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시장,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할랄시장,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04.0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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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할랄식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박대통령이 순방 중 아랍에미리트(UAE)와 할랄식품 관련 MOU를 체결함에 따라 정부는 물론이고 식품 대기업을 중심으로 중동시장을 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할랄(Halal)은 아랍어로 ‘신이 허용한 것’이란 의미로 이슬람 율법상 무슬림(약 17억 명)이 먹고 사용할 수 있는 식품·의약품·화장품 등을 총칭하는 말이다. 세계 할랄식품 시장은 지난 2013년 1조2920억 달러(약 1421조 원) 규모를 보였다. 이는 7조3020억 달러(약 8032조 원)로 추정되는 전 세계 식품시장의 17.7%를 차지하는 규모다.

더욱이 오는 2019년에는 2조5370억 달러(약 2790조 원)로 성장, 세계 식품시장의 21.2%를 점유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7년여 만에 96.4%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무슬림의 인구 증가와 함께 중동 지역의 강한 경제력에 따라 구매력이 커지기 때문에 이같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식품·외식기업, 세계 시장 80% 점유

현재 할랄식품 시장은 스위스의 네슬레, 프랑스 다농, 미국의 사프론 등 비무슬림 다국적기업이 일찌감치 뛰어 들어 전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외식기업의 경우는 KFC 등이 영국에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한 육류를 사용해 만든 할랄버거 매장을 운영하는 등 극히 소수의 기업들이 적극 참여함으로써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할랄식품 시장의 가능성은 무한하지만 국내 할랄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6억8천만 달러(약 7470억 원)로 매우 미미한 상태이다. 수출품목도 커피, 라면, 비스켓, 조제분유 등 가공식품이 대부분이어서 수출 유망품목의 개발도 시급한 실정이다.

할랄식품 시장에 뛰어든 국내기업은 대상, CJ, 아워홈, SPC 등 식품 대기업과 한성김치 등 중견기업들도 할랄인증을 받고 점차 수출을 늘리고 있다. 할랄식품 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외식기업들은 주로 치킨을 취급하는 제너시스 bbq, 교촌치킨, 네네치킨 등이다.

이들 기업은 수년전부터 꾸준히 할랄인증을 받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아워홈의 경우 한국을 찾는 무슬림이 크게 증가하는 점을 겨냥해 올해 9월 인천공항에 할랄 푸드코트를 열 계획으로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할랄인증 한식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정부 역시 연간 75만여 명에 달하는 무슬림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내년부터 무슬림 친화식당 등급제를 시행하는 한편 오는 5월까지 가이드북을 아랍어로 제작, 이슬람국가에 배포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달 한국식품연구원에 할랄식품사업단을 출범시켜 할랄식품 개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오는 2017년까지 전북 익산에 만들어지고 있는 국가 식품클러스트에 할랄식품 전용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제각각 정책 시행 따른 리스크 우려

중국과 더불어 거대 시장으로 떠오르는 무슬림 국가는 분명 국내 식품·외식업계의 새로운 시장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박대통령이 중동 순방 이후 무슬림에 큰 관심을 갖자 농식품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등 각 부처마다 무질서하게 TF나 사업단을 만들고 할랄인증을 위해 도계장을 만들겠다는 등의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효과를 얻으려는 몰아치기 식 정책은 자칫하다 큰 리스크만을 떠안을 수 있다. 이슬람 국가에 식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할랄인증을 받아야 한다. 할랄인증 기관도 전 세계에 300여 개 단체가 난립해 있다.

인증요건도 각 국가별로 다른 것은 물론, 인증기관마다 각기 다른 이슬람법 해석에 따라 제각각의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또 이슬람 국가들이 저마다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해 인증 요건을 강화하는 등 할랄식품의 걸림돌은 수없이 많다. 따라서 이런 현지 사정을 모르고 무조건 덤벼들다가는 엄청난 리스크만 떠안고 처참한 결과를 남길 수 있다.

할랄식품 관련 정책수립과 집행을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 그리고 학계나 연구기관이 좀 더 신중을 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각 부처마다 제멋대로 나설 대상이 결코 아니다.

각 부처의 시너지를 한 곳으로 모으고 전문가들의 자문과 토론을 충분히 거쳐 확실한 전략을 세운 후 업계와 힘을 합쳐 할랄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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