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보기드문 히잡 쓴 외국 여성이 사진 촬영과 발표자의 자료 배포에 분주했다. 행사에 참여한 외국인들이 제공된 간식의 포장을 신중하고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지난 1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글로벌 할랄시장의 성장과 수출확대 전략’ 세미나에서 만난 ‘낯선’ 풍경이다. 이날 세미나는 할랄식품 수출 활성화를 위해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할랄식품 선도국의 사례를 듣는 자리니만큼 기자가 접하지 못한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할랄식품 인증의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진 위나이 다흐란 태국할랄과학센터장의 발표를 듣고 이해하기 전까지는 사뭇 생소했다. 흔히 기대하듯 ‘그래서 이렇게 하는 게 좋습니다’라는 ‘결론’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센터의 활동을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수준으로 머물렀다는 인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통역을 맡은 한국 관계자가 ‘세계적 권위의 연구기관으로 그 성과가 많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취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또 하나 무슬림 인구가 채 10%가 되지 않는 태국이 할랄식품 강국이 될 수 있었던 힘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이같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로 축적한 노하우와 역량을 위나이 박사는 강조한 것이다. 이렇듯 이날 세미나는 기자에게는 낮선 분위기에 생소한 주제발표의 자리였다. 따져보면 기자뿐 아니라 많은 한국인에게 할랄시장과 무슬림 문화는 아직 생소한 영역일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할랄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많지만 한국은 아직 변변한 연구기관도 많지 않다. 중동 지역을 포함한 이슬람 문화에 대한 관심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관심을 갖기 시작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한 마디로 기초와 저변이 턱없이 약한 것이다. 게다가 각국의 할랄인증 규제는 복잡해지고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이만 보고 덤벼들었다가는 큰 코 다치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내 식품 관련 공기업 임원이 “할랄시장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워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럴 땐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을 떠올려보자. 우선 기초 강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대로 전문 인력 양성과 연구기관의 육성이 필요하다. 태국이 할랄식품 선도국으로 성장한 배경에도 체계적인 연구가 있었다.
할랄시장이 성장세지만 이미 시장을 선점한 국가도 많고 규제도 확대되는 만큼 보수적인 전망과 대책을 통해 접근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문화적인 이해와 교류도 무척 중요하다. 특히 종교와 뗄 수 없는 생활 문화를 이해하는 게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관련 시장의 정보 제공도 확대돼야 한다.
노장서 한국할랄산업연구원이 이날 세미나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한식 중심으로 틈새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한 제언도 새겨들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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