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의 기록은 시의전서가 최초?
비빔밥의 기록은 시의전서가 최초?
  • 신지훈 기자
  • 승인 2015.10.02 15: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 식품을 왜곡하는 것들 3,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능본부 책임연구원
▲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능본부 책임연구원

세상에는 많은 것들이 잘못 알려져 있고 이런 것들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잘못된 것들을 수정하기란 쉽지 않고, 바로 잡는데 많은 시간과 열정이 필요하다. 특히 ‘먹는 것’들은 대중의 관심이 높기 때문에 진실로 바꾸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비빔밥의 역사와 기록이 대표적이다. 비빔밥의 기록을 살펴보면 19세기 말엽(1890년대)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비빔밥이 등장한다. 시의전서에는 비빔밥의 문헌상 역사가 약 100년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이성우, 한국요리문화사, 교문사, 1999; 주영하, 비빔밥의 진화와 담론 연구, 사회와 역사, 87집, pp. 5-37, 2010). 이들의 이론이 현재까지도 두산백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등에 그대로 수록돼 내려오고 있다. 이들은 이미 고추가 들어가는 김치의 역사나 고추장의 역사를 수 백년, 아니 100여 년의 역사로 줄여 놓았기 때문에 고추장을 사용하는 비빔밥의 역사도 당연히 100여 년의 역사로 줄여 놓아야 기존의 주장들과 일관성을 유지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어쨌든 비빔밥이 생겨난 역사의 시간을 줄인 결과, 요즘 비빔밥의 역사를 말할 때 응당 비빔밥의 첫 기록으로 시의전서로 논하며 각종 언론에서 이를 기사화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대기업의 홍보 책자에도 버젓이 잘못된 기록이 실리고 있다. 어떤 이는 골동반(汨董飯)이 비빔밥의 단순 한자어 표기임에도 불구하고 비빔밥의 어원은 골동반이라고까지 주장하기도 한다.

비빔밥은 시의전서 훨씬 이전인 16세기 말엽 박동량(朴東亮, 1569∼1635)의 기재잡기(寄齋雜記)에 ‘混沌飯(혼돈반)’으로, 1724년의 청대일기(淸臺日記)에 ‘汨董飯(골동반)’으로 한자 명칭이 수록돼 있다. 지금부터 500여 년 전에 비빔밥은 존재했으며 비빔밥의 한글 명칭도 1810년의 몽유편(蒙喩篇)에 ‘브뷔음’이라는 한글로 기록돼 있다는 자료를 바탕으로, 시의전서보다 100여 년 전인 지금부터 약 200년 전에 이미 비빔밥을 한글로 기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성호 이익(李瀷, 1681∼1763)의 성호전집(星湖全集)에는 골동(骨董)이라고 해 골동반을 표현하고 있다. 이학규(李學逵, 1770-1835)의 낙하생집(落下生集)에서는 骨董飯과 骨董이 같은 의미로 비빔밥을 나타낸다. 1724년의 청대일기(淸臺日記)에서는 비빔밥(汨董飯)을 먹고 급체와 설사를 했다는 기록과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도 비빔밥(汨董飯)을 먹고 변소를 드나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문집 등에 음식이 기록되는 경우는 이와 같이 음식을 먹고 탈이 나거나 평소와 다른 기사거리가 있을 때 기록하고는 했다.

이규경(李圭景, 1788-1856)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비빔밥을 骨董飯이라고 해 채소비빔밥, 잡비빔밥, 회비빔밥, 전어비빔밥, 대하비빔밥, 새우젓갈비빔밥, 새우알비빔밥, 게장비빔밥, 달래비빔밥, 생오이비빔밥, 김가루비빔밥, 고추장비빔밥, 황두비빔밥 등 다양한 비빔밥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평양의 비빔밥이 유명하다고 한 것으로 보아 이미 다양한 비빔밥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1870년의 명물기략(名物紀略)에는 ‘骨董飯골동반取飮食雜和飯俗言捊排飯부빔밥又曰谷董’으로 기록, 비빔밥을 한자로는 ‘骨董飯’이라고 쓰고, 부르기는 ‘부빔밥’이라고 했다. 또한 이 부빔밥을 한자로 기록할 필요에 의해 부빔밥 소리와 유사한 한자 ‘捊排飯’을 만들어서 썼음을 알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비빔밥을 한글로 기록하기 이전에는 골동반(骨董飯, 汨董飯)으로 쓰거나 골동반을 약칭해 골동(骨董, 汨董)이라고도 했다.

또한 비빔밥을 혼돈반(混沌飯)이라고도 하고, 글로는 골동반이라고 쓰면서 부르기는 부빔밥이라고 함에 따라 소리 ‘부빔밥’에 맞는 부비반(捊排飯)이라는 한자도 만들어 썼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비빔밥의 어원이 골동반이라는 주장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비빔밥의 최초의 기록이 시의전서라는 주장은 우리나라 음식의 역사를 왜곡하는 대단히 잘못된 주장이다. 이러한 잘못된 부분에 대해 바로 잡는 노력이 앞으로 더욱 필요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