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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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10.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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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 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사람에게는 누구나 삶의 이야기가 있다. 일생을 살아오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일들이 이야기 거리가 된다. 위대한 삶에서는 위대함 속에 있는 고뇌와 고통을, 평범한 삶은 평범 속에 있는 내면의 깊이와 성찰을 배우게 된다.

이들을 극적으로 각색하면 소설이 되고 시가 된다. 우리는 이런 글들을 통해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많은 삶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다.

나는 요즘 자서전을 쓰고 있다. 70이 훌쩍 넘어서 쓰려고 했으나 내 건강에 지나치게 자만하는 것 같아 금년에 쓰기로 했다. 광복 70년이 크게 부각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다.

나는 해방둥이다.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난 후에 태어났고, 전쟁을 어린 시절 어른들의 보호 속에서 편하게 넘겼으며, 남쪽으로 내려와 대한민국의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도 덩달아 부유해졌다. 전 세계가 지구촌화 되는 세계화 과정에서 나도 외국에 나가 공부하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기에 대학 교수로 정년퇴임하게 됐다. 그렇게 보면 그때 태어난 우리 세대들은 대단히 행복한 세대임에 틀림없다. 이 격변의 시대에 가장 행복했던 세대가 남길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봤다.

얼마 전 온 국민을 눈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던 영화 ‘국제시장’은 나의 이야기 같았다. 나는 다섯 살 때 찬바람이 부는 흥남부두에서 미군 수송선을 타고 거제도로 피난왔다.

아버지를 북한 형무소에 남겨두고 어머니를 따라 우리 오남매가 남한으로 내려왔다. 그때 우리가 남한으로 내려오지 않고 북에 그냥 머물러 있었다면 반동분자의 자식으로 집단노동소에 들어가 글도 배우지 못하고 비참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전쟁의 폐허 속에 알몸으로 내던져졌지만 거제도 사람들의 온정과 정부의 피난민 지원정책에 힘입어 남한에 무사히 정착하게 됐다.

가난 속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던 덕분에 대학을 나오고 외국 유학을 갈 수 있었다. 남한의 자유 민주주의의 혜택을 크게 본 사람이다. 나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었던 시대의 증인이다. 이런 정치 체제를 만들어준 이승만 대통령과 경제개발로 가난을 벗어나게 해준 박정희 대통령을 그래서 존경하고 감사한다. 이분들을 폄하하고 민주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불순한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내가 경험한 북한의 남침을 의심하게 하고 북한의 허위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우리의 80년대와 90년대는 국가발전을 위해 온 국민이 외화벌이에 나섰던 시대다. 다음세대에게 더 잘사는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독일의 병원과 탄광에서, 중동의 모래밭에서 땀 흘려 일했던 시대다. 대학에 있었던 나도 국제기구와 외국의 연구용역을 받아 외화벌이를 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국제적으로 성장했고 세계가 놀라는 경제성장으로 세계무역 10위권의 경제 선진국이 됐다.

세계 최빈국으로 외국 원조에 의존해 살던 우리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에 원조를 주는 나라로 성장한 것이다. 반면에 공포정치로 일인독재 체제를 구축한 북한은 세계에 유례없는 삼대 세습의 기형적 국가로 전락해 국민은 도탄에 빠지고 핵으로 체제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남한 주도의 평화통일이 이루어져 북한 동포를 구해야 하는 역사적 당위성과 인류 보편적 정당성이 여기에 있다.

자서전은 한 개인의 이야기이므로 나 자신의 뿌리를 살펴보고 어린 시절의 환경과 처지가 훗날의 나를 만드는데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진솔하게 적어야 한다. 놀라운 것은 청년기에 썼던 글의 생각이나 시각이 나의 일생을 통해 변하지 않고 나의 행동 방식을 결정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청소년기의 교육과 만남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고 그 만남들이 결국은 하나의 인생을 만들어 간다. 나는 다행이도 대부분의 만남들이 아름다운 만남이었으며 그 만남들이 나를 포도넝쿨처럼 부요하게 만들어 줬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라는 사실에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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