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이하 해썹) 제도가 당국의 관리 소홀과 솜방망이 처벌로 안전불감증만 부추기고 있다.
지난 1996년 도입된 해썹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으로 식품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인증을 받고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해썹은 식품의 제조공정 표준화와 엄격한 위생기준 적용 등을 내세워 소비자의 식품안전에 대한 니즈를 충족하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지난 3일 해썹 인증을 받은 제주도의 수산물가공업체 3곳이 무허가 업체에서 가공한 수산물 26t에 자신들의 해썹마크를 붙여 2억1천여 만 원 상당을 유통시킨 혐의로 적발되는 등 인증제도의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이같은 해썹의 문제점을 질타하는 지적이 나왔다. 김태환 의원(새누리당)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해썹 인증 업체 중 식품위생법 위반업체 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식품위생법 위반업체는 총 613곳이다. 특히 이들 위반업체는 2011년 109건, 2012년 111건, 2013년 146건, 2014년 160건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적발된 업체들 중에는 대기업도 대거 포함됐다. 롯데제과와 롯데삼강 등 롯데 계열사가 14곳으로 가장 많았고, 사조 남부햄과 사조 대림 등 사조 계열이 10곳, 농심・오뚜기 9곳, 오리온・해태 8곳으로 뒤를 이었다.
또한 최근 대장균 떡볶이로 물의를 빚은 ‘송학식품’ 제1공장에서 2013년 이후 이물질과 대장균 검출 등으로 3년 연속 처분을 받았으며 세부처분 내용은 16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해썹 인증업체의 식품위생법 위반 사례 증가는 관리감독 기관인 식약처의 소극적인 관리와 부당한 특혜 제공, 위반업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때문으로 풀이된다.
식약처는 지난 8월에야 뒤늦게 해썹 인증 업체 관리 강화를 위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