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사라지는 외식 전성시대
맛이 사라지는 외식 전성시대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04.04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외식테라피연구소장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외식테라피연구소장

텔레비전을 보다보면 어느 채널이고 음식소개를 안 하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맛집에 대한 인기는 날로 높아만 가는 것이 요즘이다.

누구 할 것 없이 먹음직스러운 음식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고 주인은 나름대로의 비법을 못 이기는 척 알려준다.

그렇게 손님이 넘쳐나는 전국 방방곡곡의 음식점 매출은 누가 봐도 부러워할 정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송에 나온 유명 맛집을 찾아다녀 본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방송출연 이후 몰려드는 손님들로 호황을 누리지만 정작 무엇 때문에 손님이 찾아오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느새 사람들은 방송으로 연출된 허상과 SNS에 의한 소문으로 인해 미각마저 잃고 만 것은 아닐까? 맛집은 넘쳐나는데 정작 맛있는 외식을 못 하는 이유는 뭘까 궁금하다. 

직장인들의 평균 점심식사 비용이 6천 원을 훌쩍 넘은 지 오래다. 제법 든든한 식사를 하려면 실제로 8천 원 이상은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엔 분식집과 저가 도시락집으로 향하는 직장인들의 발길이 잦다. 값싸고 맛있고 푸짐한 음식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업주들은 그렇게 해주고 싶지만 속절없이 오르는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탓에 어쩔 도리가 없다.

저렴한 식사를 원하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반찬도 줄고 재료 품질도 낮아지게 된다. 그래서 맛을 내기 위해 양념이 더해진다. 더 자극적이고 강한 맛으로 약한 재료 맛을 포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나라이건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인스턴트 음식이 발달하는데 그러다보니 결국 원재료의 맛은 사라진 채 식사를 해결하게 된다.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가 보편화된 경우에는 그런 경향이 더욱 짙어진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학생이나 직장인 중에 편의점 제품이나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해결하는 비율이 최근 들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여건으로 어느새 재료의 맛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불경기를 견디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외식산업의 성장을 위한 과도기라고 보는 대목이지만 결국 재료의 맛을 점점 잃어간다는 아쉬움이 크다.

외식산업이 성장해 선진국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체인경영을 통한 기업화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이 소규모 자영업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산업화를 위해서는 점차 가맹사업이 활성화돼야 하는 것도 타당하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은 표준화를 통해 일관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영전략이고 핵심 경쟁력이다.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기 때문에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보다는 대량생산을 위한 효율적인 시스템이 생명이다. 어떻게 하면 일정 수준의 맛으로 표준화시키는가에 대한 연구가 핵심으로 단순한 조리방식과 표준화된 소스에 의해 맛이 완성된다. 산업화된 지역의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맛보다는 편의성이라 당연하게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시장의 필요에 대한 최적의 공급이기 때문에 대량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원하는 맛에 대한 충족은 실상 어려운 것이 가맹사업의 구조적 결함이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없는 이치와도 같다.

그래서 가맹점에서는 재료의 맛보다는 추상적인 개념에서의 맛을 통해 소비자 욕구를 총족시켜 준다. 예를 들면 이국적인 메뉴, 인테리어, 서비스, 할인행사 등과 같은 콘셉트 개발을 통해 심리적인 맛을 제공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재료의 맛은 잊은 채 심리적인 자극을 통해 맛있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있는 자영업자들이 가맹업체와 같이 맛을 만들어 낸다면 결코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자영업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표 메뉴를 정하고, 그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재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맛집이란 원재료의 맛과 향이 풍부하고 맛을 잃어가는 소비자의 잊어버린 맛을 일깨워주는 곳이다. 단 하나의 메뉴를 만들어도 그 재료에 몰입하는 것이 바로 난관을 헤쳐 나가는 비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자영업자의 성공 키워드는 재료의 참맛을 살려내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