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방송, ‘먹방’과 ‘쿡방’을 넘어 훔쳐보기에 이르기까지
음식방송, ‘먹방’과 ‘쿡방’을 넘어 훔쳐보기에 이르기까지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07.03 1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 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관광학부 교수

TV 채널마다 음식관련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주로 유명한 음식점을 찾아가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먹방’이 대세였다면, 요즘은 출연자들이 실제로 음식을 만들고 맛보는 ‘쿡방’이 대세이다.

1980년대 작가 홍성유는 전국을 누벼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 음식에 사용된 식재료와 조리법, 음식점에 얽힌 이야기를 신문과 잡지 등에 연재하였다.

요즘말로 그는 국내 최초의 음식 칼럼니스트였다. 외식수요가 급증하던 그 무렵 미식가들에게 맛있는 음식점 순례는 고급 유희였고 여기에는 관련 정보가 필수였을 것이다.  

그 시기에 TV에서는 ‘오늘의 요리’와 같은 프로그램에 전문 조리사를 등장시켜 주부들에게 조리법을 가르쳐주었다.

이후에는 음식을 소재로 한 오락프로그램과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내어 음식조리의 비법을 공개하는 프로그램들이 선보였다. 이어서 음식의 기원과 음식문화의 발달에 관한 프로그램, 건강에 유익한 음식에 관한 프로그램들이 등장하였다.

최근에 방영된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도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돈만 내면 무슨 음식이든 쉽게 사먹을 수 있는 환경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저들이 제 때 끼니를 해결하고 무사히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가슴을 졸일 만하였다.

하지만 영상 속의 주인공들은 소박하나 건강한 밥상을 차려내는 슬로푸드(slow food)의 현장을 보여주었다. 

이제 TV 음식프로그램 속의 음식은 맛있는 음식점 소개나 레시피에 맞춰 음식을 조리하고 맛있게 먹는 방법, 어떤 음식이 몸에 유익한지 등에 관한 정보나 지식제공형 프로그램의 소재로서만 머물지 않는다.

음식의 조리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어 보이는 남성 연예인들이 나름의 창의적인 방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거나, 전문 조리사들에게 식재료 사용과 조리시간에 제한을 두어 누가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드는지 경연하게 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오락적 요소로 활용된다. 

시청자들은 조리사가 음식을 만드는 독특한 행위에 빠져들고 패널이 음식 먹을 때 짓는 과장된 표정과 감탄사에 즐거움을 느낀다.

이는 타인의 사적 영역을 훔쳐보며 쾌락을 느끼는 관음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의 음식방송은 ‘음식포르노(food porn)’라 할만하다.

이렇게 TV에 음식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이유가 방송의 시청률 높이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의 대중문화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국내 TV에서 일본의 음식프로그램을 모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넘쳐나는 음식 방송은 시청자들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 어떠한 형태로든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칫 음식이 놀이나 게임의 소재가 되어 음식의 본질적인 의미를 탈색시킬 수 있겠다는 우려가 없지 않지만 더 좋은 음식, 더 즐거운 식사, 다양한 음식문화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제 소비자는 외식업체에서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원산지표시에 만족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먹는 음식에 사용된 식재료의 생산 지역이 어디이며, 그곳의 자연환경과 생산 및 조달과정에 대해 궁금해 할 것이다.

또한 단순한 음식의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생산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커질 것이다.

지금까지 가정의 음식조리는 여성의 영역이었으며 주로 모계로 전승되어왔으나 이러한 음식문화에도 변화가 올 것이다.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남성도 음식조리를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음식방송은 여성보다 남성들의 시청률이 더 높을지 모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