의 차별화도 필수적이다.

더 큰 관점에서 보면 기존의 익숙한 것들로부터 스스로 탈출하고자 하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오래된 기업은 익숙한 패러다임에 갇혀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여기에 머물러있으면 행동 하나하나에도 제약을 받게 된다. 이미 견고해진 ‘알’을 깨트리고 다시 과감한 도전에 나서야 한다.

박 대표는 이 때문에 최근 ‘기업문화’가 새롭게 주목받는다고 말한다.

“문화를 바꿔야만 변화할 수 있고 생존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전략, 비전, 미션, 사명 등이 뒤죽박죽 얽혀있어 앞으로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 임직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앤원주식회사가 40주년을 맞아 명확한 비전 체계도를 재정립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기다 당장 직면한 환경은 그리 녹록지않다. 우리나라 경제는 이미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데다 이에 따른 소비위축은 외식업계 매출의 수직 하락을 가져오고 있다. 이럴수록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지난 1970년대 모두가 가난했던 청계천8가 시절, 할머니보쌈집에서 삶아내던 정성 가득한 수육과 보쌈김치로 돌아가는 일이다. 할 일은 또 있다. 옛 할머니보쌈의 정성에 40년이 흐르면서 변화한 첨단 서비스 시스템을 접목하는 일이다.

외식경영의 4대 요소인 맛, 서비스, 분위기, 가격(Q·S·C·V)의 균형을 맞추는데 주력해야 한다. 외식기업의 가치와 브랜드 가치는 고객 가치와 삶의 질까지 높여줄 수 있는 메뉴와 서비스 제공에서 얻을 수 있다.

박 대표는 40주년 이후의 비전에 대해 ‘초심을 잃지 않은 기본과 수익성 강화, 가맹확대를 통한 100년 기업 준비’를 제시했다.

“원앤원주식회사는 늘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혁신을 꾀하는 한편, 탄탄한 외식사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강하고 차별화된 식문화를 이끄는 주역으로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또 건전한 일자리 창출, 다양한 사회공헌 등 기업의 사회적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2020년 한국 최고의 글로벌 외식문화기업을 만들겠습니다.”

이인우 기자 li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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