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외식업계 농업에서 희망 찾다!
농진청, 외식업계 농업에서 희망 찾다!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5.06.22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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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품종 개발·선진영농 보급으로 외식업 파이 키우기
▲ 지난 5월 이양호 농촌진흥청장(왼쪽)이 전북 정읍의 농가맛집 선비향에서 진행한 ‘외국인 셰프의 농가맛집 팸투어’를 통해 로컬푸드를 이용한 한식의 맛과 멋을 알렸다. 사진=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의 R&D를 통해 선보인 보리쌀 영백찰(왼쪽 위)은 밥을 지은지 48시간이 지나도 색이 변하지 않아 외식업체에서 활용하기 좋다. 바크셔와 비슷한 육질의 우리흑돈은 우리나라 돼지고기 전문점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식재로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은 농업의 국가 기간산업화를 추진하는 기관이다. 1970년대 ‘공업입국’의 기치 아래 크게 축소된 우리나라 농업의 질적 성장을 통한 도약을 추진한다. 끊임없이 신품종과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농법을 개발한다. 농민들이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수억 원대의 장비를 저렴하게 임대하기도 한다.

얼핏 농진청은 ‘농축산업의, 농축산업에 의한, 농축산업을 위한’ 기관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도화된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산업간 연결망이 촘촘해졌고 농진청의 다양한 사업은 식품·외식업의 가장 중요한 신성장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식품·외식업계는 농진청에서 개발한 신품종과 선진농법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지난해 9월 전주시 전북혁신도시의 신청사 시대를 맞은 농진청의 대표적인 사업 중 식품·외식업계와 밀접한 분야를 소개한다.

지난 3월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식량과학원(경기도 수원시)에서 ‘2015 외식업체 초청 연구성과 설명회 및 간담회’(이하 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2012년 처음 열린 뒤 올해 4회째 열린 행사다.

이날 간담회에는 임상종 국립식량과학원 원장과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중견 외식업계 관계자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농진청에서 1년 동안 선보인 새로운 품종의 작물과 축산물 등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농진청이 개발한 신품종의 가치

▲ 농진청에서 개발한 밥을 지은 뒤에도 색깔이 변하지 않는 보리쌀 영백찰(왼쪽)과 바크셔와 비슷한 육질의 우리흑돈(아래) 등은 외식업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우수한 식재료가 될 전망이다.

외식업계는 농진청의 새로운 작물과 축산물을 식재로 활용, 보다 경쟁력 있는 메뉴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른 외식업체와의 차별화를 이룰 수 있게 되고 우리나라 외식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올해 간담회에서 임상종 국립식량과학원 원장은 “외식업계를 이끄는 여러분이 우리나라 농수축산물의 최종 소비를 결정하는 주인공”이라며 “농진청은 외식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식재를 알리고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은 지난 2014년 농진청의 R&D를 통해 탄생한 신품종 작물과 이를 활용해 만든 제과류, 떡, 소스, 전통주 전시장을 둘러보며 큰 관심을 보였다. 농진청에 따르면 쌀 품종 한 가지만 해도 식품·외식업계의 필요에 맞춘 R&D 성과가 적지 않다.

어린이 성장촉진에는 라이신 함량을 25% 높인 영안 품종의 벼가 좋고 다이어트에는 체내 흡수가 적은 난소화 전분 함량이 많은 고아미 2, 3호 품종이 적합하다. 또 삼광 품종은 쌀 케이크나 제빵용으로 그만이다. 쌀케이크와 빵 제조업체 ‘쁘띠아미’는 삼광을 이용해 만든 글루텐프리 케이크 등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농진청은 국립식량과학원을 통한 외식업계와의 간담회를 매년 개최할 계획이다. 이는 농업과 외식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협업 프로그램이다.

한식 세계화의 뿌리 농가맛집 육성

이양호 농진청장은 지난 5월 12일 전북 정읍의 농가맛집 선비향에서 ‘외국인 셰프의 농가맛집 팸투어’를 가졌다. 이날 팸투어는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셰프 5명이 이 청장과 함께 ‘농가맛집’을 방문해 음식에 대한 스토리를 듣고 직접 만들어 본 뒤 시식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또 외국인 셰프들과 농가맛집의 외국인관광객 유치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등 한식 알리기는 물론 음식관광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선비향은 오랫동안 숙성시킨 우리나라 고유의 된장과 고추장은 물론 지역 농산물인 질경이, 양하, 가죽잎 등으로 담근 장아찌로 밥상을 차린다.

로컬푸드를 활용한 발효음식에다 대대로 내려온 가양주 ‘신선고본주’를 더한다. 여기다 한우 불고기를 곁들인 선비일품밥상과 돼지불고기가 나오는 선비이품상이 주요 메뉴다. 후식으로 내는 다과상은 다식과 매작, 동치미무청, 밤·석류·대추·석이버섯 등으로 만든 유자꾸러미로 차려진다.

농가맛집은 농진청 산하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역 농산물과 문화를 연계해 향토음식을 체험토록 조성한 식당이다. 지난 2007년 첫 사업을 시작, 현재 전국 107곳의 농가맛집이 내외국인 손님을 맞고 있다.

이들 농가맛집은 깨끗하고 신선한 로컬푸드에 전통의 멋과 맛을 담아 도시에서 맛보기 어려운 한식을 차려낸다. 이는 한식세계화의 원형을 찾는 길이다. 수많은 퓨전한식도 뿌리가 튼튼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하는 매력적인 음식문화로 대접받을 수 있다.

농진청의 농가맛집은 우리나라 외식업계의 퍼플오션이라 할 수 있다. 전통문화 체험과 관광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기에 해마다 농가맛집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대도시의 한정식 전문점이나 일반 한식점에서도 농가맛집의 메뉴와 서비스를 벤치마킹한다면 예상 외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선비향에서 진행한 외국인 셰프 팸투어에서 이 청장은 “내국인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와 음식을 맛보고자하는 외국인관광객이 농가맛집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업이 활성화할 경우 국내 외식업계도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외식업 경쟁력 높이는 농축산물

지난 3일 농진청은 보리밥을 지은 뒤 시간이 지나도 색이 변하지 않는 찰성 쌀보리 ‘영백찰’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밥을 지은지 48시간이 지나도 다른 보리쌀처럼 흑갈색으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한번에 많은 밥을 지어야 하는 외식업소에 적합하다.

이날 농진청이 소개한 영백찰은 밥을 지은 뒤 시간이 지날수록 갈색으로 변하도록 하는 ‘프로안토시아니딘’ 성분을 줄여 본래의 색감을 유지한다. 기존 보리쌀인 ‘새찰쌀보리’에 비해 시간이 경과해도 흰 색을 유지하는데다 찰기와 식감, 맛, 냄새도 우수해 보리밥의 거친 식감을 크게 해소했다.

보리밥 전문점 등 외식업소에서 영백찰을 이용해 밥을 지을 경우 고객 만족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웰빙 트렌드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잡곡 즉석밥에도 활용이 가능해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기존 보리품종과 비슷한 1㏊ 당 3.4t을 생산할 수 있고 쓰러짐과 보리호위축병에도 강해 재배농가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추위에 약해 산간내륙 지역보다 전남, 경남, 제주 등 남부지역의 재배가 적합하다.

농진청은 앞서 지난 5월 우리나라 고유의 돼지 품종 ‘우리흑돈’을 개발해 특허출원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우리흑돈은 흑돼지로 알려진 토종 재래돼지와 국립축산과학원이 지난 2007년 개발한 ‘축진듀록’을 교배해 합성했다. 농진청에 따르면 우리흑돈은 토종 재래돼지와 일반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개량종 돼지에 비해 고기 색이 붉고 근육의 지방 함량이 많아 소비자 기호에 맞는다.

우리흑돈 고기의 붉은 색은 평균 9.1로 개량종 돼지 7.1보다 높고 요리했을 때 양이 줄어드는 손실함량은 28.6%로 개량종 31.1%보다 낮다. 모양과 맛을 평가하는 전문가 평가에서 육색과 향미, 전체 기호도(6점 만점 기준)에서 각각 4.96점, 4.81점, 4.16점으로 개량종보다 1.8점, 0.6점, 0.6점 등 총 4.15점 높은 점수를 얻었다.

우리흑돈은 외래 품종 ‘바크셔’를 대체할 수 있다. 바크셔 돼지고기는 일본에서 소고기보다 비싼 가격에 팔린다. 일본에서는 바크셔 고기를 주로 샤브샤브로 요리한다.

박수봉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장은 “지난 해 10월 발효된 나고야의정서로 수입 씨돼지와 수입 후 생산되는 새끼돼지에 대한 사용료 문제까지 예상된다”며 “우리흑돈으로 FTA에 대응하고 국내 돼지사육농가의 소득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우리흑돈의 양산이 이뤄진다면 국내 돼지고기 전문점의 매출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 효자식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BOX 기사] 식용곤충으로 만든 한과는 ‘한과 맛’

농진청, 미래 식량난 대비 식용곤충 조리법 개발

▲ 농진청이 주도해 식용곤충으로 만든 다양한 먹을거리들.

식용곤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 마지막칸 승객에게 배급되는 바퀴벌레 농축 젤리 얘기가 아니다. 농진청은 미래 식량난에 대비하는 새로운 먹을거리로 식용곤충의 식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본격화하고 있는 식용곤충 개발 품목은 갈색거저리 유충(밀웜)과 흰점박이꽃무지 유충(굼벵이), 장수풍뎅이 유충, 귀뚜라미 등이다. 이러한 곤충의 식용화를 위해 농진청은 곤충산업과를 두고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갈색거저리와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의 식용에 대해 한시적 허가를 내줬다. 이에 발맞춰 농진청은 곤충음식 시식회, 식용곤충 애칭 공모전 등 식용곤충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호를 높이기 위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식용곤충 애칭은 고소애(갈색거저리애벌레)와 꽃벵이(흰점박이꽃무지애벌레) 등 2개다. 고소애는 ‘고소한 맛을 내는 애벌레’, 꽃벵이는 흰점박이꽃무지의 ‘꽃’과 굼벵이의 ‘벵이’를 더해 만든 합성어다.

농진청은 올해 장수풍뎅이 애벌레와 귀뚜라미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안전성 입증을 거쳐 한시적 식품원료로 신청하고, 이후 애칭을 공모할 예정이다. 곤충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도 연구 중이다. 농진청이 장수풍뎅이 애벌레의 영양성분을 분석한 결과 건조분말은 단백질 38%, 지방 29%, 탄수화물 26%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포화지방산이 전체 지방산 중 58%, 불포화지방산 중 하나인 올레산은 100g당 13〜18g 들어 있다. 농진청은 이를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조리법을 연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농진청은 서울 삼청동의 양식당에서 ‘식용곤충 오찬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수희 경민대 교수의 ‘식용곤충의 이해와 조리 적용’이란 내용으로 주제 발표와 최수근 경희대 교수가 갈색거저리로 만든 음식에 대한 메뉴 설명과 시식회가 진행됐다.

식용곤충으로 만든 쿠키는 쿠키 맛, 피자는 피자 맛을 냈다. 영양은 훨씬 풍부했다. 미래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농진청의 연구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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