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 사냥꾼의 노하우 ‘선택과 집중’
식재 사냥꾼의 노하우 ‘선택과 집중’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5.06.2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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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직거래·직영 농장·독자 발굴·협동조합·기업 협력’ 등 다양한 취사선택 필요

식재비는 인건비와 임차료 등 외식업체의 고정 지출에서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저렴하면서 질 좋은 식재의 확보는 외식업체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양질의 식재를 원하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완벽한 해결책은 없는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외식업계 전체 매출규모를 약 80조 원으로 추산했을 때 식자재 비용만 전체 40%인 3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99%의 외식인들이 개별구매에 의존한다는 진단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외식업체의 식재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산지직거래를 필두로 직영 농장의 운영, 브랜드를 대표하는 식재에 대한 독자적인 발굴, 전문 식자재 유통업체와의 협력 거래 등 다양한 방식을 각자의 상황에 맞춰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식재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각종 사례들을 살펴봤다.

식재가 곧 브랜드 정체성 

놀부NBG는 보쌈과 부대찌개의 핵심 식재인 김치를 연중 신선하게 공급하고자 ‘김치로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김치로드는 말 그대로 계절별 최상급 배추를 구입하기 위한 지도다. 전라도와 충청도, 강원도를 돌아가면서 봄배추와 고랭지배추, 가을배추, 하우스배추 등을 구입해 사용한다.

특히 놀부NBG가 자체 연구한 품종을 심어 수확하는 차별화된 계약재배를 선보이고 있다. 자체 품종의 실험재배 후 안정적인 수확까지는 3년이란 시간이 걸린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고객에게 최상급 김치를 선보이겠단 욕심이다.

또한 반찬용 김치는 밥과 함께 먹기 때문에 염도가 높고, 보쌈용 김치는 고기와 먹어 염도가 낮고 단맛이 있다는 개별적 특성이 있다. 배추 한 잎마다 양념을 바르는 양도 정해지는 등 용도별로 최적화된 김치매뉴얼을 구축하고 있다.  

이기근 놀부NBG 생산본부장은 “앞으로 기후변화에 민감한 식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농작물 재배 시스템을 구축하는 식물공장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놀부의 배추공장에서 좋은 품종의 배추를 직접 키워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소비자 웰빙 니즈 구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채선당은 각종 친환경 농산물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살리고 있다. 특히 채선당 주요 메뉴에 빠질 수 없는 쌈채소를 연중 신선하게 공급하면서 더 다양한 종류를 선보이고자 자체 수급과 신품종 개발에 나서고 있다.

▲ 채선당은 쌈채소를 연중 신선하게 공급고 더 다양한 종류를 선보이기 위해 자체 수급과 신품종 개발에 나서고 있다.

유기춘 채선당 구매팀 과장은 “많은 외식업체들이 친환경 농산물을 쓰고 싶어도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가격에 100% 사용을 고집할 수 없다”며 “채선당도 이러한 점에 고심을 거듭했고 현재는 친환경 채소 인증농장과의 계약재배와 샤브샤브에 적합한 다양한 신품종 개발 등을 이뤄내면서 가격저항선 없는 100% 자체 수급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그는 “친환경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은 가맹점주와 소비자뿐만 아니라 더 넓게는 식재 유통과 외식산업의 발전, 도시와 농가의 상생 등 다양한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앞으로 브랜드 고유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식재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잡고 산지를 개척하자

그동안 질 좋은 식재를 저렴한 비용에 구입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산지직거래가 가장 많이 거론돼 왔다. 외식업체가 식재를 구입하는 일반적인 경로는 생산자인 농민부터 밭떼기 중간상인→ 공판장 이용 수수료(7%)→ 경매수수료(7%)→ 경매인 이윤(5~10%)→ 소매 이윤(15~20%) 등 총 34~44%의 수수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

산지직거래는 생산자와 구입자가 직접 대면하면서 이러한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는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직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의 공급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식재에 대한 단가보장은 물론 일정 수량의 소비, 최소 연간 단위의 공급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산지에서 이를 수용해주기가 쉽지 않다. 다수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프랜차이즈는 별 어려움이 없이 접근할 수 있을지언정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언감생심이다.

지난 2013년 출범한 ‘한국외식산업협동조합’(이하 외식업협동조합)은 공동구매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식재료 가격의 10% 절감은 사업장 수익을 10% 증가시킨다’는 슬로건처럼 공동구매를 통해 전국 각지의 식재와 외국산 식자재를 20~50%까지 할인된 가격에 확보할 수 있다.

공동구매는 대량 계약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날씨나 가축전염병, 유가 폭등에 따른 신선식품 가격의 등락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식재 확보가 가능하다. 여기다 주류도매상과의 협약으로 소주, 맥주 등의 가격도 대폭 할인해 공급하면서 소규모 외식업체의 부담을 덜어준다.

그러나 아직까지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조합원 수가 많지 않다. 사업장 경비를 크게 줄여 업계 불황에 따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현재 쌀과 천일염, 고춧가루, 멸치, 참기름과 향미유, 생수, 주류 등을 공급하고 있으며 조합원 증가에 따라 대상 품목도 차츰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장기조 외식협동조합 부이사장은 “협동조합을 통한 대량 구매와 농산물 계약재배가 활성화된다면 유통합리화 효과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며 “식재 구입을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재와 메뉴 개발을 ‘한 방에’

식재 유통을 규모의 경제로 풀어나가는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들과의 협력 방안도 식재 고민을 덜 수 있는 방법이다. 현재 CJ프레시웨이, 아모제푸드시스템, 현대그린푸드, 아워홈, 동원홈푸드, 삼성웰스토리, 한화푸디스트, 대상베스트코 등이 외식 프랜차이즈들과 개인 업소들의 식재 고민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

국내 식자재 유통의 선두주자인 CJ프레시웨이는 이천과 광주, 양산, 장성 등에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체계적인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유통단계 이전부터 협력업체와 해당상품에 대한 까다로운 검증(Audit) 절차를 통과한 상품만 고객에게 제공하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신선한 식재를 위생적으로 관리해 전국으로 배송할 수 있는 물류시스템과 메뉴컨설팅 및 메뉴 R&D기능 등 종합적인 인프라를 갖춘 결과 올해 5월 기준 약 370여 개 프랜차이즈 본사에 식자재를 납품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식자재 공급 부문은 매년 4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자랑하고 있으며, CJ프레시웨이 소속 전문 셰프들이 프랜차이즈 업체 본사와 조리과정을 단축하고 매출을 높일 수 있는 각종 소스류와 신메뉴를 연구개발해준다. 신메뉴에 대한 갈증이 있는 외식업체라면 이러한 협력 관계가 최상의 조합일 수 있다.

식자재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아모제푸드시스템도 외식에 특화된 식재 공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고객 니즈에 따른 식재 공급을 위해 국내 산지직거래는 물론 해외 소싱까지 나서고 있다. 해외 파트너와의 만남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적극적인 해외 소싱은 새로운 식재를 원하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다. 

▲ 아모제푸드는 직영농장 '아모제팜'을 운영하면서 식재 유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지정 농장인 ‘아모제팜’에서 엄격한 기준에 맞춰 다양한 품종이 생산되고 있다. 충남과 제주도 등지에 있는 아모제팜에서는 감귤, 브로콜리, 당근, 버섯, 토마토, 양파, 양배추, 허브류 등 150여 가지 품목이 생산되고 있다. 축산물도 산지 도축장을 연계한 공급이 이뤄지고 공산품은 매입액의 약 40%가 제조사 혹은 수입사와의 직거래로 연결된다.

이밖에 센트럴 키친과 대형 물류 센터를 사업 초기부터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지역별 밀착 영업 관리와 식당 직거래 배송차량 운영, 365일 24시간 고객 클레임에 응대할 수 있는 전문 상담원 운영 등도 유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동원홈푸드는 계열사와의 유기적인 협력 체제에서 비롯된 상품 경쟁력이 장점이다. 지난해 국내 최대 B2B 조미식품 전문기업인 삼조쎌텍과 합병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해준다. 현재 동원홈푸드의 아산공장은 다품종이 생산 가능한 설비를 기반으로 소스, 드레싱, 씨즈닝, 프리믹스, 향료 등의 각종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근 커피프랜차이즈 ‘마시그래이’, ‘가노커피’와 대게 요리 전문 프랜차이즈인 ‘크랩비’ 등에 식재를 납품하는 등 신생 프랜차이즈업체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재 유통의 선진화라는 시대적 요구와 다양한 제품을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받길 원하는 외식 프랜차이즈들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면서 거래 규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 규모의 경제 실현과 유통 구조의 개선 차원에서라도 관련 시장이 더욱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물류 선진화 위한 투자 시급

지난해 한국외식업중앙회와 글로벌리서치그룹 밀워드브라운미디어리서치가 전국 외식업 경영주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식업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6%가 1년 전에 비해 경영상황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골목식당 경영난의 가장 심각한 원인은 식재 문제로 77.3%는 ‘식자재 가격상승’을 꼽았다. 실제 매출액에서 식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1.6%로 전체 비용 가운데 가장 높았다.

골목식당 업주들은 식재료 구입과 관련해 가장 큰 애로사항이 지나치게 높고 불안정한 가격을 꼽았다. ‘식재료 가격이 높아서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한 이도 91.5%에 달했으며, ‘구입처의 식재료 가격이 불안정해 어려움을 느낀다’는 응답자도 76.4%를 차지했다.

외식업 경영주들은 식재료 관련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해결책으로 ‘유통구조 단순화를 통한 가격 절감’(44.3%)을 꼽았다. 복잡하고 낙후된 유통구조가 가격상승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구입 가격 안정화’(24%)를 들며 식재료 가격의 변동 폭이 매우 크고 예측 가능성이 낮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접근성이 편리한 인근의 공급처’(11.6%), ‘품질·안전성 제고를 위한 물류 선진화’(8.7%), ‘구매경로의 다양화’(6.7%) 등이 뒤를 이었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은 “식자재 유통시장의 후진성과 식자재 가격의 불안정성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고질적인 문제”라며 “그동안 골목식당은 후진적 식자재 유통구조의 희생양이 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유통비용과 가격 변동성, 낮은 안전성과 품질 등 골목식당에 악영향을 주는 비정상적 식자재 유통의 근본적인 문제에 개한 해결방법을 정부가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통 전문가들도 유통단계 간소화를 통한 유통비용 축소, 물류선진화를 위한 사회적 투자, 공급처의 확대를 통한 경쟁 유도가 식자재 유통시장의 3대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이들이 현재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개선을 위한 노력이 소수에 그치고 있다”며 “외식 경영주들의 지혜로운 선택이 많아질수록 시장의 모순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지원되더라도 생산 농가의 긍정적인 자세가 수반되지 않는 이상 지금의 구조가 바뀔 수 없을 것”이라며 “생산 농가는 단기간의 이익만을 보지 말고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체적인 시야에서 바라보고, 이를 위해 교육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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