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식문화에서 한식 세계화를 엿보다
아시아 식문화에서 한식 세계화를 엿보다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5.09.18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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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태 4개국 한식 진흥 국제 심포지엄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태국 등 4개국의 전통 식문화를 고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식재단이 주관한 ‘한・중・일・태 4개국 한식 진흥 국제 심포지엄’이 지난 15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제2회 한식사랑 한식위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심포지엄은 4개국 전통음식 전문가와 식품 전문 언론인 등 총 8명이 주제발표에 나서 자국의 전통 식문화와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소개했다.  

특히 각 국 전문가들은 전통 식문화를 효과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 방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4개국 식문화의 발전을 위한 공동 기구의 설립을 제안했다. 주제발표의 주요 내용들을 정리해본다. 

- 한・중・일・태 4개국 한식 진흥 국제 심포지엄

•장소: 서울 양재동 aT센터
•날짜: 2015년 9월 15일(화) 
•사회: 장익경 한국경제TV기자 교수
•패널: 차오잉광(赵荣光) 중국음식문화협회 부회장, 장메이(蒋梅) 중국식품신문 부국장, 오쿠무라 아야오(奥村彪生) 고베 야마대 교수, 혼마 토모코(本間朋子) Let It Be 대표이사, 수라카이 주카로엔사쿨 방콕 카세삿대 교수, 시린트라 분숨레즈 태국 식품전문 매거진 편집장, 정혜경 호서대 교수,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리스트

▲ 지난 15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식재단이 주관한 ‘한・중・일・태 4개국 한식 진흥 국제 심포지엄’이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렸다. 사진=김상우 기자 ksw@

공자 후손의 저택 음식
차오잉광(赵荣光) 중국음식문화협회 부회장

중국에서 천하제일가(天下第一家)로 불리는 공자 가문은 ‘연성공부’를 통해 중국 식문화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연성공부는 천 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한나라 고조는 공자의 유교사상을 국가 기본 통치이념으로 삼고 공자의 후손을 극진히 대접했다. 이는 역대 왕조들의 전통으로 이어졌고 송나라 때 공자 46대 손이 연성공이란 직위를 받았다. 이후 공자 후손들은 연성공부라는 곳에 지속적으로 거주하게 됐다. 

연성공부에는 황제를 비롯한 유명 인사의 출입이 빈번했다. 손님 접대를 위한 음식 문화가 자연스럽게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조상에게 드리는 연회인 ‘제사연’과 산해진미를 이용한 화려한 연회인 ‘손님맞이연’, 규모와 방식이 매우 큰 ‘주택의 향연’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연회와 관련해 500년 동안 기록된 ‘연성공부음식’은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연성공부의 전문 요리사들은 중국 각지에서 공수한 각종 식재들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냈다. 뛰어난 맛을 내고자 식재의 보관과 공급, 조리 비결이 대대로 전해졌다. 앞으로 연성공부음식을 통한 중국 식문화의 재조명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중국 인민에게 음식 유산이란?
장메이(蒋梅) 중국식품신문 부국장 

중국은 왕가 요리와 관부 요리, 불교 및 도교의 채식 요리 등 유구한 역사를 배경으로 각 지역마다 독창적인 음식을 계승・발전시켜왔다. 오늘날에는 세계 각국에 진출한 중국인들의 활약 덕분에 중국 음식은 이제 세계 음식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편리함과 간편함을 내세운 현대 식문화의 빠른 확산으로 자국에서는 전통음식의 입지가 점차 약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정부도 이러한 현상을 인지하고 지난 2011년부터 국가무형문화재 제도를 만들었지만 아직까지 전통음식에 대한 체계적인 뒷받침이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 전통음식에 대한 우대정책 실시와 전통음식을 관광과 소매, 전자상거래와 연계시켜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발상이 필요하다. 

더욱이 다른 나라의 세계화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유관 전문가, 기업, 연구소들로 구성된 비정부단체를 조성해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전통음식 교육도 실시해 소비층을 견고히 다져가는 작업도 무척 중요하다. 

한국은 지난 이명박 정부 때부터 국가적 전략 차원에서 한식을 홍보하고 있다. 한류를 이용한 영화와 TV프로그램은 물론 기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중국 전통음식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한국의 좋은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전통 음식의 전승 방법
오쿠무라 아야오(奥村彪生) 고베 야마대 교수

일본 전통음식은 불교문화와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에 따라 채소와 생선 위주의 메뉴가 발달해왔다. 그러나 1868년 메이지유신에 의한 개국으로 세계 각지의 식문화가 빠르게 전파됐으며 이를 일본만의 독특한 요리로 재탄생시켰다. 돈가스와 오므라이스, 고로케, 토마토 파스타 등은 서양식을 일본화한 대표 퓨전 메뉴다. 서양식뿐만 아니라 중국 요리를 개량한 교자만두와 샤브샤브, 한국의 불고기를 개량한 야키니쿠도 주요 퓨전메뉴로 꼽을 수 있다.  

일본은 오늘날 전통식문화의 계승과 발전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핵가족화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 등 인구 구조의 변화에 편의점과 슈퍼 등에서 완조리된 메뉴로 끼니를 때우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외식산업의 급속한 프랜차이즈화로 지방의 전통요리 전문식당들이 대부분 폐업했다. 

특히 학교급식의 실패는 치명적이었다. 1950년대에 빵과 우유로 시작한 학교급식은 일본 쌀 산업의 약화는 물론 획일적인 메뉴와 표준화된 맛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전통 음식을 낯선 음식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정부도 뒤늦게 전통음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각 가정의 식문화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전통음식의 부흥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은 일본의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않길 바란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인들은 자국의 식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발전시키자는 열의가 강하다.

일본의 향토 요리 -각지에 남은 다양한 식문화
혼마 토모코(本間朋子) Let It Be 대표이사

일본은 각 지역의 기후와 생산되는 식재에 따라 고유한 메뉴들이 만들어져 왔다. 동북지역의 대표음식인 쌀밥 스틱 바 ‘키리탐포’는 추운 날씨를 이기기 위해 고안된 메뉴며, 산간지역인 고치 현의 ‘이나카-주시’는 각종 채소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적 특징이 결합한 채소 초밥이다. 채소와 된장으로 속을 채워 구운 군마 현의 ‘오야키’ 역시 밀 생산지로 유명한 지역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찻물로 끓인 귀리죽인 나라 현의 ‘차가유’는 불교 문화의 전통을 계승한 메뉴다.   

현재 일본 농림수산부는 향토요리 100선 선정, 바른 식생활 교육 기본법, 학교 급식의 전통음식 제공, 각종 전통요리 경연대회 개최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전통음식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커뮤니티가 잘 조성되지 않고 조리가 쉽지 않다는 점들이 활성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커뮤니티 기반 조성에 역량을 모아야 하고 단기간의 성과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지속성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태국 전통 음식의 역사와 강점
수라카이 주카로엔사쿨 방콕 카세삿대 교수

태국은 지리학적 요인으로 다양한 열대 농산물이 생산된다. 이러한 농산물은 짠맛과 신맛, 매운맛, 단맛 등을 내며 태국 음식의 고유함을 살려준다. 

음식의 상함을 방지하기 위한 발효 문화도 발달했다. 발효 생선 소스와 내장, 새우 젓, 마른 오징어, 마른 염장 생선 등은 한국의 발효 문화와 흡사하다. 신맛을 내는 붉은 개미와 풍부한 향미를 자랑하는 냉다 등 곤충을 많이 사용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태국 음식은 육류의 선택, 채소의 종류, 다양한 향신료, 곤충, 발효 등의 맛내기 기술이 음식 맛의 원천이 되고 있다. 또한 왕실 문화의 영향을 받아 음식의 데커레이션과 서빙에 큰 신경을 쓰는 점도 태국 음식의 세계화에 적잖은 역할을 했다.

태국 정부는 전통음식의 계승과 발전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매년마다 각종 음식 박람회와 요리 경연대회 개최를 지원하며, 국가 축제와 기념식에는 전통음식이 어김없이 나온다. 전통음식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과정도 적극 지원해 태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요리사는 선망의 대상으로 꼽힌다. 

태국 전통 음식이 국제화되기까지
시린트라 분숨레즈 태국 식품전문 매거진 편집장

태국인들은 음식의 맛은 물론 음식의 모양과 냄새, 다른 메뉴와의 융복합에 큰 관심을 갖는다.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태국음식은 이미 전 세계에 우수성을 입증 받았다. 

지난 2011년 CNN이 선정한 세계 음식 50선에 태국 음식은 1위(마싸만 카레)와 8위(톰얌쿵), 19위(남톡무), 46위(솜땀)에 오른 바 있다. 

혹자들은 태국 전통음식이 오랫동안 계승되고 발전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비결은 역사적인 영향을 받은 태국 국민의 음식 사랑과 식품 과학 기술의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 세계의 주방이라 부르는 체계적인 시스템, 음식 교육의 활성화, 타이 셀렉트 인증제도 및 안전한 태국 음식임을 보장하는 트러스트 마크 인증제도, 지리표시 체계 등이다. 

한국은 최근 한식 진흥에 큰 힘을 쏟고 있다. 태국에서 한식은 ‘풀하우스’ 등의 드라마로 잘 알려져 있다. 앞으로 한류를 이용해 정부와 민간이 손을 잡고 한식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좋은 결과가 뒤따를 것이다.

한식 문화유산의 현황, 보존과 확산
정혜경 호서대 교수

음식 세계화란 본질적으로 각 국가들의 음식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를 전 세계인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 것이 최고라는 국수적인 의미가 아닌 최상의 문화를 공유하고 지향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식은 과학적 연구와 역사성, 스토리 등의 문화콘텐츠 등이 풍부해 세계화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전달하는 방법이 효과적이지 않다. 현재 농식품부와 문체부, 문화재청, 농진청 등 각 기관마다 산재돼 있는 음식유산 내용을 통합적인 체계로 구축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국내 음식유산 조사연구와 체계 구축, 음식유산의 확산을 위한 전통 문화 융복합 연구도 필요하다. 프랑스 미식투어와 같이 전통 음식의 문화 콘텐츠 개발과 관광자원화, 국내와 국외 타겟팅의 차별적인 미디어 홍보도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음식유산의 소비는 식품산업과 외식산업과의 연계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민간이 손을 잡고 고심해야 한다.

음식 문화가 수백 년에 불과한 미국이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식과 아시아 식문화가 이제는 세계 식문화를 주도할 때다. 

3대 음식유산에 대한 고찰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리스트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궁중 음식은 다양한 음식과 조리법은 물론 역사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는 전통 음식문화의 결정체다. 사찰 음식 역시 식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한 웰빙 음식으로 한식의 맛과 멋을 대표하고 있다. 슬로푸드이자 정성이 가득 담긴 종가 음식도 우리가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음식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013년부터 궁중음식 체험식당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식재단도 ‘건강한 식(食)원정대’를 통해 사찰・종가 음식 진흥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한식이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위해선 슬로푸드임을 강조하고 세계 대표 건강식으로 유명한 지중해식 못지않음을 내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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