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겹살’에 진퇴양난 고깃집
‘금겹살’에 진퇴양난 고깃집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5.06.05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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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돼지고기값이 오르니 지금보다 1천~2천 원은 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부천에서 돼지고기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의 하소연이다. 최근 삼겹살을 포함한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3년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삼겹살과 목살을 주로 취급하는 외식업소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음식점은 메뉴 가격을 쉽게 올리지도 못한다. ‘가격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천 원만 올려도 고객이 크게 준다는 것이다. 앞의 점주는 “일주일에 2~3번 올 것을 1번만 올 수 있어 인상은 쉽게 못한다”고 말했다. 식재상승 영향은 그대로 받으면서도 가격에 반영하지는 못하고 점주가 그대로 흡수하는 상황이다.

또 최근 가뭄으로 채소 값도 상승해 업소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고깃집 사장은 “원가와 임대료는 오르지만 가격은 못 올리고 싼 수입산과 경쟁도 해야 하고 무척 어렵다. 이대로 장사를 계속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고객들은 점주들의 이런 사정을 봐줄 여유가 많지 않다. 소득이 줄수록 가장 먼저 줄이는 게 외식비, 의류비다.

지난 3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계부채가 처분가능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쓸 수 있는 돈보다 빚이 더 빨리 늘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고·중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채무상환능력이 더 취약하다. 저소득층 중 다중채무가구(2금융권을 포함 총대출이 2건 이상 가구)는 2012년 27만 가구에서 지난해엔 39만6천 가구로 늘었고 비중도 25.6%에서 31.4%로 증가했다. 

또 주택대출의 증가로 여윳돈이 줄어든 것도 문제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중산층에 속하는 소득 3분위와 4분위 가구의 2012~2014년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꾸준히 늘었다.

실제 소득 3분위 가구의 평균 부채 보유액은 2013년 4237만 원에서 4519만 원으로 6.6% 증가했다. 소득 3분위 가구는 1년에 약 760만 원, 4분위는 1천만 원 가까이 원리금 상환 압박을 받고 있다.

소득의 20% 정도를 빚 갚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커진다. 

그래서 가계가 지갑을 열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일자리를 늘려 소득을 마련해주고 저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 지원과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가격 인상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수입산이다. 소비자들은 국내산의 가격 인상이 되면 쉽게 수입산으로 고개를 돌린다.

현재 수입삼겹살(냉동) 가격은 국내산의 절반 가격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격도 훨씬 저렴하고 맛도 나쁘지 않은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올해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동안 수입물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식탁을 점령한 수입 과일처럼 수입 돼지고기가 우리 식탁을 차지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축산 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도 돼지고기 값 안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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