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섭 경북 봉화군 해오름농장 대표
최종섭 경북 봉화군 해오름농장 대표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5.10.23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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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체 경쟁력 높이는 식재, 셰프 출신 농부가 제공합니다!”
▲ 힐튼호텔 셰프 출신인 최종섭 해오름농장 대표가 활짝 웃고 있다. 사진=이인우 기자 liw@

봉화 해오름농장은 서울 특급호텔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했던 최종섭 대표가 지난 2011년부터 맨손으로 일궈낸 땀의 결실이다. 지난 7월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직접 이 농장을 찾았다.

이 장관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6차산업화의 모델로 해오름농장을 찍은 것이다. 이 장관은 해오름농장을 6차산업화를 통해 FTA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선진농업의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이 농장의 연 매출은 36억 원. 최 대표 개인적인 성취로 본다면 이른바 ‘부농의 꿈’을 이룬 셈이다.

특급호텔·파인다이닝 셰프가 주요 고객

최 대표의 꿈은 부농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전 세계의 식용 식물을 한 자리에서 가꾸고 이를 외식업계에서 활용토록 한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해오름농장은 이러한 밑그림의 바탕색을 칠하고 부분적인 윤곽선을 그려놓은 상태다. 당초 세워놓은 꿈의 첫 자락을 들춘 셈이다.

해오름농장에서 기르고 있는 허브와 채소, 과일나무 등은 1천여 종에 이른다. 공식적으로는 500여 종을 재배한다고 말한다. 나머지 500여 종은 최 대표가 우리 토양에서 잘 자라는지, 어떤 요리에 적합한 지 여부를 시험 중이다. 시험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수요가 크게 많아진 고수(코리엔더), 딜, 로즈마리 등 온갖 허브는 물론 일반 채소까지 국내 일류 레스토랑에 직접 납품하고 있다. 해오름농장이 거래하는 업체는 서울의 신라호텔, 프라자호텔, 힐튼호텔 등 특급호텔 레스토랑과 강남 청담동, 서래마을 등의 트렌디한 다이닝레스토랑 등이 모두 포진해 있다.

여기다 CJ푸드빌 뚜레쥬르와 계약을 맺고 ‘순땅콩호박 시리즈’에 들어가는 건강 식재료 ‘땅콩호박’(버터너트 스쿼시)을 대량 공급한다. 달콤한 맛과 버터 향이 나는 땅콩호박은 서양에서 수프나 샐러드와 같은 다양한 요리로 즐기지만 국내에서는 낯선 식재다. 해오름농장은 이같은 식재를 국내 식품·외식업계에 소개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Farm to Table’ 실천하는 셰프 출신 농부

“명아주, 쇠비름, 별꽃, 사랑초는 우리나라 시골에 지천으로 자랍니다. 하지만 고급 레스토랑에서 쓰는 마젠타, 퍼슬린, 스텔라리아, 옥살리스는 어디서 구해야 할지 모르는 셰프도 많습니다. 같은 허브를 부르는 우리말과 외국어의 차이일 뿐인데 말이죠.”

최 대표는 이런 풀꽃과 채소, 독특한 향을 내는 과일, 나뭇잎 등을 모두 키울 생각이다. 또 이런 식물을 어떤 요리에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리고 교육하는 일에도 열심이다. 농장에서 진행하는 팜스테이나 조리사 모임, 전국 조리관련 학과 개설 대학에서 진행하는 강좌도 개설돼 있다.

최 대표는 농산물을 어떻게 소비해야 할지 결정하는 사람은 직업 요리사와 가정주부 등 2명이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식재료를 요리사가 선택해 메뉴를 만들고 해당 메뉴가 알려지면 각 가정까지 확산된다는 얘기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우리 땅에서 재배하는 농산물의 소비가 확대되고 농업과 외식업, 식품산업까지 성장하는 순환법칙이 완성된다.

최 대표는 “칵테일어니언이라고 부르는 미니양파는 최근 국내 특급호텔 셰프가 요리에 사용한 뒤 널리 알려지면서 가정에서도 쓰고 있다”며 “수입에 의존하는 각종 피클도 우리나라 식품업체가 우리 농산물로 만든다면 모든 농민들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과 ‘테이블 투 팜’(Table to Farm)을 실천하는 농부라고 자부한다. 농장에서 재배한 싱싱하고 새로운 식재로 외식업체의 메뉴를 개발토록 하고, 반대로 여러 셰프의 노력을 통해 내놓고자 하는 신메뉴에 맞는 식재를 농장에서 기르는 관계를 만들고 있다.

신라호텔과 프라자호텔 등 특급호텔에서 사용하는 채소와 허브 등을 독점 공급하는 노하우는 이러한 팜 투 테이블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특급호텔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등에서 쓰고 있는 아티초크도 최 대표가 처음 제안해 셰프들이 요리에 접목한 것이다.

고향서 꿈 펼치는 ‘워낭소리’ 둘째 아들

해오름농장의 유리온상 1개는 축구장보다 폭만 5m 정도 좁다. 방대한 넓이의 유리온상에는 온갖 허브는 물론, 태국요리에 빠지지 않는 레몬그라스, 구아바 등 열대과일 등이 자란다.

최 대표는 “외국의 오너 셰프들이 레스토랑 직영 농장에서 직접 허브와 과일을 재배하는 장면이 TV 등에 소개되지만 일부는 쇼 차원에 불과하다”며 “본격적인 식재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그가 특급호텔의 셰프 출신인데다 ‘농부의 아들’이기에 가질 수 있었다.

최 대표는 독립영화 최대 관객을 동원한 ‘워낭소리’ 주인공 할아버지의 5남4녀 중 둘째 아들이다. 형과 누나들이 중고등학교에 가면서 집에 남은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가마솥밥을 짓고 국과 반찬, 쇠죽까지 끓였다. 또 틈만 나면 산과 들을 누비며 먹을만한 풀이며 열매를 채집해야 했다.

시골집 재래식 부엌에서 요리공부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는 이웃집 일에 품앗이도 했다. 어린 나이에도 모내기 등을 할 때는 어른들에게 뒤처지지 않았다. 공부 또한 1등을 놓치지 않아 고등학교는 수석으로 입학했다. 하지만 고교 졸업 후 부모가 쥐어주는 50만 원 중 3만 원만 들고 대구로 나갔다.

이후 서울로 상경해 종로 단성사 인근 식당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대구 뷔페 식당, 황금호텔, 서울 리버사이드호텔 등을 거쳐 힐튼호텔의 동남아시아 요리 셰프까지 오르게 됐다. 경희대와 초당대에서 석사학위까지 취득한 그는 교수 자리도 마다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해오름농장을 세웠다.

최 대표는 “전국 모든 지역을 물망에 올려놓고 궁리했지만 고향은 생각하지 않았다”며 “결국 연간 강수량이나 일조량, 기온 등의 조건에서 고향보다 적합한 곳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고향 봉화에서 풀무원과 같은 탄탄한 기업을 일구겠다는 꿈을 차곡차곡 실현하고 있다.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쳤던 우리 땅의 풀꽃과 세계 각지의 식용 식물을 모두 가꾸면서 꿈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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