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사고 원인물질 개념 바로잡아야
식중독사고 원인물질 개념 바로잡아야
  • 관리자
  • 승인 2006.08.23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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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톨식품위생연구소 소장 박정면
지난달 발생한 대형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사고에 대한 우리사회 각 단체들의 반응을 대충 다음과 같이 시간 순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1.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대형 식중독사고 발생 2. 언론, 정치권, 국민 모두 식중독사고 원인물질(식품) 검출 요구 3. 언론: 원인물질 검출 불가라는 질병관리본부의 결과 발표 4. 사회단체 및 언론: 안타까움과 분노 표출

그러나 언론보도 내용과는 달리 역학조사팀은 1. 높은 상대위험도를 보이며 2. 섭취와 질병간의 통계적 유의성을 나타내고 3. 타 식재료와 달리 확진 환자가 발생한 모든 학교에 공급되어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특정 식재료를 검출(확인)했으나 단지 그 식재료에서는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문에 적고 있다. 위의 사실에 입각하여 다음의 사항들을 생각해 보자.

1. 노로바이러스가 포함된 사고 원인식품을 질병관리본부가 검출하리라 우리는 기대했는가?
아니다. 사고조사도 제시간에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기본적으로 적은 수로 식품에 불균등하게 분포하는 노로바이러스를 식품에서 검출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리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지 않았는가. 마치 당국의 발표가 나자 원인식품 혹은 노로바이러스 검출의 실패가 마치 새로운 사실인 것처럼 놀라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러나 웃을 수도 없는 이유는 국민들 모두가 바이러스를 함유한 원인식품을 검출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2. 질병관리본부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역학적(epidemiological) 기법으로 확인된 특정 식재료를 왜 국민들이 찾고 있는 그 원인식품이라 말해주지 않는가?
식중독사고의 원인식품이라 하면 당연히 사고의 원인인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어야 하는데 바이러스가 검출되지도 않은 식품을 어떻게 원인식품이라 말할 수 있을까? 온 국민들이 원인식품의 검출이 있어야 사고 재발도 예방할 수도 있고 사고업체를 벌 줄 수 있다고 믿으며 몇 달을 기다리고 있는데 질병관리본부가 그 식품이 원인식품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물론 말 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말하도록 해야 한다. “사고원인 (추정)식품이 검출되었다.”고.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하지 않으며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인 식품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없는 것은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란 말만 되풀이 하는가?

이런 엉뚱하게 들리는 질문을 하게 되는 이유는 한국사회가 그동안 식중독에 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해 왔고 논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면 원인이나 증거가 있기 마련이고 그 원인 제공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증거를 찾아야 하며 재발방지는 원인만 제거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이와 같은 문제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사고에 대한 견해를 살펴보면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원인식품 검출에 대해 생각해보자. 다음의 표는 1992~2000년 영국과 웨일즈에서 발생한 노로바이러스에 관한 역학조사의 결과로써 진짜 세계적으로 공인된 견해라 할 수 있다. (표는 편의상 번역되고 변형되었음)
표에 의하면 미생물학적 실험에 의한 식품에서의 직접적인 바이러스의 검출은 유일하게 바이러스를 체내에 축적하는 생물인 굴(5건)에서만 가능했다. 그 외 식품(47+7=54건)에서는 역학조사적 분석법에 의해서 가금육, 지육, 어류, 샐러드 및 채소와 기타 식품이 사고 관련(associated, implicated)식품으로 밝혀진 경우다. 비록 굴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검출했다 하더라도 원인식품이라 단정하지 않고 관련식품이라 하며 동시에 실험적으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식품일지라도 통계학적 분석으로 관련식품으로 판단하는 것이 우리와 다르다.

역학조사방법은 선진국의 것을 따르되 그 기본개념(추정, 연관, 관련 등)이 우리 사회에 실질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병균이 포함된 식중독사고 원인식품의 검출’ 문제의 근원이다. 과학을 기본으로 하는 역학조사 기법, 용어 및 개념 등을 우리는 선진국과 다른 한국적 방식으로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 한국적 방식은 도대체 무엇인가?

물론 얼마 전에 집단식중독사고의 집단의 의미를 한국이 5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미국을 따라서 최근에 수정한 것을 보면 한국적 방식이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적어도 ‘원인균이 포함된 식중독사고 원인물질 검출’에 관해서는 선진국의 방식을 따라 개념정립을 하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엉뚱한 사회적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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