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중량 줄이기’ 이제 관행이 돼버렸다
식품업계 ‘중량 줄이기’ 이제 관행이 돼버렸다
  • 신지훈 기자
  • 승인 2015.07.31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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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많은 소비자가 ‘가격’에 점점 민감해지고 있다. 이른바 ‘착한 가격’,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등이 소비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으로 떠오른 것이다. 반대로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가격 인상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가격 저항에 대한 우려 때문일까? 일부 식품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제품의 중량을 줄여 이익을 남기는 방법을 선택했다. 가격은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여 최고 10% 이상의 가격 인상효과를 누린 것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의 초코 빼빼로(960원)는 지난 4월 중량을 52g에서 46g으로 11.5% 줄였다. 같은 가격의 아몬드 빼빼로와 땅콩 빼빼로 역시 39g에서 36g으로 7.6% 줄였다. 대용량 초코 빼빼로(3840원)도 기존 208g에서 184g으로 11.5%, 드림카카오 72%, 드림카카오 56%(각각 2550원)는 기존 90g에서 86g으로 4.4% 줄였다. 롯데 ABC초코렛(4800원)은 지난 5월 210g에서 200g으로 4.7%, ABC밀크초코렛(1850원)은 69g에서 65g으로 5.7% 줄였다.

정식품의 대표제품 ‘베지밀A 고소한맛’과 ‘베지밀A 달콤한맛’(2280원)도 지난 2월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만 1천㎖에서 950㎖로 5% 줄였다. CJ제일제당 스팸볶음밥·스팸김치볶음밥 파우치 제품은 지난 2월 가격은 7980원으로 유지하면서 용량을 690g에서 660g으로 4.3% 줄였다.

해당업체들은 주요 원료가격이 오르거나 용기 제조 비용 때문에 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소비자 부담을 감안해 일부 제품 용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에서 제품 중량 줄이기는 소비자가 눈치 채기 어렵다는 점, 가격 인상보다 저항이 덜 하다는 점 때문에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는데 문제가 크다. 제품 중량 줄이기는 식품업체가 소비자를 속여 이익을 남기겠다는 의도가 확연해 기업 경영윤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구나 매번 복사해 놓은 듯 한 입장표명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올해 초 제품 가격을 최대 20% 이상 인상할 당시 업체들은 인상 이유로 원료 가격 상승을 꼽았다. 그러나 주요 원재료인 소맥, 원당, 대두, 옥수수 등의 국제가격은 2012년 이후 하락세인 것이 밝혀지면서 소비자의 비난이 일자 인건비와 부대비용 상승을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인상과 중량 줄이기에 대해 투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품 용량에 따라 가격 상승에 대한 이유를 공개해 소비자에게 명확히 설명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예언을 하나 하자면 올해 말부터 다음해 초까지 식품기업들은 앞 다퉈 또 다시 제품 가격을 대폭 올릴 것이다. 그리고 주요 원재료 상승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상 폭을 낮췄다는 10년 전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다.

국내 식품업계의 수준에서 가격 인상에 대한 투명성을 바라는 게 욕심이라면 최소한 변명이라도 획기적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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