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식재의 화려한 변주’
‘다채로운 식재의 화려한 변주’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5.06.22 1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타 셰프의 식재 활용 노하우 공개_진경수 셰프

남다른 경쟁력 갖는 실제 사례 탐구…직접 고르자

귀하고 비싼 식재로 조리한 메뉴는 다 좋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가 정답이다. 수백만 원을 넘는 다금바리나 돗돔, 세계 최고가의 향신료로 꼽히는 샤프란은 물론 좋은 식재다. 하지만 좋은 요리사가 최적의 레시피로 조리할 때 그 가치가 극대화된다. 

반면 좋은 식재의 가치를 몰라보거나 재료의 맛을 살리지 못하는 조리법은 식재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만다. 

식재의 숨어있는 가치를 발견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는 일은 전적으로 셰프의 눈과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식재를 끊임없이 공부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내는 ‘라 싸브어’와 ‘르 쁘엥’의 진경수 오너셰프는 진정한 식재 탐험가라고 부를 수 있다.

최근 2015 국제외식산업식자재박람회 세미나에서 쌀을 활용한 레시피로 주목을 받은 진경수 셰프에게 식재 활용에 대한 노하우와 팁을 알아봤다. 

직접 보고, 냄새맡고, 만지며 골라라

진 셰프는 좋은 식재는 발품을 판 만큼 안목을 키울 수 있고 손에 넣을 수 있다며 도매시장은 물론 대형마트, 재래시장, 허브 농장 등을 두루 다녀 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 때 그 때 ‘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에도 일주일에 3~4회 매장(서울 서초구 서래마을)과 가까운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찾는다. 농협이 운영해 꽤 좋은 국내 농축수산물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가락동도매시장과 노량진수산시장도 자주 찾아 직접 신선한 식재를 고른다. 그는 식재는 직접 보고 냄새맡고 만지며 꼼꼼하게 골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좋은 요리는 식재의 선택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는 매월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하는데 식재에서 아이디어를 찾을 때가 많기 때문에 식재를 ‘발굴’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표고버섯은 주름이 선명하고 잘 말랐는지, 호박은 줄이 선명하고 깊게 파였는지, 생선의 눈은 선명한지를 우선 살핀다.

고기는 조리 메뉴에 따라 비계의 상태를 점검해가며 신선도와 숙성도 등을 고려해 선택한다. 진 셰프는 만들 요리에 따라 신선도와 숙성도를 다르게 고려하기 때문이다. 

오랫 동안 식재를 ‘탐험’한 만큼 그는 좋은 식재가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무조건 좋은 식재를 찾기 보다는 자신이 만들 요리에 맞는 식재를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부하고 만들어보고 맛보고

진 셰프는 좋은 식재를 고르는 안목과 제대로 활용하는 노하우는 다름 아닌 끊임없는 공부와 노력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같은 재료라도 조리법이 다양하고 다른 식재와의 궁합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궁합에 따라 흔히 보던 익숙한 식재도 전혀 새로운 모습과 맛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세상엔 수많은 식재가 있습니다. 새로운 식재도 많지만 익숙한 재료라도 활용법이 아주 다양하죠. 책과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알아내고 국내외의 활용 사례를 살펴봅니다.

그리곤 제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해서 만들어 냅니다. 제가 만족하지 못하면 고객에게도 안 내려고 합니다. 셰프는 맛에 대해서는 일반 기준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진 셰프는 그래서 좋은 식재 고르기를 가장 중요한 첫 단계라고 부른다. 싱싱하고 맛있는 식재를 고르고 발굴하는 일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다. 

그는 최근에 조와 수수, 현미, 귀리, 검은쌀 등의 발효잡곡에 흥미를 크게 느꼈다.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활용도가 아주 높기 때문이다.

진 셰프는 “발효잡곡을 활용해 다양한 메뉴를 만들 수 있었다”며 “새로운 식재를 활용해 잘 만들어지면 느끼는 희열과 자족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식인 쌀을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로 주목을 받았다. 쌀 또는 중동산 밀(Bulghur)로 만든 근동지역 음식 필라프에 쌀을 결합시켜 다양하고 독특한 맛을 만들어 냈다.

이탈리아 쌀요리 리소토에 늙은호박과 귀리, 송로버섯, 은대구 먹물, 전복 등의 식재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호평을 받았다. 또 쌀을 이용한 수프와 샐러드로 식재간의 경계가 없음을 보여줬다. 

제철 식재를 활용하라

진 셰프는 최근 노란색 파프리카를 사용한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 매월 신메뉴 하나씩을 만들어내는데 이번에는 노란 파프리카를 선택한 것이다.

노란 파프리카의 색깔을 활용해 식감을 자극하는 음식을 만들 계획이다. 그가 노란 파프리카를 선택한 이유는 제철 식재기 때문이다.

진 셰프는 “제철에 나는 식재가 싸고 좋다”며 “제철과 지역의 숨겨진 식재를 발굴·활용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한국은 사계절의 특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계절별 식재가 다양하고 지역별 토양과 기후 특성에 따라 지역 고유의 맛이 나는 식재가 많다고 설명했다.

봄에는 나물과 쑥, 고사리, 죽순과 주꾸미, 멍게 등의 해산물을 사용할 수 있고 여름에는 파프리카와 수박, 도미 등 수많은 계절 식재가 활용된다. 

진 셰프가 7월의 신메뉴 식재로 도미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7월에 가장 맛이 좋은 도미를 활용한 새 메뉴를 구상 중이다. 또 소 안창살을 활용해 ‘술이 확 당기는 스테이크’도 만들고 있다.  

‘식재와 진심으로 교감하라’는 진 셰프가 제언하는 또 다른 활용법이다. 식재와 교감을 하고 어떻게 좋은 요리로 만들지 고민하다 보면 좋은 레시피가 만들어진다는 지론이다.

그는 “식재와도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식재를 낭비하거나 진지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식재를 대하는 요리사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식재를 고르는 것에서부터 맛있는 요리가 시작된다고 봅니다. 일반적인 정보와 기준은 있지만 결국 본인 스스로 공부해서 터득해야 합니다. 계속 공부하고 만들어 봐야 하는 것입니다. 나중에는 좋은 식재가 내 눈에 딱 보일 겁니다.”

인터뷰-진경수 셰프 

“전국 방방곡곡 돌며 좋은 식재 찾는다”

진경수 셰프는 1967년 제주 출생으로 미국 미시건주립대에서 외식경영학을 공부했다.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뢰를 2002년 졸업했다. 국내 프렌치 셰프 1세대로 꼽힌다.

2002년 귀국해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 레스토랑 르 싸브어를 오픈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좀 더 대중적인 ‘르 쁘엥’을 오픈했다. 

진 셰프는 프랑스 유학의 영향으로 음식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한편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요리는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매월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있습니다. 레시피도 따로 남기지 않습니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스스로 만족감을 찾는 부분도 있고요. 즐거운 스트레스라고 할까요.”

식재 선택의 꼼꼼함을 강조하는 그는 앞으로 전국을 다니며 새로운 식재를 발굴해 내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진 셰프는 “국내 지역마다 식재의 맛과 질 차이가 많이 난다”며 “여수돌산의 갓과 제주의 해산물, 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7kg짜리 토종닭 등 지역산이 최상의 맛을 내는데 이런 식재를 발굴하러 다닐 계획”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