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법 재고할 때가 됐다
건강기능식품법 재고할 때가 됐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06.1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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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최근 가짜 백수오사건은 기업이, 특히 식품기업이 법을 어겼을 때 어떤 결과를 맞게 되는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식품법에 사용이 허용되지 않은 값싼 재료를 썼다가 해당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도산되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산업 전체가 크게 위축되고 판매에 가담했던 유통회사들이 손해배상에 가까운 환불을 해야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물론 환불조치를 위해서 이엽우피소의 독성이 확인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유통업자나 소비자들의 불만과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일부 소비자들의 맹신과 이를 부추기는 관리당국의 허점이 이번 대형사고의 밑바닥에 깔려있다는 견해도 있다.
2004년 건강기능식품법이 처음 시행될 때부터 정부가 건기식 인증과 유통에 너무 깊이 관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줄곧 있었다.

당시 식약청(현 식약처)은 과대 허위 광고로 위기에 놓인 건기식산업을 살리기 위해 카테고리를 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제로 가는 것이지 정부가 제품의 효능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소비자가 인식하는 건기식 인증제도는 식약처의 입장과는 크게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개별인증 제도를 시행하면서 건기식 산업에 대한 식약처의 영향력이 커졌고 기업들은 개별인증을 받기 위해 대학이나 연구소의 과학자와 과학적 근거를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자들이 ‘이해관계와의 충돌(conflict of interest)’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는 위험한 제도임이 들어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을 정부가 인증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미국은 DSHEA법에 의해 식품의 건강강조표시는 허용하되 제품의 효능이나 유통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제조자 책임에 맡긴다. 허위 과대광고나 제품 섭취에서 위해가 발견되면 엄벌로 다루고 제조자가 모든 손해배상을 책임진다. 일본은 식품위생법에 특정보건용식품(FOSHU)을 명시하고 포괄적으로 특정성분에 대해 기능성 표시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처럼 정부가 기능성 표시 인증제도를 운용하고 제품 허가에 뛰어들고 있는 나라는 없다.

소비자들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불만이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서 정부가 자유롭지 못한 이유이다.

식품의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식품성분에 대한 사람마다의 반응이 다르고 식품처럼 여러 성분이 혼합되었을 때 그 효능을 명확하게 규명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인삼이 몸에 좋다고 하지만 인삼연초연구소를 설립해 수 십년간 연구하고 격년마다 국제심포지엄을 열어 토론하지만 아직 그 효능을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하물며 잘 알지도 못하는 천연재료에 대해 한 두편의 SCI 논문이나 연구자들의 실험결과를 가지고 그 효능성을 평가하고 정부가 인증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이제는 건강기능식품의 관리체제를 새롭게 정비할 때가 됐다. 허위 과대광고를 막으려던 본래의 취지에 충실해야 한다. 건강기능식품에만 적용되는 광고심의를 피해 일반식품으로 과대광고하는 제품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또한 일반식품 중에도 기능성을 가진 제품들이 많다. 따라서 현재의 건강식품관리 체제는 건강식품 인증을 받아 특혜를 누리는 제도로 변질됐다는 견해가 많다. 특정 재료나 성분의 효능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람이나 기업에게 독점적 제조권한을 줘 검증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기업이 급성장하게 된다. 대박을 터뜨렸던 백수오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이다.

건강기능식품법을 식품위생법에 귀속시키고 개별인정을 폐지하고 모든 식품에 대한 허위 과대광고를 효과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의 예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은 국민이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지 않고 법의 테두리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되 위법을 행할 경우 엄벌을 내리는 그런 사회가 선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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