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쿡방’ 의 조리위생학
‘먹방’, ‘쿡방’ 의 조리위생학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08.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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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 전주대 객원교수·(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 최종문 전주대 객원교수·(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지난 8월 4일 방송된 tvN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은 MSG가 꼭 필요하다며 미원과 다시다를 넣고 추억의 돈가스와 크림수프를 만들어 시식단의 찬사를 받았다. 지금까지 대표적 유해식품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던 MSG의 부활 가능성을 한껏 높여주는 퍼포먼스이기도 했다.

필자는 지난 달 본 논단에서 (식외경 2015.7.27) 백종원이 과감하게 MSG 사용시범을 보여주기를 은근히 기대한 바 있다. 오랫동안 MSG 사용을 기피하거나 숨겼던 생계유지형 음식점과 적극적 마케팅 전략을 펼치지 못했던 식품산업계를 위한 응원이 되리라는 기대 때문이었거니와 이심전심 백종원의 MSG 사용 시범장면이 유난히 멋져 보인 이유다.

위에서 본 것처럼 요즘의 TV ‘먹방’, ‘쿡방’이 우리 국민의 식생활과 식품외식경제에 끼친 긍정적 파급효과는 엄청 크다. 하지만 찐한 아쉬움도 없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화면에 비쳐지는 조리위생면의 문제점. 담당 PD와 작가, 그리고 진행자들의 조리위생에 관한 인식과 지식이 부족할 리 없다.

다만 그 프로그램이 단순 조리시범이 아니라 ‘조리시범 + 강의 + 질의응답 + 엔터테인먼트’ 등 복합적인 프로이므로 일부 소홀의 문제점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기본 중의 기본이랄 수 있는 조리위생을 지나치게 가볍게 보거나 무시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일반 시민들, 특히 위생관념에 취약한 청소년들에게 조리위생에 관한 잘못된 신호로 읽힐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맨 먼저 조리복과 조리모자의 문제. 조리복과 조리모자는 그냥 멋으로만 착용하는 게 아니다. 조리 중 머리카락을 비롯한 체외 분비물, 이물질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함이다.

보통 실내에서 가만히 앉아 있다가 일어나도, 맨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거나 매만져도 몇 가닥 머리카락이 떨어지거늘 조리 중 무심결에 머리를 만지거나 긁을 경우 머리카락과 미세한 이물질이 떨어짐은 불문가지. 오죽하면 모자를 쓰더라도 귀와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도록 깊숙이 써야하고 망사처럼 구멍이 숭숭한 재질의 모자는 아예 금지할까. 지나친 화장이나 인조 속눈썹, 목걸이, 귀걸이 등 장신구의 착용금지도 조리 중 이물질의 떨어짐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의 하나다. 실제 조리 일선에서는 조리중 이물질의 떨어짐에 대한 예방조치가 이처럼 빈틈없이 촘촘한 데 비해 방송의 경우 많은 사람이 조리과정을 가까이 지켜보고 시식하지만 모자를 쓰고 있는 이가 거의 없는 등 조리위생면의 접근이 너무 허술해 보인다.

그 다음 조리 중의 마스크 착용. 조리 중에는 말 걸기나 응대가 엄격히 제한된다. 말할 때 쏟아져 나올 침 튀기기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모자를 쓰되 귀와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숙이 써야하듯 마스크를 쓰되 입뿐 아니라 코까지 덮을 수 있는 것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방송의 경우 프로그램 시작과 동시 시작되는 진행자와 출연자들의 대화와 논평, 잇달아 터지는 찬사와 개그와 웃음소리가 몇 단계 조리과정을 거쳐 시식이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계속된다. 이 또한 기초적 위생의식의 부재라는 일부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담당PD와 작가, 진행자의 입장에서 호텔이나 외식업소 주방의 완벽한 조리위생 장면을 보여주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녹화 시 지금 스타일과 위생기준에 맞는 조리스타일 두 장면을 녹화했다가 중요부분에서 가끔 두 장면을 동시에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야 한다.

방송 문외한 입장에서 뭐라 말하기가 좀 어렵지만 지금의 연출능력과 영상기술, 그리고 편집 솜씨가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도 어렵다면 조리위생 소홀의 이유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해와 양해를 구하는 메시지를 자막으로 띄워도 좋을 것 같다. 오디오만으로도 충분한 출연자들의 말소리를 동시자막으로 내보내는 지금의 서비스 수준에 비추어 그 정도의 자막 서비스는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금은 바야흐로 ‘먹방’, ‘쿡방‘ 전성시대, 방송의 조리위생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시치미 떼고 있으면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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