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08.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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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 연구소장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외식테라피연구소장

여느 때보다 유독 덥고 힘들었던 여름이 지나갔다. 아무리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때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게 자연의 이치다.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민족 최대의 명절 중에 하나인 중추가절이 돌아와도 우리의 마음은 풍요롭기는커녕 내내 불안하기 그지없다.

언제부터인가 TV 채널을 돌리기 무섭게 전국 각지의 맛집과 유명 조리사들 일색이다. 한결같이 맛있고 저렴하고 푸짐하다고 난리법석이다. 그런데 내 주변 음식점들은 왜 하나같이 맛이 없고 1년이 멀다하고 찾아가면 가게가 사라져 버리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방송을 보면 손님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집들이 즐비한데 왜 저마다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일까.

국제유가는 또다시 최저가를 기록하고 국제 증시는 급락하고 중국 내 경제 둔화는 전 세계 경제에 불안을 조성하고, 남북관계는 긴장의 연속이며 청년실업 문제에 고령화시대를 맞이하는 노후 대책 등 온통 불안한 것들로 가득한 채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눈으로만 맛있는 한국

이런 판국에 방송에서는 연일 먹는 모습이 빠지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이 맛집 소개와 음식만드는 사람들 특히, 남자 조리사들 얘기에 여념이 없다. 전문적인 조리사가 아닌 유명인들도 조리복만 입혀 놓으면 셰프가 되는 시대다.

1990년대 중반 일본 사회에서도 현재 우리 모습처럼 음식 방송이 대세였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가장 주된 이유는 제작비가 저렴하면서도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것이 바로 음식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란다.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교류하며 유사한 문화가 많이 형성된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에서 당연히 따라가게 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케이블 방송사들이 많아지면서 그만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앞 다퉈 음식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방송이 본연의 기능인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기 보다 시청률 자체에 비중을 크게 두다보니 과도한 연출력으로 정작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당연할 정도로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가뜩이나 불안하고 경제가 어려워 입맛도 없는데 눈요기만 실컷 하고 맛은 상상과 다르니 갈수록 입맛이 쓴 요즘이다.

심야식당이 인기 있는 이유

일본에서 만화로 소개되고 드라마와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큰 공감과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 우리나라에도 드라마와 연극 등으로 서서히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직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정서적 환경이 달라 완벽하게 일치하는 공감은 아니지만 사회적인 정서에서 그 필요성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전통적으로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일본에 반해 우리나라는 삼삼오오 모이는 문화가 대표적이다. 예로부터 옹기종기 모여앉아 일을 하거나 식사도 하고 품앗이와 같은 나눔의 정서와 공동체 사회가 발달했다. 그러나 서구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농촌에서 도시로,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집밥에서 인스턴트식품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왔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혼자서 밥을 먹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일본의 외식문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1인용 식사가 단순한 도시락이나 패스트푸드를 넘어 일반음식점에서도 혼자 식사할 수 있는 시설과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혼자서 밥을 먹는 행위는 참 고독하고 쓸쓸하다.

그래서 함께 밥먹어주는 아르바이트까지 등장했다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저 웃고 넘어갈 해프닝 혹은 트렌드의 이야기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줄을 서서 먹을 만큼 맛있다고 해도 혼자서는 먹을 수가 없다.

집밥이 그리운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잔소리로 들릴망정 한마디라도 건네주고 내 얘기를 그저 묵묵히 들어주는 누군가가 절실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을이 오면 어릴 적 마냥 그저 즐겁기만 했으면 좋겠다. 아니 어쩌면 밥 한 끼라도 위로의 마음이 담긴 그런 곳에서 먹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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