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업계, 연구개발은 이제 없다?
식품외식업계, 연구개발은 이제 없다?
  • 신지훈 기자
  • 승인 2015.07.10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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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식품ㆍ외식업계는 독창성이 완전히 사라진 듯하다. 타사의 제품이 히트를 치면 이름을 살짝 바꾸고 다른 식재를 조금 첨가해 신제품을 내놓거나, 잘 나가는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이미지와 인테리어를 적용해 대대적으로 론칭하고 손님을 맞는 등 ‘따라하기’가 일반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른바 미투 마케팅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식품업계는 미투 제품으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해태제과는 지난 2013년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누크바가 자사 제품 누가바와 상표권과 포장이 유사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라면업계도 법정 다툼이 있었다. 삼양식품은 지난 2012년 출시한 불닭볶음면을 팔도가 그대로 베껴 불낙볶음면을 출시했다며 판매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외식업계는 소프트리와 밀크카우의 벌꿀 소프트 아이스크림 특허 분쟁, 갈비만두 원조 논란, 명품 햄버거 콘셉트 따라하기, 닭강정, 프리미엄김밥, 우유빙수 등 콘셉트와 메뉴, 브랜드까지 미투가 만연해 있다.

최근 허니버터칩에 이어 소주업계에는 과일 저도수 바람이 불고 있다. 롯데주류가 지난 3월 유자 농축액과 유자향이 첨가된 칵테일 소주 ‘순하리 처음처럼’을 출시하면서 한 달만에 150만 병이 팔리는 등 히트 상품으로 떠오르자 무학, 하이트진로 등이 차례로 색다른 과일 첨가하고 제품 종류를 다양화한 저도수를 선보였다.

일부에서 원조 제품을 무작정 따라하는 미투 제품에 대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홍보의 한 방법으로 변질되면서 업계에서도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품대기업들이 서슴지 않고 제품을 모방하는 것을 볼 때마다 놀랍다”며 “연구ㆍ개발부서는 타사 제품을 유심히 관찰하다 비슷하게 내놓는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경쟁업체 입장에서 미투제품은 초기 시장 분석과 신제품 출시를 위한 연구개발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이미 시장성을 검증 받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또한 관련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히트상품을 개발한 기업은 투자금 회수가 어렵고 결국 연구개발비를 줄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단점이 있다.

미투 제품으로 인해 히트상품의 신선함이 떨어지고 파급력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도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다.

한 인터넷 포털 누리꾼은 미투제품 관련 기사에 댓글을 통해 “국내 제과업계들은 설립 초기 일본 제품을 그대로 베껴 국내에 출시한 게 대부분이었다”며 “그룹 탄생 때부터 가지고 있는 ‘베끼기’ 철학을 아직도 고히 간직하고 있다는 게 대단할 뿐”이라며 비꼬고 있다.

물론 원조를 지켜주지 못하는 부실한 제도도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법적 문제 이전에 도덕적으로 성숙한 시장을 형성하는게 먼저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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