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식, 민간외교관 역할을 기대하며
일본의 한식, 민간외교관 역할을 기대하며
  • 이미화 일본 오사카 세이케이대 교수
  • 승인 2015.09.0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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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화 일본 오사카 세이케이대 교수

일본유학 초기에 한 끼 식사를 300엔으로 해결할 수 있어 자주 먹던 규동(소고기덮밥). 달달하니 맛이 있지만, 먹다 보면 갑자기 느끼함이 올라와 김치생각이 저절로 난다.

몇 년 전부터 규동 체인 주요 3사에서 김치와 순두부를 활용한 메뉴를 내놓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고정메뉴로 인기를 얻고 있다. 스키야의 김치규동, 요시노야의 소고기+갈비덮밥(규가루비돈), 마쯔야의 갈비와 김치를 얹은 덮밥(기무가루돈) 등 한국음식 이름을 그대로 메뉴화 하는 것이 세일즈 포인트이다.

보통 일본에선 한국음식이 먹고 싶을 땐 삼계탕, 삼겹살, 비빔밥, 불고기, 잡채, 순두부 등 한 번에 모든 한식메뉴를 맛 볼 수 있는 ‘한국가정요리점’을 찾는다. 일본 웹사이트에 검색되는 한국가정요리점은 약 3988곳(2015년 8월 현재)이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크게 증가했다.

건강에 좋은 음식 이미지 확산

한국음식점이 가장 많은 지역은 동경도(東京都)로 713곳, 다음으로 많은 곳은 오사카로 442점이다. 한국음식점은 대체로 특정 지역에 밀집돼 있다. 도쿄에는 코리안 타운이라 불리는 ‘신오오쿠보’와 ‘아카사카’. 오사카에는 야키니쿠점과 한국식품을 파는 상점이 많은 ‘쯔루하시’, ‘모모타니’가 유명하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산 조미료나 식품을 구입하려면 코리안 타운에 있는 한국식품점을 찾아야 했으나, 요즘은 주택가 슈퍼에서 신라면을 비롯해 고추장, 쌈장, 부침가루 등 손쉽게 한국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다. 특히 김치는 편의점에서도 판매할 정도로 일본인에게 상당히 익숙한 식품이다.

일본 식품생산유통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채소·과실절임 생산량 중 김치가 27%를 차지할 정도로 일본인 식탁에 정착했다. 이처럼 일본에서 한국음식은 채소를 많이 섭취할 수 있어 미용과 건강에 좋다는 긍정적인 면이 인식되면서 외식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외식을 통해 자주 한국음식을 접하게 되면서 집에서도 김치와 나물 등 한국음식을 구매해 식사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처럼 한식이 일본인 식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게된 것은 우리 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전략적인 마케팅이 어느 정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오사카 지점에서는 온·오프라인을 활용한 프로모션을 통해 한식의 매력과 우리의 먹을거리 및 식문화를 알리는 다양한 이벤트를 젊은 일본 여성층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중적 이미지 못 벗어난 한식점

일본에서 영업하는 한국가정요리점은 대부분 요리 제공방법이나 분위기 연출에 있어서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새로운 맛과 메뉴를 개발해 한식을 다양화하려는 움직임보다는 기존 메뉴를 변함없이 충실하게 내놓는 편이다. 생계를 위해 가족 중심으로 경영하는 형태가 많다는 특징에 이런 모델이 자리 잡게 됐다.

한편 이탈리안이나 중화요리점은 전문 셰프가 외국에 요리유학을 다녀와서 창의적인 콘셉트를 개발하고 끊임없이 멋스러운 요리를 선보이며 세련된 일본인의 기호에 맞춘 외식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2007년 11월 ‘미슐랭가이드 도쿄’가 발행된 이후 도쿄는 최고의 평가인 별 3개(요리를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레스토랑)를 획득한 레스토랑이 프랑스보다도 많은 도시가 됐다.

선진국 중에서도 국민의 외식수준이 상당히 높은 일본에서 대중적인 식당이미지를 못 벗어나고 있는 한국가정요리점이 경쟁력을 갖추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련된 현지 수준에 맞춘 다양한 한식메뉴 개발과 전문 셰프 양성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음식은 세대와 국경을 넘어 문화를 계승하는 최고의 도구임과 동시에 음식을 통한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 앞으로 민간외교관으로서 우리 문화를 세계에 전하는 한국음식점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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