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 신지훈 기자
  • 승인 2015.07.17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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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603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8.1% 인상된 금액이라지만 노동계에서 주장한 1만 원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반면 경영계는 역대 최대 인상폭이라며 기업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780엔으로 우리나라 돈 약 7200원이다. 그러나 정작 일본에서 최저임금에 맞춰 시급을 주는 곳은 거의 없다.

지역별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있는 일본은 도쿄를 비롯한 오사카, 나고야 등 수도권은 100엔에서 400엔 정도 높은 최저임금을 자체적으로 적용한다. ‘실질적’ 최저임금은 우리나라 돈 1만 원이 넘는다.

노동의 가치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라별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은 말 그대로 최저임금일 뿐 그 이상으로 시급을 책정하고 주말・휴일수당 등을 적용하는 것이 당연시 돼 있다.

반면 한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최저임금만 근로자에게 지불하면 떳떳하다는 사고가 만연해 있다. 이번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도 경영계가 얼마나 노동의 가치를 하찮게 여기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그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내놓은 카드는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 축소 감행’이었다. 고용을 안 하겠다는 협박을 통한 최저임금 낮추기는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외식업계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이중고를 겪게 됐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12일 본지 창간 특집 좌담회에서 조해영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처장은 국내 외식업의 문제점에 대해 “업소 1개 당 인구비율이 한국 86명, 미국 335명, 중국 316명, 프랑스 292명, 일본 179명으로 타 국가에 비해 과당 경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다른 패널은 외식사업을 너무 쉽게 생각해 폐점률이 높다며 진입 장벽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부분에서 지금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높은 최저임금 책정은 경쟁력 있는 외식업소를 분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마저도 주지 못하는 ‘현상유지’에 급급한 외식업소는 도태될 것이고, 우수한 시스템과 노하우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외식업소는 살아남을 것이다. 높은 최저임금은 일본의 경우처럼 고품질의 맛과 서비스의 선진 외식문화를 만들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최저임금이 기업들의 고용에 부정적 효과를 미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이미 영미권과 OECD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정적 효과는 거의 없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선진국들도 저소득층의 소비 진작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방침 아래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저임금을 9달러(약 1만112원)로 인상하자는 제안에 월마트, 페이스북, 이케아 등 기업들이 먼저 나서서 인상을 주도해 눈길을 끈다. 일본도 도시바, 파나소닉, 미쓰비시 등 대기업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국내는 아직도 늦은 시간까지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으로 허덕이는 이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는 기업이 너무나도 많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고용을 하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국내 경영계 수준에서 언제쯤 노동의 가치에 대해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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