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속의 ‘대중적 작은 사치소비’
불경기 속의 ‘대중적 작은 사치소비’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5.10.1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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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경기대 관광전문대학원 교수/한국관광연구학회 회장
▲ 김기영 경기대 관광전문대학원 교수/한국관광연구학회 회장

국내경기가 저성장가도를 시작한 시점이 꽤나 오래전인 것 같다.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때문에 저성장과 저금리, 고령화 시대를 먼저 겪은 일본에서 투자전략을 배우기 위해 금융업계를 비롯해 국내 많은 기업들이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1990년대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잃어버린 20년’을 보낸 일본의 사례를 통해 미래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를 예측,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모델을 만들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다. 이러한 기업들 대부분은 ‘한국의 정해진 미래’라고 판단하고 투자전략과 새로운 상품개발을 위한 로드맵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저성장 기조와 맞물려 소비와 관련된 다양한 부분에서 일본과 비슷하게 바뀔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한국도 소비유형이나 삶의 질을 추구하는 패턴이 일본 특유의 소비문화와 같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불경기 속에 소비침체가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에선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취미나 여가생활에 필요한 소비에는 과감하게 지출하는 ‘대중적 작은 사치소비’가 국내 소비문화의 중심에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끌어가고 있다고 본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극도로 얇아지면 얇아질수록 모든 소비항목의 지출을 동등하게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들을 볼 때 자신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항목만을 골라 먼저 줄이고, 좋아하거나 취향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항목에서는 대중적 작은 사치소비를 통해 생활의 상실감이나 마음의 안정감을 찾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당장 고급 자동차를 소유하거나 고가의 명품가방을 사고, 럭셔리한 해외여행을 하며 살 수는 없지만, 맛있고 고급스러운 디저트 한 접시, 유익하고 기능이 다양한 고가의 핸드폰 하나쯤은 누릴 수 있다는 작은 사치소비의 욕망이 대중적인 감각 소비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소비자들은 이렇게 불황인데도 불구하고 다양하고 작은 사치소비인 감각적 소비에 잡착하고 있는 것일까?

새로운 자극과 경험을 추구하고 세련돼 가는 소비자들 자신의 오감만족에서 올 수 있는 감각적 작은 사치소비의 향연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동시에 세밀화된 소비를 민감하게 받아드리면서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인간의 감각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양한 감각이 뒤섞여 새로운 즐거움을 얻고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차별화하려는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작지만 대중적인 소비가치를 찾게 된다.

요즘 소비자들의 감각이 더욱 세심하고 복잡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감각을 자극하고 만족시키려는 과정에서 소비상품의 품질 개념도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능이나 디자인에 따라 상품의 가치를 가늠했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대중적 감각인 오감자극을 통해 만족시킬 수 있는가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다. 즉 소비가치의 개념이 보다 감성 지향적으로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 시애틀 지역에서만 알려져 있던 스타벅스가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커피로 거듭난 이유는 다름 아닌 향기였다. 아메리칸항공은 1990년대 초 스타벅스와 협력해 승객들이 탑승하기 전 기내 안에 커피를 내려 향긋한 커피 향을 퍼지도록 하면서 자연스럽게 커피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 오늘의 스타벅스를 탄생하게 했다. 다시 말해 특정 소비자들의 감각적 감성을 자극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중요한 사례이기도 하다.

불황이 계속되면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일괄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상황에 따라서는 초절약적으로 줄이지만, 자기가 좋아하고 오감만족을 줄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는 작은 사치소비를 통해 소비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불경기 속에서도 대중적 감각소비를 위해 자기만의 가치를 찾으려고 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외식상품 개발이나 브랜드의 포지셔닝 전략 등에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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