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학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식품학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04.1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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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ㆍ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 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ㆍ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학문의 길에서 자주 언급되는 ‘옛 것을 살펴서 새로운 것을 밝혀낸다(온고이지신)’는 말은 식품을 통해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아가려는 현대인에게 특히 필요한 교훈인 것 같다.

풍요로운 사회에서 각종 성인병과 비만때문에 맛있는 것을 쌓아 놓고도 먹지 못하는 현대인의 고통을 해결하려면 우리의 과거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한국인들은 한반도라는 좁은 땅에서 5천년의 문화민족으로 성장하며 세계 3위 인구밀도가 되도록 종족이 번성하고 체육과 문화 예술면에서 세계의 정상을 달리고 있다.

우수한 한국인은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아왔는지를 연구하는 것은 영양인류학적으로도 대단히 흥미있는 일일 것이다.

1988년 한국식문화학회지(3권3호)에 발표된 한국 전통식단의 영양가 분석은 1944년 김호직 선생이 쓴 식물개론(食物槪論)의 7첩 반상 구성과 1957년 방신영 선생이 제30개정판으로 펴낸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에 기록된 일주일간의 식단표 예를 이용해 그 시대 한국인의 식사 목표를 추정한 것이다.

이들 문헌 자료를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의 영양 섭취상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일 총열량 섭취량은 2천 kcal 수준이었으며, 총 열량 중 탄수화물 에너지가 73~77%, 단백질 에너지 15~18%, 지방 에너지 10~12%로 구성돼 있다. 현재 한국인의 에너지 구성비와 비교하면 탄수화물 에너지가 10% 정도 높고 지방 에너지 구상비가 10% 정도 낮다. 흥미있는 것은 이들 식단의 미네랄이나 비타민 함량은 요즘 우리 국민의 영양권장량에 제시된 양을 충분히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신영의 식단표 특징은 보리밥이나 잡곡밥이 주를 이루고 있고 채소국과 된장찌개, 김치, 그리고 간혹 생선조림이 들어가는 3첩 반상 수준의 식단이다. 일주일 내내 육류나 우유류의 섭취가 보이지 않는다.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다이어트 식단’임을 알 수 있다.우리나라에 서양의 영양학이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1960~70년대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영양학자들이 기아선상에 있는 국민들의 영양실조 현상을 우리의 전통적인 식사법이 불량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서양의 식사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에서 밥 짓는 법, 김치 담그는 법, 장 담그는 법을 가르치지 않고 빵 만드는 법, 샐러드, 마요네스 만드는 법, 서양요리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이런 교육을 받고 졸업한 사람들이 교사가 돼 초중등교육에서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서양음식과 서양의 영양학 이론들이었다.

동물실험에 근거해 가장 빨리 체중이 느는 음식을 가장 영양가가 높다고 평가하는 서양의 영양학 이론을 그대로 가르쳤다. 그래서 고기와 우유를 더 먹어야 하고 우리의 지방 에너지 섭취량이 너무 낮다고 가르쳤다. 그때 이미 미국은 국민의 과체중과 비만 현상을 감지하고 지방섭취를 줄이고 영양과잉을 경계하기 시작한 때였다.

1967년에 발표된 한국인 영양권장량 제1차 개정안에는 미국인의 기준을 따라 성인 남자 1일 에너지 섭취량을 3천 kcal로 정하고 있다. 식량부족으로 허덕이는 나라에서 곡물과 푸성귀만 먹는 사람들이 하루에 3천 kcal의 음식은 배가 불러 먹을 수도 없고 먹을 필요도 없는 권장량이었다.

우리는 이런 실수를 오늘날에도 반복하고 있다. 나트륨 줄이기 운동을 하면서 1일 평균 4.5g의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는데 WHO의 권고량을 그대로 받아들여 1.5g을 먹으라고 한다. 고혈압 환자들의 저나트륨 식단보다 낮은 현실성 없는 목표를 가지고 캠페인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에게 합당한 영양 목표는 무엇이며 그것을 실현하려면 우리의 식단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신중하고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한다. 우리 것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외국의 것을 선진적인 것마냥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구시대적 사고를 이제 버려야 한다. 동양철학의 섭생이론에 근거해 수세기 동안 발전시켜온 우리의 첩 반상 체계와 음식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현대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의 균형 잡힌 기능성 식단으로 비만과 대사질환으로 고통 받는 세계인을 치유하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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