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창조적 서비스’ 에 관한 감동보고서
어느 ‘창조적 서비스’ 에 관한 감동보고서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03.2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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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 전주대학교 객원교수/(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아무리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 고객 낙루, 고객 혼절시대에 고객이 왕이라 하더라도 서비스 제공자가 손님의 다소 무리한 요구까지 모조리, 그리고 반드시 들어줘야 하는 건 아니다.

고객 요구내용의 객관적 타당성과 서비스 제공자 측의 수용가능성 여부에

따른 적절한 응대가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서비스 제공자 측에서 가령 고객 측의 다소 무리한 요구라 하더라도 다짜고자 거절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듯 몸짓만 보여도 고객들은 좋아하고 고마워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주 나까지 모두 일곱 명의 일행이 경험한 서비스는 오랜만에 받아 본 진짜 멋지고 따스한 서비스, 그야말로 사람 냄새 물씬한 서비스였다.

나와 공군장교 동기생 주축 열댓 명의 회원들이 평균 석 달에 한 번 모여서 저녁식사와 함께 주제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는 자그마한 포럼의 모임 장소는 서울대 캠퍼스 내 호암 교수회관. 지난 12일 저녁에도 일곱 명의 멤버들이 신년 첫 모임으로 모였다.

15년 관행에 따라 토론과 식사를 모두 마치자 그 날의 주제 발표자 중 한 분인 K교수가 가방에서 조그만 쿠키 한 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하나밖에 없으니 일곱 등분해서 같이 먹자고 제안했다. 문제는 쿠키의 크기, 엄지손가락 두 개를 합쳐놓은 정도의 크기였으니 한 사람이 디저트 삼아 먹기에 딱 좋았다. 하지만 7등분하기에는 무리였다.

손재주가 없는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할 수가 없어 나는 우리 방 담당 여직원에게 거절당할 각오로 부탁해 보기로 했다. 작은 쿠키를 내 놓고 7등분을 제안했던 K교수의 표정이 워낙 진지했기 때문이었다. 그곳의 상품이나 메뉴가 아닌데다가 생각하기엔 귀찮은 일이라서 거절당하리라 예상했지만 다행히 담당 여직원은 그 까다로운 부탁을 선선히 수락하고는 칼이 있는 주방으로 가는 듯 했다. 그리고 10여 분 후 돌아 왔다. 손수레에 7개의 조그만 개인별 접시를 싣고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엄지손가락 두 개 크기의 조그만 쿠키가 개인 접시 7개에 캐러멜 크기의 아주 작은 조각으로 흩어져서 너 댓 조각의 견과류로 둘러싸인 앙증맞은 디저트 디쉬로 변신, 귀여운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상천외의 서비스를 제공한 담당 직원에게 놀라움과 고마움을 섞어 박수로 감사를 표했다. ‘부탁하신 쿠키를 7등분해 놓고 보니 워낙 크기가 작아서 잡수실 것도 없고 볼품도 없어서 고심 끝에 맥주와 와인 서비스 때 무료로 제공하는 견과류 안주를 더 놓았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의 말씨와 태도는 매우 공손했고 설명 내용 역시 매우 웅숭깊게 느껴졌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감사와 격려, 그리고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이게 바로 ‘창조적 서비스’가 아니고 무엇인가. 감동 서비스? 어렵고 까다롭다지만 결국은 사람이었다. 고객과의 소통과정에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직원의 태도와 언행은 그 기업의 문화와 서비스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니 그 기업의 전체적 서비스 퀄리티,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최초 자리 안내에서부터 시작해 주문, 식사, 그리고 계산을 거쳐 돌아갈 때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직원들의 태도와 언행에서 고객에 대한 이해의 내용과 배려의 수준이 있는 대로 묻어나기 때문이다.

서비스 기업의 오너나 경영자 입장에서 주문을 많이 받아 오는 직원은 참 예쁘고 듬직하고 기특하다. 그렇지 못한 직원은 그다지 예쁘거나 믿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손님입장은 다르다. 완전 그 반대다. 오너나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자리 값도 안 되는 하찮은 주문이지만 마음으로 감사하고 자신을 왕처럼 떠받드는 직원이 좋다. 어떻게 해서든 주문만 많이 받으려 집요할 만큼 바싹 달라붙는 직원은 거머리처럼 싫은 게 사실이다. 어느 쪽이 반드시 옳고 어느 쪽이 반드시 그른지 정답은 없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손님을 기분 좋게 해야 그의 지갑이 쉽게 열린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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