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사업과 콩코드의 오류
외식사업과 콩코드의 오류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05.0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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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1962년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웨이(British Airway)와 프랑스의 에어 프랑스(Air France)가 공동으로 시속 2450km의 초음속 여객기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 과정에서 여러 문제를 발견했는데 우선 탑승인원이 상대적으로 적고 연료비는 오히려 더 비싸며 그로 인해 과도한 운송비가 책정되는 등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막대한 투자비용이 투입돼 이를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진행했다. 하지만 결국 운영 적자를 이어가다 결국 2003년에 운항을 중단했다. 그 여객기의 이름이 바로 ‘콩코드(Concord)’다.

이처럼 일단 어떤 행동을 선택해 추진하게 되면 그것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이전에 투자한 것이 아깝거나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더욱 깊이 개입해 가는 의사결정과정을 ‘콩코드의 오류’ 혹은 ‘매몰비용오류(sunk cost fallacy)’라고 한다.

어떻게든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인간의 경제심리적 의사결정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인간은 손실을 적절한 선에서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최근 몇 개월 동안 국내증시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지만 소위 개미투자자들은 떠들썩한 분위기처럼 재미를 보는 것은 아니다. 연일 상승하는 다른 종목들과는 달리 내가 투자한 종목은 왜 이리 힘을 못 쓰고 있는지 안타깝다.

조금만 버티면 곧 상승할거란 기대심리에 조금씩 늘어나는 적자를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과감하게 손절해야 할 타이밍을 놓치고 투자한 자본 생각에 하염없이 버티다 보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최고의 전문가라 하더라도 족집게처럼 매매 타이밍을 잡아낼 수는 없다. 하지만 시장 환경을 계속 연구하고 분석하다보면 최소한 더 큰 손해를 피할 수 있는 투자전략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자본 창업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창업자금 운영에 대해 너무도 관대하다는 것이다. 사실 소규모 자본으로 음식점을 열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가게를 얻기 위해 발품을 팔고 다니면서 여기 저기 알아보면 결국 탐나는 곳은 그만큼 많은 자본금을 필요로 한다. 권리금도 줘야하고 임대료도 더 비싸다. 가게뿐만 아니라 각종 설비와 비품 구입을 결정할 때에도 이왕이면 조금 더 주고 새 것을 구하려고 한다.

내 가게를 갖는다는 기쁨에 나중에는 회수할지도 모르는 투자비가 얼마나 무서운 줄 모르고 조금씩 더 지출하기 십상이다. 큰 맘 먹고 어렵사리 구한 가게에는 매일 보이지 않는 돈들이 계속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시작한 터라 각종 비용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소소한 비용들이 예산보다 더 들어간다 해도 그 정도 비용이라면 매출을 좀 더 늘려서 만회하면 될 것이라는 순진무구한 계산을 한다.

그래서 서슴지 않고 대출을 받아 큰 비용을 충당하기도 하고 임대료가 조금 더 비싸도 하루에 5~10만 원 정도 더 벌면 될 것이라는 자신만의 계산을 위안삼아 선뜻 계약을 한다.

하지만 정작 사업운영을 하다보면 하루 평균 5만 원을 더 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된다. 그 고생을 하며 벌어들인 매출이 결국 점포주에게 고스란히 들어가고 직원급여, 재료비, 각종 경비 처리까지 하고나면 정작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은 본인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나마 손해를 보지 않으면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이미 저질러 놓은 사업을 큰 손해를 보며 처분할 수도 없고 그래도 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감에 한 달 두 달 버텨보는 사업주가 대부분이다.

모든 사업이 다 그렇듯이 외식사업 역시 창업하기 전에 해당 사업이 잘 될 것인지 타당성에 관한 분석적인 연구가 절실하다. 공교롭게도 소자본 자영업자일수록 창업 준비가 매우 취약한 공통점이 있다.

타당성 분석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누구에게 맡길 엄두도 안 나거나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없어 그냥 주변인들로부터 들은 얘기를 가지고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남들은 망하기도 하지만 나는 잘 될 거라는 신념만을 앞세워 최소한 1년 이상의 중장기 계획도 없이 창업에만 급급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전 재산을 모두 투자하고도 어찌할 바 몰라 매일 버티기에 전전긍긍하는 콩코드의 오류가 이 골목 저 골목에서 만연하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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