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에 충실하자
본질에 충실하자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03.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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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규 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장/전주대학교 한식조리학과 교수

Foodex Japan 2015 참관과 개인적인 관심사인 일본의 오래된 가게들을 둘러볼 목적으로 지난 3월 초에 일본을 방문했다.

Foodex Japan은 올해 40회째를 맞는 식품전시회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전시회이며 우리와 식재료가 비슷하고 기호도에 있어서도 비슷한 점이 많아 벤치마킹을 겸해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전시회이다.

10여 년 전에 참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큰 규모로 많은 업체들이 참가하고 있었고, 다른 것이 있다면 일본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외국 업체들의 참가가 크게 늘어난 것이었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틀 간에 걸쳐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우리나라 전시회와의 차이점을 찾을 수 있었다.

전시회의 기본 목적은 업계에서 새롭게 개발됐거나 도입된 신기술 및 신제품의 소개, 업계간의 교류 및 협력, 그리고 회사와 제품의 홍보, 국내외 바이어와의 거래 상담 등이다. 이번 전시회를 참관하면서 보인 것은 전시회가 전시회 그 자체의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서울, 수도권, 광주, 부산 등 여러 지역에서 식품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많은 전시회에서는 전시회의 기본 목적에 판매라는 또 하나의 역할이 추가돼 있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시회라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구매자와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역할이 주된 목적인데 판매가 앞서다보니 전시회가 아닌 판매전이 되면서 전시를 목적으로 참가한 업체와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보고자 참석한 소비자들에게는 혼잡함으로 인한 피해를 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전시회라는 이름 하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판매가 원활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결국 전시회로서나 판매전으로서 어느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이름에 맞는 행사가 돼야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은 ‘가업(家業)’이라는 개념이 정착되어 잘 이어지고 있는 나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일본의 전시회 참관 후 대를 이어 오랫동안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게들을 둘러보았다. 짧게는 100여 년부터 길게는 300여 년을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가게들이었다. 품목도 다양해서 300년 동안 가쓰오부시만을 만들어 온 가게, 콩으로만 수십 가지의 상품을 만들어 파는 가게, 두부를 만드는 가게,  이쑤시개만을 꾸준하게 만들어 오는 가게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이러한 가게들이 있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가업을 이어온 가게들의 공통점은 바로 ’본질‘이다.

100년에서 300년 이상 가업을 이어 오면서 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고 가업의 본질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름이 나고 사업이 잘 되면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다른 사업으로의 확대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들 가게는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의 확대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본질에 대한 확고한 신념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주게되고 이 믿음은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선순환의 원동력이 된다.

언제나 행사를 개최하거나 사업을 새로 시작하게 되면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어떻게 하면 사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성공적으로 개최된 행사나 성공한 사업을 보면 앞선 일본의 예와 마찬가지로 행사나 사업의 본질을 놓치지 않고 있다.

전시회는 전시회로서 본연의 성격을 잘 유지하고, 사업은 처음 시작한 사업의 기본을 놓치지 않고 유지하는 것에서 성공의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요즘에 들어서 이러한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인성을 잊어버린 개인, 인력양성과 학문연구의 본질을 잊어버린 교육, 본질에서 벗어난 새로운 사업으로의 확장,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정치 등 수없이 많은 것들이 본질을 잊으면서 혼란이 생기고 있다. 하루 빨리 사회의 모든 것들이 그 본질을 다시 생각하고 본질에 충실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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