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가공식품 연구 다시 시작하자
쌀 가공식품 연구 다시 시작하자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07.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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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한국식량안보재단 이사장
▲ 이철호 고려대학교 교수·한국식량안보재단 이사장

쌀의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식의 영양기능성을 알리고 아침밥먹기 운동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햄버거, 피자, 스파게티 등 밀가루와 고기를 베이스로 한 편이 음식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수입축산물들이 무제한 공급되는 상황에서 쌀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쌀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집에서 지어 먹는 밥으로만 생각했던 쌀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 바꾸어 현대인의 기호와 소비성향에 맞는 쌀 가공식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햇반과 같은 즉석밥이나 삼각김밥, 쌀라면, 베트남 쌈밥, 쌀국수의 소비가 독신가구나 직장인의 한 끼 식사로 또는 항공사 기내식이나 여행용 음식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쌀 가공식품 개발을 통해 소비 감소를 막고 우리 농업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쌀 가공식품 개발과 시장 확대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목적으로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에서 ‘쌀의 혁명’이라는 책을 집필하고 있다.

우리쌀의 역사와 가치사슬을 분석하고 쌀 가공산업의 역할을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쌀의 영양가와 가공적성에 관한 국내 연구 동향을 조사하면서 우리의 연구수준과 성과가 너무 기대 이하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쌀의 영양가에 대한 수많은 오해, 예를 들어 비만의 원인이 된다거나 당뇨병에 좋지 않다는 식의 잘못된 소비자 인식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과학적인 분석연구와 문헌고찰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쌀 가공식품 개발을 위해 가장 기초적으로 알아야 하는 쌀의 품종별 가공적성이나 가공식품별 품질특성에 대해 체계적으로 진행된 연구가 거의 없으며 단편적인 연구들이 산발적으로 보고되고 그 연구결과 또한 대단히 미약하다.

우리 쌀의 가공 적성을 측정하기 위한 연구 장치의 개발이나 가공식품의 품질을 규명하고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한 창의적인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외국의 측정장치와 연구방법을 그대로 모방해 숫자만 나열한 연구가 대부분이다. 유럽이 빵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것과 일본이 쌀의 식미를 측정하기 위해 여러 가지 측정장치를 개발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연구는 정말 부끄러운 수준이다.

왜 우리는 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연구자의 자세가 문제이다.

연구비를 받기 위해 업체의 이름을 빌려오고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연구 분위기에서 고민하고 뭔가 만들어 내려는 장인의식은 실종되고 만다.

수억 원을 받고 1, 2년 만에 두툼한 보고서 하나와 SCI 논문만 내면 끝나는 오늘의 연구관리 시스템이 만든 결과이다.

연구과제 선정에서 다른 사람이 비슷한 제목으로 연구한 기록이 있으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관행 때문에 연속적이고 경쟁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 가지 문제를 가지고 많은 연구자들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고 시도해야 토론이 되고 옥석이 가려지고 바람직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인데, 우리의 쌀 연구에서는 이러한 결과들을 찾아볼 수 없다.

농촌진흥청에 있었던 쌀 식미평가연구팀은 없어진지 오래고 한국식품연구원에 설치되었던 쌀가공연구센터도 흐지부지 없어졌다.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는 쌀 산업의 활로에 달려있고, 쌀 산업의 활로는 쌀 가공식품산업의 성장에 달려있다고 모두들 말하고 있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쌀 가공식품산업을 잉여쌀이나 재고미를 처분하는 방편으로 생각하는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와 연구자들의 사명의식을 시들게 하는 연구관리 시스템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쌀의 영양가와 가공적성에 대한 기초연구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쌀의 영양생리기능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우리쌀의 가공적성과 제품의 품질특성을 측정하는 기계장치와 연구 방법을 제대로 만들어 내야 한다.

우리 정부를 비롯해 산업계, 학계, 연구소가 혼연일치돼 쌀 가공산업을 활성화 한다면 우리나라 쌀 소비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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