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의 즐거움
도시농부의 즐거움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06.0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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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 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나에게 가장 좋은 계절을 꼽으라면 5월을 들고 싶다. 푸른 나뭇잎 사이로 아카시아와 찔레꽃 향기가 흐른다. 산새들도 알을 품기 시작하여 우는 소리마저 한가롭다.

절기상으로 입하(立夏)와 소만(小滿)이 들어 있어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농사짓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밭에는 푸르렀던 보리가 누릇누릇 익어가고 논에는 물을 대고 써레질하여 모내기를 시작한다.

집 가까운 곳에 주말농장을 가꾸는 재미가 쏠쏠하다. 씨앗을 뿌려서 싹이 돋아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날이 밝자마자 주말농장에 다녀오는 것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상쾌하다. 

주말농장을 하다보면 외식업계에 불고 있는 웰빙 트렌드와 안전한 식자재 문제가 떠오른다. 외식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우수한 국내산 식자재를 내세운 업소는 호황을 누린다.

일부 한식 뷔페는 전국 각지를 누비며 농민들이 직접 가꾼 신선한 채소나 과일 등을 찾아 구매하기도 한다. 

이렇게 구한 우리 농촌의 식자재는 곧 해당 외식업체의 경쟁력이 된다. 가급적 신선한 채소와 안전한 식재로 만든 음식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한 걸음 더 나가 직접 채소나 과일을 가꾸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리고 점차 주말농장 가꾸기에 빠져드는 것이다.

한 번은 후배에게 주말농장의 즐거움을 얘기했더니 “주말농장을 하시면 농민들은 울게 됩니다”라고 했다. 농촌에서 생산된 채소를 도시에서 사주지 않으면 농촌의 소득이 감소하게 된다는 주장이었던 것이다.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그래도 채소를 집안에서 소비하는 양과 식품산업이나 외식산업에서 소비하는 양을 비교해 본다면 가정의 소비는 매우 적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쉽게 납득하지 않는다.

밀집한 고층 빌딩 사이로 포장도로와 땅 밑 지하도를 오가며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자연은 고향이다. 도시인들이 집 가까운 곳의 작은 터를 활용해 농사를 짓는 것은 채소나 곡식을 수확하여 식량으로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건축물로 가득한 공간의 기계화되고 자동화된 조작된 시스템 속에서 살면서 이러한 시스템이 가져다주는 편의성과 신속성, 효율성이 자신의 행복한 삶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도시 바깥의 자연을 그리워하며 답답한 환경과 일상의 무료함을 벗어나고픈 욕구를 가지고 있다.

주말농장을 가꾸게 된다면 도시의 젊은 부부는 아이들에게 흙속에 씨앗을 뿌려 생명이 자라나는 과정을 체험하게 하고, 음식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지, 좋은 식재료와 좋은 음식의 관계는 어떠하며, 좋은 음식은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알려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외식업에 대한 소비자 관점을 확대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구분하고 자연스러운 맛과 인공적인 맛을 나누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이 확대될수록 우리 외식산업도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다.

한편 미래의 농업은 작은 공간에서 생산성을 극대화시키는 제조업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특히 제한된 공간을 활용하는 도시농업은 아파트형으로 각 층별로 다른 농사를 사계절 쉽게 지을 수 있도록 시스템화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논이나 밭의 평면성이 수직과 수평의 입체형으로 바뀌는 것이다. 물 뿌리는 사람도 채소를 수확하는 사람도 별로 보이지 않는 자동화된 그야말로 ‘농사공장’을 떠올리며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같은 농사공장보다 농민들이 제철에 가꾼 농산물로 차려진 외식메뉴가 더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봄철 주말농장에 나가 흙냄새를 맡고 채소와 과일을 가꾸며 얻는 또 하나의 수확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주말농장을 비롯해 모든 논밭과 임야, 강, 바다에서 나는 온갖 것들이 우리 외식산업의 자산이란 점이다. 작은 텃밭을 가꾸며 다시 얻는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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