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판기 탄산음료 ‘퇴출’ 논란
서울시, 자판기 탄산음료 ‘퇴출’ 논란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5.10.23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월부터 공공기관・지하철 자판기 탄산음료 판매 단계적 금지 … 업계 “실효성 있나?”

서울시가 오는 11월부터 시청과 구청 등의 공공기관과 지하철 역사 내 설치된 음료자동판매기에서 탄산음료 판매를 단계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공공기관이 직영하는 자판기 320대에 대해 올해까지 탄산음료 판매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또한 위탁 운영하는 자판기 229대는 계약기간 내 판매제한을 우선 권고하고 재계약 때 판매를 제한할 계획이다.

서울메트로(1~4호선) 자판기 235대, 도시철도공사(5~8호선) 자판기 189대 등 위탁 운영하는 434대도 탄산음료를 건강음료로 교체하도록 권고하며, 이중 400대는 건강음료 위주로 판매한다는 계약내용을 명시하기로 했다. 민간이 운영하는 9호선 자판기는 탄산음료 진열 비치율을 현 20%에서 10% 이하로 하향 조정토록 권고했다.

이밖에 모든 지하철 내 탄산음료 자판기에 ‘탄산음료는 영양소 섭취 불균형, 비만, 골다공증, 충치, 지방간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부착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이번 탄산음료 제한 정책은 시민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탄산음료의 과다섭취가 비만의 원인이 되고 만성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를 근거로 이 같은 정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김창보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탄산음료 섭취 비율이 높고 성인들의 만성질환 원인이 될 수 있어 서울시가 지자체 최초로 공공기관에서 탄산음료 접근을 제한했다”며 “앞으로 탄산음료를 메뉴로 제공하는 외식업체에서도 적극 동참해 공공과 민간이 하나가 돼 시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음료업계와 소비자, 학계는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반면 시민단체는 정책 환영 의사를 내보였다.

김미리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정보교육부장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 국민의 하루 음료 섭취량 1위는 탄산음료(41.7g)가 차지했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탄산음료 판매를 억제시킬 필요가 있고 서울시의 이번 탄산음료 제한 정책은 시의 적절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강황선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의 취지는 공감하나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탄산음료를 자판기에서 퇴출하더라도 관공서 내 매점과 지하철 편의점에서 탄산음료를 계속 판다면 정책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시 조례상 지하철 자판기의 운영권은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우선적으로 맡기고 있다”며 “자판기에서 탄산음료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과 롯데칠성음료, 동아오츠카 등 국내 탄산음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 기업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판기 경로의 매출 비중이 높지 않고 전체가 아닌 일부이기 때문에 피해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적잖은 매출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판기 탄산음료 규제 범위가 확대되고 동참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게 된다면 큰 손해가 예상된다”며 “더욱이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등 대표 탄산음료 브랜드들이 자판기 브랜드 광고를 하고 있어 이에 따른 마케팅 비용 손실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시가 관련 업체와 간담회 한 번 하지 않고 밀어붙였다”며 “서울시가 적어도 해당 업체에 협조를 구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홍혜숙 서울시 식품안전과 과장은 “연초부터 음료수를 판매하는 판매업자와 자판기 운영업자와 여러 차례 간담회를 가졌다”며 “기호품인 담배도 판매처를 제한하지 않지만 흡연할 수 있는 장소를 제한하고 있는 것처럼 이번 정책도 그런 의미로 봐주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탄산음료 판매금지 조치를 놓고 미국에선 논란이 진행 중이다. 지난 2013년 미국 뉴욕시 건강국은 식당·극장 등에서 대용량(470㎖) 탄산음료를 판매할 수 없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음료업체에서 이에 반발하는 소송을 냈고 지난해 6월 뉴욕주 대법원은 해당 법안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