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으로 일군 반세기, 글로벌 ‘농심’ 100년 밝힌다
혁신으로 일군 반세기, 글로벌 ‘농심’ 100년 밝힌다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5.10.0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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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농심은 지난달 17일 서울 신대방동 본사에서 임직원 2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농심 임직원들은 기념식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입지 확대는 물론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 제품을 꾸준히 출시할 것을 다짐했다. 

박준 농심 사장은 “농심의 역사는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발전사라 말할 수 있다”며 “1970년대 초 회사 사활의 기로에서 내놓은 짜장면과 소고기라면, 새우깡 등은 회생의 전기를 마련한 혁신제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0년 동안 녹아든 부단한 자기혁신 본능을 새롭게 하고 백두산 백산수를 중심으로 글로벌 농심, 100년 농심을 이룩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식품산업을 선도하고 전 세계에서 코리아 푸드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농심의 발자취를 조명한다.

농심은 창립 당시 직원 수가 약 100명에 불과했으나 현재 100배 늘은 1만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매출액도 2억 원에서 출발해 4조 원으로 2만 배나 뛰었다. 농심의 베스트셀러인 ‘신라면’은 우리나라를 넘어 이제 세계 어느 곳에서나 찾을 수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R&D 투자가 성장 원동력

농심의 성장 비결은 창립 때부터 운영한 기술연구소에 있다. 사업 초기는 라면 종주국인 일본의 기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일본 라면기업과 제휴를 맺고 제품을 생산했다. 그러나 R&D(연구개발) 투자 없이 독자적인 성장이 힘들다는 안목에 자체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R&D에 회사 역량을 쏟아 부었다.

이러한 R&D를 바탕으로 1970년 세계 최초 인스턴트 짜장라면인 ‘짜장면’과 국내 첫 소고기육수를 적용한 ‘소고기라면’을 만들었다. 두 제품은 출시하자마자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특히 소고기라면은 국내 처음으로 소고기육수를 적용하면서 당시 천편일률적인 닭고기육수 국물에 경종을 울리며 국물 트렌드의 다변화를 이끌었다.

▲ 구미공장의 신라면 생산공정 모습.

1982년 안성스프전문공장의 준공도 농심의 성공 신화를 이끈 원동력이다. 1970년대 말 오일쇼크로 국내 경기가 얼어붙었지만 과감한 투자만이 살 길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안성공장에서는 동결건조와 진공건조라는 다양한 신기술과 최신 설비가 적용됐다. 준공 첫 해 ‘너구리’와 ‘육개장사발면’이 출시됐으며 이듬해 ‘안성탕면’을, 1984년 ‘짜파게티’, 1986년 ‘신라면’ 등 현재까지 시장을 주름잡는 제품들이 줄줄이 탄생했다.  

지금도 농심의 혁신본능은 여전하다. 3㎜의 굵은 면발로 라면 시장에 면발 트렌드를 가져온  ‘짜왕’과 ‘우육탕면’도 도전정신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지난해는 신라면의 면발과 수프를 개선하고 포장 디자인도 바꾸는 등 고객의 입과 눈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제품 본질은 유지한 상태에서 끊임없이 개선하는 도전정신을 보여준다.

농심은 이러한 혁신을 바탕으로 1985년부터 국내 라면시장 1위에 올랐다. 1985년 3월 기준 라면시장 점유율은 농심 40.4%, 삼양식품 39.6%, 한국야쿠르트 13.5%, 청보 5.9% 순이었다. 1986년 신라면이 출시된 이후부터는 2위와의 간격이 더욱 벌어지면서 절대 강자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농심의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은 63.0%다. 동종 업체들이 수년간 20%를 넘지 못하는 상황에 가히 절대 강자라 말할 수 있는 점유율이다. 그러나 지난 2007년 75.6%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2000년대 중후반까지 70% 이상을 차지했던 농심에게 현재의 점유율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농심 관계자는 “인구 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한 국내 라면 시장의 정체가 점유율 하락의 주된 요인”이라며 “대신 글로벌 매출이 꾸준하게 확대되고 있어 글로벌 사업의 지속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 농심 인기 라면 제품.

메가브랜드 왕국

신라면은 라면왕조 농심을 완성시킨 핵심 제품이다. 개발 초기 내부 시식회에서 ‘지나치게 맵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신춘호 농심 회장은 매력적인 얼큰한 맛의 성공을 직감하고 작명과 포장 디자인까지 직접 챙기는 등 제품 출시를 독려했다.

신라면은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 첫해 3달 동안 3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1987년에는 180억 원의 매출로 단숨에 시장 1위 제품에 등극한다. 
내년 출시 30주년을 앞두고 있는 신라면은 지난해까지 240억 개, 일렬로 세우면 지구 108바퀴를 돌 수 있는 엄청난 양이 판매됐다. 신라면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100여 개 국에서도 맛볼 수 있는 글로벌 식품의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농심 신화는 라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R&D 자신감에 1971년 12월 국내 최초 스낵인 새우깡을 출시했다. 믿고 먹을만한 간식이 전무했던 시절, 제과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자신감이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게 만든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새우깡은 1년 개발기간 동안 기계 밑에 가마니를 깔고 자며 4.5t 트럭 80대 분의 밀가루를 사용한 끝에 자체 개발한 제품”이라며 “짭짤하면서 고소하고 바삭한 식감에 독특한 이름이 큰 인기를 끌면서 출시 3개월 만에 농심 매출을 2배나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후 농심은 감자깡(72년), 고구마깡(73년), 인디안밥(76년), 바나나킥(78년), 꿀꽈배기(79년)를 내놓으면서 라면 사업에 이어 제과 사업을 양대 축으로 구축한다.

▲ 농심은 현재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등 4개국에 생산・판매법인과 영업지점을 구축, 자체 해외 네트워크와 판매 파트너를 통해 유럽의 지붕 스위스 융프라우부터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전 세계 100여 개국에 라면과 스낵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농심 제공

글로벌 농심 부푼 꿈

농심은 1971년부터 수출을 시작했다. 당시 해외 한인들을 대상으로 납품 물량이 소량에 그쳤으나 1981년 일본 도쿄사무소를 개설하면서 수출 네트워크가 본격적으로 구축됐다. 1996년에는 상하이공장을 세우며 현지 생산 체계를 갖췄다. 1997년 칭다오공장, 1999년 선양공장 등 중국사업의 지속적인 확장과 2005년에는 미국 LA공장도 세우면서 아시아와 북미 생산 거점을 완성시켰다.

농심은 현재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등 4개국에 생산・판매법인과 영업지점을 구축하고 있다. 자체 해외 네트워크와 판매 파트너를 통해 유럽의 지붕 스위스 융프라우부터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전 세계 100여 개국에 라면과 스낵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국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성장한 1억8천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올해 중국 내 성장잠재력이 높은 화둥지역에 판매 조직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사천성, 귀주성 등 서남부 지역으로도 판매망을 넓힐 계획이다.

농심의 올해 해외 매출 목표는 6억5천만 달러(약 7765억 원)다. 해외 수출 호조가 지금과 같이 꾸준하게 이어진다면 국내 매출도 넘어설 수 있으리란 청사진이다.

농심은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제품을 내놓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맛을 그대로 심는다’는 수출 철학에 근거한다. 우리만의 차별화된 제품으로 어필하지 않는다면 해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지론이다.

백산수의 육성도 눈여겨볼 점이다. 농심은 백산수를 100년 성장을 책임질 핵심 사업으로 정했다. 백두산 물을 담은 백산수는 지난해 생수시장 2위에 올랐다. 올해 백산수의 국내 시장점유율을 10%로 올리고 농심 라면의 중국 진출 성공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생수시장인 중국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인 2천억 원을 투자해 백두산 근처 중국 얼다오바이허 지역에 백산수 신공장을 건설해  10월 완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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