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과 외국어 메뉴 표기
외국인 관광객과 외국어 메뉴 표기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07.2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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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화 오사카세이케이대학 경영학부 교수
▲ 이미화 오사카세이케이대학 경영학부 교수

결혼 전 남편이 남동생과 함께 도쿄에 놀러온 적이 있었다.

아리가토고자이마스(고맙습니다)와 나마비루(생맥주) 정도 밖에 일본말을 할 줄 몰랐던 두 사람은 동경에 온 첫 날, 용감하게도 호텔 근처에 있는 작고 허름한 꼬치구이집에서 일본어로만 된 메뉴북과 30분 정도 씨름하다가 손짓 발짓으로 겨우 주문을 할 수 있었다.


방일 외국인관광객이 갖는 가장 큰 불만은 외국어 메뉴표기가 적은 것과 음식점 이용방법에 대한 설명 부족이라고 한다.

일본의 체인음식점은 저렴한 가격에 수준 높은 요리를 맛볼 수 있어 만족도가 높으나 급증하는 외국인관광객 대응은 큰 과제로 남아있다.

규동체인점을 비롯해 라면, 카레 등 외식체인점의 경우 점내에 식권발매기를 두고 있는 곳이 많지만 일본어로만 돼 있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신용카드가 안 되는 음식점 또한 많기 때문에 현금을 소지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2014년 방일외국인 관광객수는 1341만 명으로 여행 소비액이 무려 2조 엔을 넘었다. 엔저로 인해 올해 상반기만 해도 753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일본을 찾았다(5월말 현재).

이처럼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바빠진 곳 중 하나가 음식점이다. 체인점을 중심으로 일본어만으로 되어있던 메뉴북을 외국어로 표기하거나, 유학생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등 인바운드 대책을 세우는 곳이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본어를 구사할 줄 모르는 외국관광객이 체인점이 아닌 개인 음식점에서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기란 꽤 어렵다.

일반적으로 음식점에서 외국어 메뉴를 작성하려면 번역회사에 의뢰하던가, 스태프 중에 유학생이 적당히 만드는 정도로 일부요리만 한정해 표기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인바운드 대책을 세우는 곳이 늘고 있다. 동경도에서는 점포명, 전화번호 등 간단한 정보를 등록하면 무료로 외국어 메뉴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이트가 개설됐고 손쉽게 외국어 메뉴를 작성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대응은 뒤늦은 감이 있다. 1990년대 이후 일본지방도시의 인구감소와 함께 지역경제의 쇠퇴를 배경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다양한 지역활성화를 위한 사례가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B급 구루메’, ‘고토우치구루메’, 영화·드라마 촬영지 등 다양한 장르와 함께 음식과 식문화를 관광자원(tourist resources)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지난 2013년 일본정부관광국(JNTO) 연차보고서 ‘방일외국인 소비동향’에 따르면, 일본 방문 중 가장 많이 한 일은 ‘일본식을 먹은 것’(96.6 %)이었다. 특히 지난 2013년 12월 UNESCO의 세계무형문화재로 등재되면서 일본의 식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 2013년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인이 좋아하는 외국음식 중 일본음식이 83.8%로 1위를 차지했고 일본방문 이유 중 일본음식이 상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음식점은 물리적으로 제한돼 있다. 앞서 예로 든 사례와 같이 손짓발짓으로 음식을 주문해야 하고 심지어 어떤 메뉴를 주문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국 음식에 대한 일본인들의 자부심과는 동떨어진 서비스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한식 세계화를 앞세우며 표준 외국어 메뉴 표기법이 보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대응은 일본에 비해 분명 앞선 행보다.

하지만 한국도 아직 대형식당 등에서만 외국어 메뉴를 갖추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아무 식당이나 들어갈 경우 일본에서와 같이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식 세계화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많은 식당에서 마주치는 불편이 한국에서도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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