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가 3200원에 식재비 70%…“일할 업체 많아”
식단가 3200원에 식재비 70%…“일할 업체 많아”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5.04.1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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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입찰 조건이 ‘기막혀’… “보이콧 행사해야”

공공기관과 공기업들의 터무니없는 입찰 조건에 위탁업체들의 시름이 쌓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다수 공공기관들은 위탁업체들이 수익을 내기 힘든 조건에 입찰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익의 일부분을 보장하는 관리비제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업체 무한 책임 강요

위탁업체들은 수탁사와 계약을 맺을 때 다양한 계약방식이 있으나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식단가제와 관리비제다.   

식단가제는 식단가 안에 식재료비와 인건비, 경비, 이윤 등을 모두 포함한 방식으로 식단가 안에서 사업장 운영의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3천 원의 식단가가 산정되면 식재료비 1800원(60%), 인건비 750원(25%), 경비 240원(8%), 이윤 210원(7%) 등이 평균 산출된다. 

식수가 많고 유동식수가 적은 사업장일 경우 식단가제로 계약을 맺는다면 일정 수익을 보장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수익성이 낮아진다.

관리비제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방식이다. 직접비(식재료비 등)를 제외한 간접비(인건비, 경비, 관리비 등)를 고객사가 지원한다. 즉 급식업체가 간접비를 실비 정산한 후 직접비와 간접비를 합친 수수료(%)를 부가해 고객사에 청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접비가 1800원이라면 월 청구는 (1800원×월간식수인원)+간접비금액+총 합계 금액의 수수료(%)로 구성된다. 관리비제를 채택하면 급식업체는 사업장의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뿐더러 식재비 절감에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돼 급식질 향상도 가능하단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중 관리비제를 채택하는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A업체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등 우리보다 급식문화가 발달한 국가는 급식을 직원 복리후생 증진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관리비제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우리는 저렴하게 먹는 식사가 급식이란 인식을 가지고 있어 관리비제 적용은 언감생심”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배짱 입찰 관행

지난달 입찰이 마감된 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 부산역 구내식당 선정 건은 이러한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해당 입찰 공고는 1년의 위탁기간에 식수 평균 212명, 하루 3식, 식단가 2500원(조식)・3200원(중・석식)의 운영조건을 내걸었다. 

이중 △1일 평균 350명 이상의 운영 실적이 있는 업체만 입찰 가능 △메뉴는 국을 제외한 1식 4찬 △계절에 맞는 특별 식단 운영 등 최고 품질의 식사 제공 △직원 만족도 향상을 위한 이벤트식 제공 △인테리어 공사 투자 △실무경력 3년 이상인 인력 구성 등은 낮은 식단가에 비춰봤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의 요구다.

특히 심사항목 중 식재료비의 원가비율을 총액 대비 70% 이상 사용에 가장 높은 배점을 줬다. 이 항목 중 최하 배점은 55%다.

이에 대해 B업체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의 식단가를 3200원 고정으로 잡았을 때 연간 약 2억4천여 만 원의 매출이 예상된다”며 “식재비를 51.5% 정도 잡고 인건비 38.9%, 기타 경비 19.3% 정도를 잡았을 때 손익분기점이 되며 매출이익은 0.32%로 100만 원이 채 안 된다”고 설명했다.

C업체 관계자는 “이 사업장에서 일정 수준의 수익을 기대하려면 식재비를 40% 내외로 잡아야하고 나머지 경비도 최소한도로 해야 한다”며 “1년 단위의 짧은 계약기간만 보더라도 입찰에 응하는 업체가 항상 있어 이러한 배짱(?) 공고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서비스 중시해야 함께 성장

모범을 보여야할 공공기관과 공기업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입찰 조건을 내세우는 이유는 업계의 잘못된 영업방식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C업체 관계자는 “수익성이 한참 떨어지더라도 규모가 되는 업장이라면 주요 이력사항이 된다는 이점이 있고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아두면 타 사업장 수주의 연결고리가 된다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다”며 “그러나 마이너스를 감수하고도 사업장을 운영하는 이러한 사업 방식은 업계 전체에 득이 될 게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매출 구조가 취약한 중소업체가 이러한 사업장을 맡는다면 대부분 식재사용률을 거짓으로 보고할 것”라며 “앞으로 각 업체들이 수익성을 냉정히 따져봐야 하며 무리한 조건으로 입찰에 나서는 곳은 보이콧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기업이 촉발시킨 사업장 투자에 대해서도 변화할 시점이란 지적이다.

D업체 대표는 “지난 1994년 이씨엠디 전신인 CMD가 홍익대 구내식당에 1억 원의 거금을 시설 투자에 써 업계에 화제가 됐다”며 “해당 사업장의 수익성에 비춰봤을 때 말도 안 되는 투자였지만 이후 대기업들이 시장 공략을 위한 방편이 되면서 이제는 수탁사들도 투자를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아라마크나 소덱소 등 글로벌 급식업체들은 식자재유통이나 시설 투자와 같은 하드웨어는 건들지 않고 오직 급식 서비스와 같은 소프트웨어만 신경쓴다”며 “우리나라 급식문화가 진일보하기 위해선 서비스만으로 자웅이 가려지는 경쟁 구도가 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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