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무너진 사회기강 아이들의 먹을거리도 망친다
[월요논단]무너진 사회기강 아이들의 먹을거리도 망친다
  • 관리자
  • 승인 2015.03.0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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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계란 가공공장에서 쓰레기로 버려야할 계란 찌꺼기를 다시 제품에 합쳐 식품원료로 제빵‧제과 업소에 공급한 어처구니없는 범죄가 내부고발로 밝혀졌다.

또 한편에서는 오랫동안 저장되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변질된 고기를 신선한 고기에 조금씩 섞어 요식업체에 공급하다가 발각되었다.

계란은 껍질에 닭의 분변과 생육장에서 오염되는 각종 식중독균이 존재할 수 있고 이들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케이크와 과자에 오염되면 심각한 식중독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상한 고기는 음식의 맛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부패과정에서 생성되는 독성물질과 끓여도 죽지 않는 내열성 세균으로 인해 심한 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범죄행위들이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식품안전관리가 부실하고 해썹(HACCP)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서일까?

1960~70년대 우리나라의 식품위생 개념이 아직 자리 잡지 못하던 시대에는 식품제조업자의 무지와 부주의로 롱가리트 사건, 물감들인 고춧가루사건 등 수준 이하의 식품사건들이 많았다.

우리 식품산업이 급속히 발전했던 1980~90년대에는 화학간장사건, 콩나물 농약오염사건, 라면 우지사건, 고름우유사건, 통조림 포르말린사건 등 비전문가들의 오판과 관리 당국의 미숙한 대응으로 식품산업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등 소비자들에게 국내 식품산업에 대한 불신만 키웠던 시대가 있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아크릴아마이드파동, 광우병 소고기파동, 과자 첨가물위해파동 등 세계적인 식품위생 이슈들이 그대로 우리사회를 긴장시켰고, 유전자변형 두부사건, 불량만두사건, 김치 기생충알사건 등 관리당국의 오판과 언론의 과장 조작보도에 의한 대형 식품사고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나는 일련의 식품사고들은 좀 색다르다. 가락시장 쓰레기통에서 수거한 것을 대형 음식점에 납품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진 육재료를 곰탕집에 대량 판매하고 저질 원료로 맛가루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불법행위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계란가공공장의 폐기물 혼입이나 썩은 고기 혼합유통도 이러한 비양심적인 상행위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부정 불량식품 유통을 우리사회가 척결해야할 4대악의 하나로 지목하고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처럼 잘못된 흐름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의 근본 원인은 식품가격 억제정책 기조에서 발생한 무리한 가격 경쟁과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법 경시풍조와 가치관의 혼란에 있다고 본다. 남들이 다 하는 부정을 나도 좀 하면 어떻겠냐는 도덕심의 파괴와 사회 기강의 해이가 낳은 결과이다. 쓰레기 봉지 하나가 길가에 놓이면 그곳이 곧 쓰레기장으로 변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저축은행 사건으로 수많은 서민이 피땀 흘려 모은 돈을 한 순간에 떼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비리가 폭로돼도 창피만 주고 사과하면 저희들끼리 면죄부를 주는 원칙 없는 사회에서 깨끗하고 정성이 깃든 음식을 사먹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국민 대다수는 법을 잘 지키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불행하게도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들이 보여주는 파렴치한 행동들이 국민을 병들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 식품업계는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국민의 생존이 달려있는 식품을 취급하는 일이므로 어머니와 같은 사랑과 책임감으로 이 혼탁한 사회를 정화해 나가야 한다.

중소 식품제조업 CEO들과 식재료 유통업자, 외식산업 경영자들에 대한 정신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들에게 바르게 잘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왜 식품산업을 양심적으로 바르게 운영해야 하는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가르치고 식품업계를 선진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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