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커피 전성시대, 커피시장 ‘판’ 바꾼다
저가커피 전성시대, 커피시장 ‘판’ 바꾼다
  • 신지훈 기자
  • 승인 2015.10.2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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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 1천 원대 프랜차이즈 무한 경쟁 돌입

저가커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밥보다 비싼 커피’로 논란의 대상이 됐던 과거와 달리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저가커피 전문점들의 잇따른 등장에 아메리카노를 ‘1천 원’대에 맛볼 수 있게 됐다.

유명 브랜드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업계 상황에서 저가커피는 가격 차별화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침체와 1인당 커피 소비량 증가에 따른 저렴한 가격의 커피 선호 고객 증가도 저가커피 시장 성장에 한몫했다.

업계 관계자는 “천 원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커피의 맛과 질을 보장하는 업체들이 많다”며 “개인업소도 저가커피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앞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고 말했다.

1천 원대 저가커피전문점 ‘대세’ 

최근 커피업계는 빽다방, 쥬시, 커피식스 미니 등 1천 원대 커피를 파는 이른바 저가커피전문점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저가커피의 대표주자인 빽다방(PAIK’S COFFEE)은 백종원 대표의 인기를 등에 업고 매장수를 대폭 확장했다. 2006년 ‘원조벅스’로 첫 선을 보인 이후 2007년 ‘원조커피’, 2008년 빽다방으로 상호를 변경한 빽다방은 지난 3월부터 백 대표의 방송활동과 함께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달 기준 매장수가 250여 개를 넘어서며 올해까지 300호점 돌파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생과일 주스전문점 쥬시(JUICY)는 저렴한 가격에 힘입어 가맹사업을 시작한지 5개월 만에 매장수를 70여 개까지 늘렸다.

커피식스도 저가커피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커피식스를 운영하는 KJ마케팅은 지난 2일 저가커피브랜드 ‘커피식스 미니’를 론칭하고 테이크아웃 매장 중심의 가맹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맥도날드의 맥카페, 버거킹, 직영점으로 운영 중인 소셜커머스 위메프의 W카페 등이 1천 원대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빽다방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1500원이다. 쥬시와 커피식스 미니도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커피와 도시락 등을 파는 고다방은 작은 사이즈의 아메리카노가 900원으로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중 가장 싸다.    

맥카페의 카페라떼 스몰사이즈 가격은 1800원이다. 아메리카노와 카푸치노는 각각 스몰사이즈 기준 1500원과 1800원이다. 버거킹은 아메리카노를 1천 원에 팔고 있다. 이밖에 W카페는 아메리카노를 1900원, MPK의 마노핀익스프레스는 1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 1천 원대의 저가커피가 출시되면서 저가커피 시장의 선두주자로 꼽히던 이디야는 중저가커피 브랜드로 자리를 옮겼다. 사진=신지훈 기자 sinji27@

외식・유통업체도 저가커피 성장 일조

저가커피시장의 성장에는 원조격인 ‘이디야커피’가 있다. 이디야는 기존 메이저 커피브랜드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맛을 제공하며 대표적인 저가커피 브랜드로 꼽히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국내 커피전문점 최초로 1500호점을 돌파하며 저가커피의 위력을 뽐냈다. 한국소비자원이 커피전문점의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가격적정성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이디야를 잡기 위한 2천~3천 원대 아메리카노를 판매하는 커피전문점도 함께 성장했다. 커피베이는 지난해 매장 수가 400여 개로 늘어났다. 커피베이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2500원으로 지난해 10월 아메리카노 가격을 2500원에서 2800원으로 인상한 이디야보다 300원 저렴하다.

일반 커피전문점과 경쟁에 나선 외식·유통업체들도 저가커피 시장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카페 아다지오’를 론칭하며 저가커피 시장에 뛰어들었다. 맥도날드도 올해 초 맥카페를 새롭게 단장하고 가격을 600원 인하했다. 미디움 사이즈로 판매되던 기존 카페라떼,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등을 스몰 사이즈로 제공하며 가격을 낮춘 것이다.

편의점도 매장에서 판매하는 1천 원대 원두커피 메뉴를 강화했다. 커피 전문회사 쟈댕과 공동 개발한 원두커피 브랜드 미니카페를 운영 중인 미니스톱은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를 1천 원에 판매 중이다.

기존 업체의 저가 브랜드 론칭도 이어지고 있다. 할리스커피의 디초콜릿커피앤드, 카페베네의 카페베네126베이글 등이 기존 브랜드보다 커피 가격을 내려 출시한 브랜드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두커피의 소비량이 늘면서 하루에 2~3잔씩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는 가격이 저렴한 저가커피전문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국내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가격대의 커피전문점이 생겨나는 것은 업계 발전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최근 빽다방, 쥬시, 커피식스 미니 등 1천 원대 커피를 파는 저가커피전문점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신지훈 기자・커피식스 미니 제공

초기 투자 비해 비용 회수 어려워

저가커피를 대하는 업체들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저가커피전문점의 주메뉴는 커피다. 커피를 취급하는 일반 외식기업에 비해 커피매출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일반 저가커피전문점의 경우 테이크아웃 위주의 소규모 매장이 대부분이다. 본사에서 커피 등 재료를 대량으로 구입해 유통비를 최소화하고 매장에서 박리다매 판매로 마진을 남기고 있는 방식이다.

반면 맥도날드, 버거킹, 파리바게뜨 등은 저렴하고 맛 좋은 커피를 즐기려는 고객이 매장을 방문해 햄버거와 베이커리 등 다른 메뉴의 구입을 유도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런 점은 저가커피전문점이 초기 투자에 비해 비용 회수가 어렵다는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6~8평 소규모 매장으로 오픈되는 저가커피전문점의 경우 7천~9천만 원 이하의 초기투자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저가커피전문점 본사의 규모가 비교적 작다보니 매장 오픈 후 관리가 소홀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일반 커피프랜차이즈업체에 비해 가맹점 관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최근 빽다방은 가맹점 관리 소홀과 평당 창업비용이 과도하게 높다는 논란이 일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홈페이지의 창업비용표를 내렸다.

가맹비와 로열티, 시설투자 등을 모두 포함한 빽다방의 총 창업비용은 12평 기준 9550만 원으로 이디야커피의 15평 기준 9925만 원보다 낮았지만 평당 창업비용은 빽다방이 796만 원, 이디야가 662만 원으로 빽다방이 134만 원이나 높았다.

전문가들은 예비창업자에게 트렌드에 따른 창업 결정보다 장기적인 수익 발생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창업전문가는 “수익 안정성을 고려해 권리금이 높은 A급상권에 매장이 들어선다면 투자비용은 배로 늘어난다”며 “대부분의 저가커피전문점이 푸짐한 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차별화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어 단가 마진이 낮은 편이라 높은 투자비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일반 커피전문점과 경쟁에 나선 외식·유통업체들도 저가커피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파리바게뜨는 ‘카페 아다지오’를 론칭하며 저가커피 시장에 뛰어들었다. 맥도날드도 맥카페를 새롭게 단장하고 가격을 600원 인하했다. 사진=파리바게뜨・맥도날드 제공

외식업계, ‘저가 트렌드’ 지속 전망

저가커피의 성장으로 국내 커피시장은 ‘고급-일반-중저가-저가’라는 확실한 포지셔닝을 구축하게 됐다.

최근 저가커피를 콘셉트로 하는 전문점들이 기본 제품인 아메리카노의 가격을 1천 원대로 책정하면서 업계는 저가커피 기준을 2천 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저가커피 시장의 선두주자로 꼽히던 이디야는 본의 아니게 중저가커피 브랜드로 자리를 옮겼다.

국내 커피시장의 이같은 변화는 지난해 프리미엄 커피매장의 증가와 대비되는 현상이다. 일반 커피보다 2~3배 비싼 프리미엄 커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업체들은 앞다퉈 프리미엄급 매장을 선보였다.

엔제리너스커피는 커피 한 잔 당 7천 원부터 시작해 1만 원대까지 이르는 ‘엔제리너스커피 스페셜티’ 매장을, 탐앤탐스는 ‘탐앤탐스 디스커버리’,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리저브’ 등 고가 커피를 제공하는 매장을 선보인 바 있다.

소비심리 악화로 저가 트렌드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혜경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외식업계는 커피뿐만 아니라 스테이크, 파스타, 피자 등 고급메뉴를 비롯한 외식시장 전반에서 ‘저가’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며 “가격 대비 품질을 중요시하는 소비패턴으로 당분간 저가 트렌드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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